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청문회를 보며 배우고 싶다
올바른 청문회를 보며 배우고 싶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0.29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공동기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멘토링 프로그램 ‘더청춘’
김우진
(총신대 신학과)

대학원에 가서 사학을 전공할 계획인 나는 역사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요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미국사 산책’을 보는 중이다. 6권을 읽다가 문창극 씨가 ‘1994년에 강제징용과 정신대로 끌려가 학대받았던 한국인을 외면하는 일본을 비판했다’는 글을 발견하고 얼마 전 있었던 청문회 사태가 떠올랐다.

국무총리 후보로 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문창극 씨에 대해 KBS는 온누리교회 강연 중 일부 내용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다’ 를 부각시켜 집중 보도했다. 그로 인해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결국 청문회는 열리지도 못한 채 문창극 씨는 국무총리 후보에서 물러났다.

문창극 후보는 57분 분량의 강연에서 민족의 지난 역사를 윤치호 일기와 비숍 여사의 글을 인용해 한국의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게으름으로 인해 시련을 겪었지만 극복했고 통일과 동북아 강국으로서의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는 강연을 했다. 어디를 봐도 일본을 찬양하는 내용은 없었다.

조선의 전근대성과 후진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제국주의의 약육강식과 사회진화론, 우생학적 횡포로 인한 약소국의 지배가 합리화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 과정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일본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을 내포하는 면이 있었다.

KBS는 전후는 따져보지 않고 일부만 발췌해 집중 보도했다. 기사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잘못된 보도를 함으로써 오히려 한국 사회에 피해를 끼쳤다. 문창극 씨가 과거에 쓴 칼럼에 보면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뤄 볼 때 그를 친일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문창극 사태는 한국 사회 전체의 손해라고 본다. 보수는 국무총리 후보를 지키지 못하고 친일이라는 오해를 사게 했고, 진보는 본질이 아닌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만 갖게 됐다. 문창극 사태를 지켜보면서 큰 실망을 느꼈다.

일방적인 매도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청문회가 열리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보고 청춘들은 대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여러 언론이 인신공격을 펼쳐 문창극 씨를 벼랑으로 몰아버리는 폭력이 더 문제였다. 청년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신상을 모조리 찾아 공개하는 ‘신상털이’에 대해 비판하면서 기성세대는 한 인격체를 난도질해서 쓰러지게 만들었다.

청문회 대상자의 행적을 잘 정리해서 균형감 있게 보도하는 바른 언론 문화는 언제쯤 정착될까. 여당과 야당이 정쟁을 그치고 진정한 일꾼을 뽑기 위해 올바른 청문회를 할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지켜보는 청춘들이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청문회를 기대해 본다.


김우진 (총신대 신학과)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