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박원순 시장은 소송 中’
시즌 2 ‘박원순 시장은 소송 中’
  • 정용승
  • 승인 2014.10.14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남 병역비리 의혹’‘1800억 불법모금 의혹’ 논란

“너는 나에게 구땡을 줬을 것이여.”이렇게 시작되는 아귀와 고니의 선상도박 장면은 영화 ‘타짜’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특히 화투 패 한 장을 가운데 두고 손목을 베팅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든다. ‘그 패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하는 호기심이 관객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 긴장감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눈길을 잡는 상황이 현실에는 없을까.

2012년 2월 22일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을 뗐다.

“약속한 대로 의원직에서 사퇴하겠습니다.”

부자(父子) 간에도 나누지 못하는 게 권력이다. 무슨 일로 이 정치인은 권력의 핵인 국회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됐을까.

 

너무도 이상한 ‘한 장의 사진’

사건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이 사진은 2011년 8월 현역으로 공군 훈련소에 입소했다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퇴소한 청년의 것이었다. 고교 시절 축구를 하다 허리를 다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MRI 영상 사진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의 주인공은 MRI 자료를 근거로 2011년 12월 9일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게 된다.

여기서 앞서 언급됐던 국회의원은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한다. ‘시기’에 대한 의문점이었다. 청년이 공군에 입대를 지원한 시기는 2011년 8월, 그의 아버지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퇴소하고 4급 판정을 받은 11월은 그의 아버지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시점이었던 것이다.

이미 눈치 챈 독자도 있겠다. 여기 등장하는 국회의원은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이고 그 청년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이다. 이후 진행된 과정을 좀 더 살펴보자.

강 전 의원은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다. 즉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은 사실 허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박 시장은 아들 병역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잠시 아들을 군대에 입소시킨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 강 의원은 박주신의 공개신검을 요구했다.

박 시장이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한 가지를 더 제안했다. ‘공개신검을 해서 박주신이 제시한 사진과 박주신의 몸 상태가 일치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무대는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공개신검의 결과에 따라 누구 한 명은 옷을 벗어야 할 처지가 됐다. 강 전 의원은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박 시장은 성난 민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MRI는 사실로 판명됐고 강 전 의원은 사퇴했다.

 

끝나지 않은 의문, ‘속편’으로 이어지나

흔히 원작만한 속편은 없다고 한다. 올해 원작 ‘타짜’의 흥행에 힘입어 개봉됐던 ‘타짜2’도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의 경우는 어떨까. 원작(?)을 뛰어넘을 만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까. 종결된 사건이 아니기에 ‘속편’이라고까지 할 이유는 없겠지만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왔고 원작에 등장했던 주인공은 더 강해졌다.

일단 박 시장은 올해 재선에 성공했고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인물도 만만치 않다.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이다. 양 박사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근골격계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강 전 의원은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면 양 박사는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전과는 다르다.

양 박사는 박주신의 MRI 사진이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다. MRI에 나와 있는 허리 상태가 현재 박주신의 나이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근거다. 양 박사는 “MRI 영상을 보면 최소 35세 이상의 허리 상태”라며 “의학적으로 박주신의 영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재검’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검찰이 박 시장을 비방한 혐의로 양 박사 등 8명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고소해놓고 몸 사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여기서 재미 있는 점은 박 시장의 반응이다. 공개신검을 했던 박 시장의 입장에서는 사실 이런 문제 제기가 반가울 수 있다. 문제들을 제기하는 악(?)들을 제거하며 자신의 평판을 올릴 수도 있고 그만큼 청렴한 이미지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시장은 검찰에 양 박사 등이 재판을 받지 않도록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의학적 전문성이 밑받침된 주장들이다. 반면 양 박사 측은 오히려 정식재판에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사진의 주인공인 박주신 씨는 앞선 공개신검 이후 결혼과 동시에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속편의 하이라이트로 치달아가는 모양새라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기이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 승부가 언제 막을 내릴지는 예측할 수 없다. 박주신 씨가 귀국을 해야 하고 박원순 시장이 재판에 동의해야 끝이 나는 무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편이 막을 내렸다고 극장이 문을 닫지는 않는다. 다른 영화가 새롭게 나오게 마련이다.
지금 박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무대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매만지고 있는 모양새다. 굳이 제목을 붙여보면 이렇다.

‘박 시장 1800억 불법모금사건’

박원순 시장이 아름다운재단 및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재직 당시 해당 관청에 기부금 모집행위 등록을 하지 않고 거액의 기부금을 모금한 혐의(기부금모집에관한법률 위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박 시장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막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청렴’과 ‘서민’으로 대변되는 박 시장의 키워드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고 ‘2017년의 다음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까. 현실만큼 재미 있는 영화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실현되고 있는 지금 주인공 박 시장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치열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