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
'피케티'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
  • 정용승
  • 승인 2014.10.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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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위대한 탈출> (앵거스 디턴 著 이현정, 최윤지 譯 한국경제신문)
 

소득 불평등 문제를 제기한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또 경험하고 있는 이 불평등이 인류 역사 300년 동안 처음 경험하는 수준이라 한다.

하지만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의 책 ‘위대한 탈출’을 보고 나면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평등해졌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견해가 맞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각 국가를 하나씩 살펴보느냐, 아니면 세계 전체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 내의 불평등, 특히 부유한 국가들 내에서의 불평등은 지난 몇 십년간 개발도상국에 있는 수십억 명의 극심한 수준의 빈곤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게 만들었다. 미국 혹은 부유한 국가들에서 불평등을 증가시킨 요인이 다른 국가에서는 수십억 명에게 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게 됐단 의미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됐다. 생활은 더 풍족하고 사람들은 예전보다 건강하며 수명도 길어졌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가난과 질병에서 탈출하면서 개인 간, 국가 간 불평등의 격차는 벌어졌다. 경제발전과 빈곤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인 앵거스 디턴은 ‘위대한 탈출’에서 250년 전부터 어떻게 몇몇 국가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경험하기 시작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오늘날처럼 극도로 불평등한 세상이 됐는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위대한 탈출’에서 주로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물질적 생활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이다. 두 가지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중요하다. 인간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탈출은 무엇일까. 앵거스 디턴 교수는 ‘빈곤과 죽음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고 안전한 공간이 됐다. 피케티는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만 시간을 돌려보자. 조선시대 평균 수명은 40세였다. 현재의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지금 40대는 누구에게는 아직도 ‘젊은’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100세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 현대인은 근 100년 동안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불평등해진 세상을 탓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현대인의 평균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렸을까. 답은 ‘산업혁명’이다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수많은 사람이 물질적 가난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원동력이 된 경제성장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서구 사회와 나머지 사회 사이에 엄청난 격차를 만들었다.

앵거스 디턴은 수백만 명이 죽음과 궁핍에서 구출됐고 현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살기 좋아진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건강해지고, 더 부유해지고 있지만, 이러한 발전은 또 새로운 불평등을 가져오고 이것은 또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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