잘나가던 로펌 설립자, 시민운동에 나서다
잘나가던 로펌 설립자, 시민운동에 나서다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9.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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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영무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자신이 설립한 국내 5대 로펌인 ‘세종’에서의 은퇴 이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2011~13),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회장(2013~14), 사단법인 서울국제중재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한 신영무 변호사. 올해 초에는 법률사무소 신&박을 설립했고 연이어 각계 인사들과 함께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출범시켰다.

지난 7월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고 영예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하기도 했고 세월호 논란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은퇴 이후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 변호사, 그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 9월 19일 삼성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우선 지난 7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수십 년 간의 법조계 활동을 비롯해 최근에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계신데 특히 어떠한 활동이 인정을 받으신 거라고 보시나요.

법조인으로서 무궁화장을 수상하게 된 것은 우선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활동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경력을 보면 변호사로서는 좀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2년간 판사생활을 하다가 미 국무부 장학금을 받고 유학길에 올라 예일대 로스쿨에서 그 당시 국내 법조계에서는 처음으로 증권거래법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증권거래법이라는 것이 상법, 회사법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인데 국내에서는 회사법 강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영문은 워싱턴대와 서울대 출판부에서, 국문판은 서울대 출판부에서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우리나라 최초인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서구식 파트너 변호사 제도, 로펌을 도입한 것입니다. 귀국 후 1981년 친척들과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어요. 변호사로 성공하는 데 중요한 것은 우수한 젊은 변호사 발굴해 훈련하고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 당시는 젊은 변호사들이 고용변호사 밖에 달리 길이 없었고 큰 꿈을 갖게 하고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선배 변호사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서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사무실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같이 일하던 변호사들을 파트너 변호사로 해주고, 젊은 변호사들을 외국 유학을 보내주면서 민주적인 서구식 파트너십 제도를 정착시켰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이번에 복합적으로 고려가 됐던 것 같습니다.

변협 회장 직선제 실현, 변협회관 마련

- 변협 회장으로서도 여러 가지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압니다. 몇 가지 업적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변협 회장에 재직할 당시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에 대한 면을 강조했었고 변협 회장 선출 방법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꿨으며 60년 만에 변협회관 빌딩을 갖게 됐습니다.

직선제 도입은 전임 변협 회장들도 선거 공약에서 주장했었지만 실현하지 못했던 겁니다. 변협 회원들의 70% 이상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변협 회장 후보에 지방변호사회에서 회원들은 추천해봐야 전체 대의원수의 3분에 2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달리 소용이 없었거든요. 지방변협 회원들도 서울회원들과 마찬가지로 회비도 내고 회원으로서 의무는 다 똑같은데 협회장 선거에 사실상 참여하지 못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변협 회장이 되고나서 직전 김평우 변협 회장이 직선제로 바꾸도록 대의원 총회 결의를 얻었으나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것을 제 임기 중에 결국엔 직선제를 실현시켰죠. 직선제로 인해 문제점도 생겼지만 변협이 더 발전해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대한변협의 독자 회관이 없었어요. 서울변협의 빌딩을 함께 사용하는 바람에 시설 이용에 불편함이 많았지요. 변협 회관을 하나 마련한 것은 그저 변협 소유의 건물 한 채를 마련한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최근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부여하라는 내용의 대한변협 성명(7·25)에 항의하기 위해 신변호사님을 위시해 역대 변협 회장들이 위철환 현 회장을 방문했습니다. 방문 취지와 면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해서 처음에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자문을 많이 했는데, 위철환 변협 회장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변협 소속 변호사들도 나서서 법률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협은 국가적 이슈, 정치적 이슈가 있을때 중립적 입장에서 법률자문을 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변협 회장이 특검추천위원회에서 당연직 위원인 것이죠. 그런데 현재 변협 지도부가 편향된 측면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걱정돼 전임 협회장이 방문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위철환 현 회장이 전임 회장들의 의견을 좀 받아 들여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세월호 유가족에게 주는 문제보다 사건의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 주요한 문제라고 좀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좀 더 과감하고 솔직하게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이 정도라도 해준 것에 방문의 의미를 둡니다.

- 정치적 현안을 몇 가지 더 여쭤보자면 ‘국회선진화법’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이 때문에 법제정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제 개인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은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동의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며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부분인데요. 5분의 3이라는 특별정족수 같은 걸 둬서 여야 간의 대립된 문제에서 발목잡기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정 운영이 표류하고 의회제도에 나쁜 영향을 주죠. 일본 같으면 국회 해산 사유에도 해당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처럼 세월호 때문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는데, 해산하고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가 평등사회 만든다

- 본지 창간 발행인이신 김상철 변호사님이 독일로부터 헌법재판소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 역할을 하시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헌재의 제도적 허점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제도적 문제점보다 재판관들이 얼마나 소신껏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참으로 역사적 사명이 크다고 봅니다. 저는 헌재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할 때 “세종시를 위헌이라고 하지않은 것은 헌재가 두고두고 욕먹을 죄를 지은 판결”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그때 5대4로 위헌결정이 나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재판관 한 사람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하면서 설득했다고 해요. 헌법재판소나 사법부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어야 하는 게 삼권분립 원칙인데 정치적인 것에 흔들리면 본래 기능을 못하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일도 했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하려고 했던 점은 문제죠.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판결을 뒤집은 것은 두고두고 심판 받아야 합니다. 현재 세종시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비효율을 가져오는지 보이지 않습니까?

- 4월에 각계 인사들을 망라해 ‘바른사회운동연합’을 출범시키고 상임대표로 취임하셨는데요. 어떤 취지로 시작하게 된 것인지요.

제가 세종에서 나와서 남은 인생에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었죠. 그래서 정부지원금이나 기업에 후원 요청을 하지 않고 기업이 특별회원이 돼 회비를 납부하는 것 이외에 각계의 뜻 있는 분들과 함께‘바른사회운동연합’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열심히 일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사회를 추구하는 겁니다. 이는 법치주의에 의해서 가능하죠. 법과 원칙이 확실히 서 있으면 누구나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거든요. 스포츠 경기에도 규칙이 있고,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 심판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사회에는 법을 지키고 심판하는 공직자와 판검사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 소위 말하는 ‘관피아’와 로비스트들이 만연돼 있어요. 세월호 사건 역시 그렇지 않습니까? 노후된 선박에 불법 구조 변경, 과적 등 문제가 많았지만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았죠.

그래서 부패를 줄이고 법이 평등하게 적용돼 사회가 올바로 작동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꿈이 있고, 열심히 일하고 실력을 쌓아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 그러한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할 예정이신지요.

연례 행사로 ‘교육개혁 심포지엄’을 12월 5일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교육 문제를 여론화하고 공론화해서 교육개혁에 앞장서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국가발전의 기본인 법치의 정착을 위해서는 ‘김영란법 원안 통과’를 수단으로 생각하고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 법은 쉽게 말하자면 부정 청탁을 하지 말자는 것이에요. 그리고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제대로 시행되려면 위반한 사람을 공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바로 ‘독립수사청’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식 독립수사청이고, 입법청원 준비 중입니다. 독립된 수사청이 있어야 김영란법이 잘 시행될 수 있어요. 이러한 일들을 위해 10만 명 정도는 모여야 힘을 받지 않겠어요? 연간 1만원씩 후원하는 10만 명을 모으는 데도 노력중입니다.

- 올해 초에는 후배 변호사와 함께 신&박을 설립하셨습니다. 350명이 넘는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를 거느린 세종에서 은퇴를 하시고 법률사무소를 또다시 세웠다는 것이 뜻밖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70의 나이에 세종을 떠나게 됐어요. 제가 세종의 창업자이지만 은퇴 후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보낼 만큼의 충분한 경제력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무실도 필요하고, 직원들도 필요하죠. 그런 부분들을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고 제가 조달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좀 더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죠.

집사람 기도 제목이 여생을 사회에 봉사하고 공익활동을 하며 헌신하는 거였다고 해요. 먹고사는 게 되면 큰돈은 의미가 없어요. 보람 있게 쓸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되죠. 보통 사람들의 경우 대물림 아니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돈 때문에 자유인이 못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 근래 우리 사회 내 대형 로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퇴직 고위공직자 영입과 전관예우, 막강한 로비력 등으로 심지어 대형 로펌을 ‘5대 권력’이라고 꼽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변호사라는 직업의 첫 번째 임무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는 거예요. 그런 모습들이 흔히 생각하는 로펌의 안좋은 이미지를 만들었을 수도 있겠죠. 이런 것은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법치(法治)가 확고해지면 개선될 거라고 봅니다. 전관예우 같은 문제는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상당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조계에도 양극화는 존재합니다. 제가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때도 우려를 많이 했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로스쿨 출신의 젊고 어려운 변호사들을 많이 봤습니다. 법조인 양성체계를 다시 검토할 때에요. 로스쿨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로스쿨을 다니려고 오히려 빚만 지게 되고, 오히려 돈 있는 사람만 로스쿨 가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많죠. 법대 나온 사람이 로스쿨 못가면 길이 없는거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고요. 사법제도와 법조인 양성제도를 장기적 관점에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법조인으로서 누구보다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오셨는데요. 마지막으로 개인적 철학이나 신조, 성공 비결이 있다면 소개바랍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킬 때, 돈과 권력 앞에서 양심을 지킬 때 신뢰가 쌓이는 것이죠. 특히 법조인으로서 돈이나 권력 앞에 양심을 타협하지 않고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 /한은희 기자 snail_no1@futurekorea.co.kr
사진/박종숙 객원기자 eve323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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