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는 정말로 秦에서 비롯된 단어일까
China는 정말로 秦에서 비롯된 단어일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11.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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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의 역사파일]

China라는 말은 秦(Qin)에서 비롯된 것이 맞을까.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어원의 기원은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차이나’라는 말은 원래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에서 Chin이라고 일컬어진 말이었지만 그것은 사실 BC 221년에 건국된 秦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인 BC 500년경에 힌두어로 쓰인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가 말하는 ‘마하시나’(Maha Cina)라는 나라였다.

‘마하시나’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위대한 동방’을 말한다. 이 말은 불교에도 차용돼 당나라 대에 중국어로 번역된 화엄경음의(華嚴經音義)에는 摩訶支那(마하지나) 또는 摩訶至那(마하지나)로 표기된다. 이때 지나(支那·至那)는 중국(中國)이 아니라 ‘생각’의 의미로 번역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이는 동남아-중국 전문 역사학자 웨이드 게오프레이(Wade Geoffrey) 교수. 그는 호주 국립대에서 중국학을 전공하고 중국의 여러 대학들을 거쳐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동남아와 중국 교류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설명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먼저 한 고사성어의 배경을 따라가야 한다.

   
▲ 중국 남서부 민족들. 야랑(夜郞)의 후손들이라 할 수 있다.


夜郞이 진짜 어원이었을 가능성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야랑(夜郞)이라는 국가의 예화가 등장한다. 한(漢) 무제가 흉노를 격파할 무렵 현재의 귀주성·운남성·사천성 일대에는 서남이족(西南夷族)들이 세운 작은 나라들이 수십에서 백 수십여 개국이나 있었다.

이러한 나라들의 맹주는 야랑(夜郞)이라는 나라였는데 야랑의 왕은 자신의 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신하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면 늘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가 어딘고?”라고 물었고 신하들은 그럴 때마다 “당연히 야랑이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무제의 사신들이 이 야랑국에 오게 됐고 왕은 사신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짐짓 거드름을 피며 물었다고 한다.

   
 

“와서 보시니 중국과 우리 야랑 간에 어디가 더 큰 것 같습니까?”

한나라 사신들이 어이가 없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중에 한 사신이 이렇게 말했다.

“야랑이 크다고는 하나, 우리 한나라의 한 고을 정도에 미치지 못하며, 한나라에는 그러한 고을이 수천 개가 넘소이다.”

이 말에 야랑의 왕은 너무나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야랑이 스스로를 크다고 한다’는 비웃음으로 야랑자대(夜郞自大)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잘났고 위대하다는 착각을 말한다.

하지만 게오프레이 교수는 야랑(夜郞)이라는 나라가 사실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야랑은 진(秦)이 중국을 통일하기 이전부터 남월(南越)의 중심 세력이었다.

쌀 농경과 함께 매우 우수한 청동기 문화를 발달했던 이 지역은 상당히 높은 문화적, 경제적 수준을 누리고 있었고 그러한 세력은 저 멀리 히말라야 힌두쿠시를 넘어 인도에도 알려져 있었다는 것.

야랑(夜郞)은 오늘날 북경어로는 ‘yelang’이라고 발음되지만 야랑의 후손들이 사는 윈난성에서 구전되는 구비서사 ‘야랑사전(夜郞史傳)’에는 야랑을라는 고유표기로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의 음가가 다름 아닌 지나(Jina)라는 것. 한 구절을 보자.

(하늘과 땅이 야랑을 낳으니)

(드디어 임금이 나라를 이루도다)

게오프레이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BC 500년경 힌두교의 서사시 ‘마하바라타’가 말하는 ‘마하시나’다. 마하바라타가 히말라야 산맥 넘어 있는 ‘위대한 지혜’의 나라라면 당시 ‘jina’라고 불렸던 바로 이 야랑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가 다분히 중화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차이나’를 秦으로부터 유추하는 것은 17세기 예수회 선교사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들인 까닭이다. Chin, Cina 라는 말이 진 이전에 이미 오늘날 인도의 히말라야 저 너머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진(秦)이 될 수 없다.

   
 

‘자랑’의 어원도 야랑에 있다?

그런데 이 야랑으로부터 우리는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한다. 바로 야랑의 중고한어(中古漢語) 발음이 다름 아닌 jiah lang(쟈랑)으로 재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말 ‘자랑하다’의 ‘자랑’의 기원이 바로 야랑자대(夜郞自大)의 야랑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는다. ‘자랑’이라는 말은 15세기, 두시언해에서 처음 등장한다.

야랑의 사람들은 남월(南越), 즉 베트남인과 같은 오스트로-아시안계다. 한반도 시원문명에 남방문화의 기층은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뚜렷하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보면 한반도를 흐르는 고대 문명의 물길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를지도 모른다. 남방의 어떤 문화집단이 우리에게 왔든지, 아니면 우리가 갔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공통의 어떤 문화를 시원(始原) 문명으로 공유했든지 말이다. 


한정석 편집위원·전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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