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문화 만들기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문화 만들기
  • 미래한국
  • 승인 2014.10.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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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양평 리버마켓에 진행된 ‘로컬처’ 프로젝트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위원장 이원종)를 설치했다. ‘균형 있는 국토개발과 이용을 위한 계획’과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 등의 국가이념을 실현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지역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는 지난 9월 20일 가시적인 첫 지방 문화행사로 ‘로컬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로컬처는 로컬(Local)과 컬처(Culture)의 합성어.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뭉친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이다.

신용식 지발위 지역문화과장은 본 프로젝트의 취지와 관련 “문화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은 많지만 지역에는 사실상 인력이 없다. 기존의 지자체 혹은 정부 주도로 시행한 축제는 사실상 기획사를 끌어다 맡기는 편이라서 1회성이 짙었다”고 말했다. 또한 로컬처가 “지역별 문화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가의 생존권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컬처 활동은 책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북 에디터 양춘미와 방송작가 박이안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 소외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지역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공존하며 발전해 나가는 사례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의 독특한 문화

로컬처 행사가 열린 경기도 양평군 북한강변의 자생적 지역시장 ‘문호리 리버마켓.’ 동명의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문호리 마켓의 ‘몇 가지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중 하나는 개인의 이름이나 단체를 앞세워 마켓의 주최와 주관을 드러내지 않는 것. ‘문호리 리버마켓’ 카페 운영자는 “이것이 문호리 마켓의 정체성이다. 이외에도 임시 상점의 이름을 정한 다음 온 가족이 나와서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그들끼리 간판을 직접 만드는 것도 셀러의 의무 사항”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이름 대신 별칭을 만들어 서로 부르는 것도 문호리 마켓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라고 한다.

지역시장인 리버마켓에는 주로 지역 초중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셀러’로 나오고 있으며 마켓의 규칙에 따라서 부모와 함께 아이들도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일례로 학생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그들만의 봉사단체를 조직해서 장애단체나 기타 어려운 곳을 돕고 있다고 한다. 지역과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문호리 마켓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지난 20일 열린 로컬처는 ‘삶은 곧 종합예술’이라는 모토로 ‘굿(Good)판’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화이트보드에 쓰인 글씨가 간판을 대신했다. 신용식 과장은 “이번 제1회 로컬처는 자생적인 플리마켓 모델을 직접 스케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로컬처의 운전대를 잡고 모임을 가동한 이주항 2030 TF 팀장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으면서 우리가 가진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었다”며 “문호리 마켓의 자생적인 생태계를 직접 배울 기회”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인 팀 구성원이 전날까지 본인의 생업을 내려놓고 준비에 힘썼다”고 전했다.

 

예술가들의 ‘프로 보노’ 재능 기부 정신

한편 일각에서는 지발위가 주창하는 예술가의 자발적 ‘재능 기부’가 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문화예술가의 콘텐츠인 예술이 ‘봉사활동’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 과장은 지발위에서 TF팀에게 소정의 재료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프로 보노(Pro Bono)’라는 라틴어를 강조했다. ‘공익을 위하여’ 라는 이 말의 뜻은 주로 전문가의 전문성을 자발적이고 대가 없이,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말한다. 한마디로 ‘장기적 재능 기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변호사협회 규정에는 1년에 최소 50시간을 프로 보노 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법연수원 1학년 여름 방학 때 법률 봉사활동을 2~4주 정도 하는 추세다. 예술가들에게도 이런 ‘프로 보노’의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문호리 마켓에는 약 5000명이 방문했다. 그중 500여명이 로컬처 부스 안에서 물건을 구매했다. 열 명 중에서 한 사람을 매혹한 셈. 아직 앞길은 멀다. 로컬처 팀은 “내년 상반기쯤 더 발전된 모습의 제2회 로컬처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태욱 객원기자 twk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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