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는 회복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적어도 9월 한 달 동안에는 ‘그렇다’와 ‘아니다’의 비중이 엇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발표된 9월 실업률 지표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인 5.5%에 접근한 5.9%대로 떨어짐으로써 경기회복이 분명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이 6% 이하로 떨어져 고용이 강력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며 저조한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는 경제회복의 신호라고 전했다.
노동부가 내놓은 자료는 좀 더 고무적이다. 실업률 하락을 주도한 부문은 고임금 직종인 전문직과 비즈니스 서비스,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 등이었다. 또한 소매 및 의료분야 일자리 증가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엔지니어, 회계사와 건축기사 부문에서 지난 11개월 동안 최고치인 8만10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일반 건축 노무직은 1만6000개, 정부 공무원 직종은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미국 실업률, 금융위기 이전 수준 근접
고용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기업들이 무언가 생산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한 생산의 기회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번 고용증가의 시그널에서는 임금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 의장은 현재 실업률이 실제 고용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상근직을 원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비상근직으로 근무하는 710만 명의 노동자로 인해 고용지표가 부풀려져 있다는 점에서다. 이 수치는 침체 이전 비상근직 노동자는 460만명 수준으로 아직도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3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930만명의 실업자 중 300만명이 6개월 이상 실업상태다. 고용의 질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은 미국 기업들이 단기적 사이클의 소비 수요 증대에 대응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다시 말해 생산 쪽의 기술혁신이나 시설투자에 따른 고용증대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사실은 현재 미국의 경기회복이 소비 지출의 강한 상승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표들이 말해 준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지(誌)는 미국의 상당수 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인수합병(M&A)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확실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대한 지출은 크게 증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 공장설비 시설의 사용 연한은 10년이 넘어 193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기 평균 지출 증가율인 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또한 공장시설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가 줄었다.
패트 멕기본 미 산업기술협회 부회장은 “불확실한 금리 현황과 더불어 경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머슨 일렉트릭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파는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경제연구소 케이토연구소는 ‘지난 10여 년간 증가된 규제들로 인해 미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자유지수는 9·11사태를 계기로 줄곧 하락세를 보여 왔다. 올해 발표된 프레이저연구소의 세계 각국의 경제자유도에서 미국은 경제자유지수가 7.81점(12위)으로 2010년 7.74점(15위)보다 나아지기는 했으나 과거 5위안에 랭크되던 시절은 지나갔다.
겉보기와는 다른 ‘회복’의 내막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서서 경기회복을 위한 천문학적 복지지출과 전 국민에 대한 공공건강보험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이로 인해 경제활동 참여 인구는 더 감소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2.7%로 지난 36년 중 최저 수준이며 침체 이전의 66%보다도 낮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주요 원인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 등 인구 구성 변화와 실업자들의 구직 포기 비율 증가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미국의 복지 편익을 누리고자 밀려드는 이민자들이 과거의 아메리칸 드림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는 점은 여러 차례 미 언론들을 통해 소개되곤 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국민 가운데 약 15%는 일을 하지 않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숫자는 이민자들의 증가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는 달리 현재 미국의 경기회복이 에너지 산업 쪽의 혁신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름 아닌 셰일가스의 개발을 위해 에너지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에 힘입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약 800만 배럴로 5년 전보다 55% 증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지난 9월 한때 레이건 행정부에서 일했던 헤리티지재단 스테판 무어 연구원은 셰일가스를 주제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산업이 주력인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지에서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무어 박사는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혁신은 미국의 제조업의 세계적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는 긍정적인 기회가 분명하지만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금지하는 규제법에 의해 오히려 공급 과잉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중동발(發) ‘오일쇼크’를 계기로 1975년 ‘에너지정책·보호법(EPCA)’을 제정해 원유 수출을 금지해 왔다. 이 법의 목적은 가능하면 많은 원유를 미국 내에 남겨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불안정한 국제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이 급증하면서 40년간 지속돼 온 이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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