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세 3인의 기습 방남(訪南)
북한 실세 3인의 기습 방남(訪南)
  • 미래한국
  • 승인 2014.10.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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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일에 북한 실세 3인이 기습 방남하였다/연합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지난 10월 4일 아침 10시경 북한의 총정치국장 황병서, 북한 노동당비서국비서 최룡해, 북한의 대남통일선전부장 김양건 등 북한권력 실세 3인이 아시안게임 개최 중이던 인천을 기습 방문했다. 북한의 기행(奇行)과 괴행(怪行)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역시 북한정권다운 또 한 번의 괴행을 감행했다.

북한의 괴행에 대해 표출되고 있는 각양각색의 해석들과 대책들이 또 하나의 남남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들의 기습 남한 방문 의미는 무엇이며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함일까? 북한 권력실세들의 기습 남한 방문은 다음과 같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북한체제 안정 차원에서 추정해 볼 수 있다.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은은 지난 거의 두 달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근래 수많은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

건강 이상설에서부터 구금(拘禁)설 등 계속 이어지고 있는 북한체제 관련 루머들은 북한체제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폭발적으로 위험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북한 김정은이 비록 공식석상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북한권력 실세 3명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으며, 남한에 갔다 오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결단”이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급하기 위해 기습 방문을 감행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김양건은 우리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은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구체적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들은 ‘왜’ 내려왔을까

둘째, 대한민국 인천에 마련된 아시아인들이 함께 즐기는 평화의 제전 무대를 이 지구상 가장 사악한 정치집단을 이끄는 주역들이 방문함으로써 그들의 사악한 이미지를 세척하고 평화적인 이미지를 증대하기 위해 이용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이웃 옆집에서 계속 사악한 악행을 일삼고 있던 불량배가 경사로운 옆집잔치에 예고 없이 갑자기 끼어들어 상석을 차지하고 함께 춤추는 행위와도 같다. 평소에 너무 많은 악행들을 자행하고 말썽들을 일으켜 고립무원돼 있는 불량배가 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잔치판에 등장해 사악한 면을 감추고 위장된 선한 면을 과시하면서 함께 춤추는 셈인 것이다.

셋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한 관계에서 북한이 책임지고 풀어야만 하는 과제들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세로 풀지 않고 감성적인 자세로 풀려는 저의를 갖고 기습 방문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북한이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은 동족살상에 대한 분명한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 등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결 방안은 결코 이행치 않고 위장평화 이미지를 과시하면서 감성적 해결을 하려고 이번 시도를 감행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실권자들 3명이 한꺼번에 내려와서 저 정도 성의를 보이니까 박근혜 정부는 5·24대북제재조치를 이제 조속히 해제하고 통 크게 임해야 한다” “민족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과감하게 풀어야만 한다”는 등의 친북적인 여론을 제고시키면서 감성적인 해결 방안으로 그들이 저지른 악행들을 따지지 말고 넘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황병서는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말한 것이다.

온갖 악행과 살생을 일삼은 대남총책 김양건은 계속 마음씨 착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모습 속에 미소와 웃음을 머금고 공자 맹자 뺨치는 소리들만 하면서 멋진 연출들을 12시간 하고 떠났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은 그 할아버지가 어떤 할아버지인지 잘 모른다. 그리고 덕담만을 한 그 할아버지가 남한 사람들을 얼마나 살상한 주역인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 말을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들을 노리고 기습 방한을 한 것이다.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추악한 이면

넷째, 그들의 기습 방문과 12시간의 연극은 남남갈등을 다시 제고케 한 충분한 동기가 됐다.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평소 친북성향의 주역인사들은 잔치 혹은 경사를 만난 듯 그들의 기습 방문을 극구 칭송하며 “한국 정부가 통 크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마치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잘못된 모든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는 양 북한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속성과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그러한 친북적인 이적성 주장들에 대해 속상해 하고 있다.

국민들 간에는 그들의 기습 방한 행태에 대한 인식이 상이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놓고서도 극명한 차이점들 보이면서 갈등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남남갈등이요 북한 김정은 정권은 바로 이점을 노리면서 12시간 동안 ‘기습 방남’이라는 멋진(?) 연극을 감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현재 가중되고 있는 국제적 대북제재 및 압박을 이완하기 위해 차원 높은 연출을 감행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유엔에서 본격적으로 북한인권 문제가 거론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각종 국제적 제재와 압박들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사술(詐術)로서 기습 방문을 한 것이다. 북한 실세들의 미소와 덕담을 가득 담은 남한 방문에 대해 남한의 정부 대표들, 여야 정치인들, 국무총리 등이 파안대소하면서 그토록 좋아하는 그 모습들! 남북한 간에 계속 대화를 하자고 합의도 하고 마치 축제라도 시작된 것 같은 그 마당에 제재라든가 압박이라는 주제는 차원이 낮은 주제처럼 인식될 수 있다. 북한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기습 방문을 했다.

북한의 대남정책과 관련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합리적인 대처를 하는 일이다. 북한은 한 손에는 꽃을 흔들고 다른 손에는 독침을 간직하며 필요에 따라 꽃과 독침을 자유자재로 선택하면서 대남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송대성 편집위원
세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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