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성결혼을 인정하다
미국, 동성결혼을 인정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0.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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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동성애자들

미 연방대법원이 각 주에서 주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한 것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를 ‘거부’함에 따라 ‘미국에서 동성결혼은 합법’이라는 종지부를 사실상 찍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일 하급 법원들이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들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한 심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방 항소법원들은 관할 주들 가운데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하며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州)헌법이나 주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해 왔다.

지난 7월 제4순회 연방항소법원이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버지니아 주헌법과 주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나온 판결이다. 지난 6월에는 제10순회 연방항소법원이 역시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합’이라고 명시한 유타와 오클라호마의 주헌법과 주법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연방항소법원의 이 판결에 따라 해당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예정이었지만 연방대법원의 정지명령으로 인해 유타, 오클라호마, 버지니아에서는 판결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유타, 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인디애나, 위스콘신 등 5개주는 연방항소법원의 이 판결들을 심사해달라고 연방대법원에 요청했고 세간의 관심은 연방대법원이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에 모아졌다.

순식간에 美 30개주에서 동성결혼 ‘합법’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이미 결혼의 정의를 이성 간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주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날 이유를 밝히지 않고 그에 대한 심사를 거부한다고 간단히 밝혔다. 그 결과 연방항소법원의 판결들은 즉시 발효돼 유타, 버지니아 등 연방대법원에 상소했던 5개주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됐고 동성결혼자들에게 결혼증명서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제4, 제7, 제10순회 연방항소법원들의 관할 하에 있는 다른 주에서도 법원의 판결은 유효해져 주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던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버지니아, 캔자스, 콜로라도, 와이오밍에서도 동성결혼은 합법화됐다. 순식간에 미국의 3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이 된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주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한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하급 법원들이 그동안 동일하게 위헌 판결을 내리고 있어 법리적으로 개입할 사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9명의 연방대법관 중 보수 성향 4명의 대법관들이 지난해 6월 동성결혼을 금지한 연방법이 위헌 판결을 받을 때처럼 또 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결혼은 불법이었다" 흑인‧백인 부부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너마저…

미국 사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54%이고 반대는 43%다. 2011년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가 처음으로 반대보다 많아진 이후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지 오래됐고 당 강령에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결합’으로 정의하며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도 젊은 당원을 중심으로 동성결혼이 수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40%는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특히 18세에서 29세 사이의 공화당원은 60%가 지지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명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리더들은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들이 위헌 판결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헌법에 결혼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넣도록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호응은 작다.

동성결혼 옹호자들은 연방대법원의 심사 거부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묵인이고 그 결과 미국 50개 주의 3분의 2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며 이제 미국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싸움은 ‘끝났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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