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저편에 ‘종북’이 있다
국경의 저편에 ‘종북’이 있다
  • 정용승
  • 승인 2014.11.26 09: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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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미시USA가 뉴욕타임스 실은 광고

‘형과 아우’ 혹은 ‘어른과 아이’. 흔히 남한과 북한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국가가 아닌 집단을 한국과 동등한 인격체로 비교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문장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남한과 북한 간의 물리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좌익진영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며 오히려 이 점을 강조해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힘이 센 형이 가난한 동생을 위해 돈을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럴 수도 있다. 매년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 정부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단순히 북한이 ‘가난한 동생’인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다른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사기꾼으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지금 북한이 하고 있는 행동들을 보면 말이다.

특히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 그렇다. 반국가, 반미, 친북 등을 선동하는 것은 신기할 것도 없다. 없는 근거를 만들어내며 지난 18대 대선이 부정선거라며 억지를 쓰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위와 같은 선동과 억지 주장을 하는 단체들은 왜 항상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할까. 몇 가지 예를 보자.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해외 종북단체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중이었던 작년 11월 3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프랑스 거주 한인들과 유학생 수십 명으로 구성된 단체였다.

박 대통령이 베를린을 방문한 올해 3월 26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베를린 중앙역 워싱턴광장에 ‘부정 대선 부정 대통령 아웃, 독재자의 딸 아웃’ ‘국정원을 해체하라’라는 플래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이 중 교민 한 명은 독일어로 모놀로그 풍자극을 벌이기도 했다.

정점은 미국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11일 뉴욕타임스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난하는 1차 광고를 게재한 데 이어 8월 17일 같은 일간지에 2차 광고를 실었다.

9월 24일에 게재한 3차 광고에는 박 대통령의 얼굴까지 등장시켰다. 이 광고에 국정원의 대선 댓글 사건까지 언급하며 정부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 광고의 주체는 지금은 제법 유명해진 ‘미시USA’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이 사이트 회원을 중심으로 한 몇몇 단체들은 박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이 있었던 지난 9월 21일 뉴욕 총영사관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 날 등장했던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박 대통령) 즉사’ ‘살인마 빡근혜야 죽은 아이 살려내고 너도 당장 죽어라’라는 피켓이 등장해 국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문구들은 북한이 사용하는 격조 없는 비난과 궤가 비슷하다.

해외에서의 집회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북한과 관련된 단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에 관련한 세미나가 지난 3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자유민주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해외 종북세력의 반국가적 활동 실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 자유민주연구원 유동열 원장, 자유민주연구원 미국 대표 로렌스 팩(Lawrence Prck), 블루유니온 권유미 대표가 참가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반국가 행위를 벌이고 있는 이런 단체들이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북한 해외공작부서의 조종 하에 해외교포가 중심이 돼 활동하고 있는 단체 및 웹사이트가 200여 개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핵심 종북단체 30여 개 ▲개별 종북단체나 연대단체 150여 개(개별단체, 소그룹 포함) ▲종북 웹사이트 140여 개가 파악되고 있고 북한 외무성 등이 세계 각지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직접 운영 또는 조종하는 종북 해외조직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 베를린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해외 동포


북한과 연계가 된 종북단체들

자유민주연구원이 발표한 대표적 종북단체 중에는 논란이 됐었던 미시USA도 포함돼 있다. 또한 대통령을 향한 막말 피켓을 들고 집회를 했던 노길남도 ‘민족통신’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또한 종북 웹사이트로 분류돼 있다.

노길남은 지난 4월 평양에서 ‘김일성상’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김일성상은 해외 인사에게 주는 김일성훈장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런 해외 종북단체들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보수 정권이 들어와서부터 생긴 것일까? 아니다. 일찍이 북한은 사회주의헌법과 국적법에 명기된 법적 조항에 따라 해외교포를 자국민과 같은 범주에 넣고, 대남적화혁명 차원에서 활용하는 데 목적을 두고 해외교포 공작을 추진해 왔다.

특히 1970년대 들어서는 미국교포를 대상으로 공작을 확대했고 90년대 이후로는 전 세계 해외교포를 대상으로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김일성이 1993년 3월에 발표한 담화문에도 잘 나와 있다. 일부분을 옮겨보면 이렇다.

“재미교포들도 조선민족인 것만큼 응당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합니다. (…) 재미교포들이 굳게 단결하면 조국통일을 앞당기는데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습니다.

100여만 명이나 되는 재미교포들이 굳게 뭉쳐 미국정부에 련방제통일방안을 지지해 달라는 식으로 들이대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남한에서 2009년 2월 재외동포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주목했다. 전체 해외교포(700여만 명) 중 240만 명 정도가 2012년 대선부터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을 파악한 북한은 이들 해외교포를 ‘친북화’시켜 이른바 친북정권 창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공작에 주력해오고 있다.

▲ 피켓을 들고 있는 노길남

이들은 한국의 법이 닿지 않는 해외에서 활동하며 국익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을 크게 보면 반미, 반정부, 대한민국 안보 무력화, 친북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들 사이에서까지 남남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특별한 정치색이 없는 교포들에게 친북정서를 주입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또한 반정부 활동은 정부의 국정시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유 원장은 이 같은 종북 해외단체들의 활동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물리적으로 한국과 상대가 되지 않아 이런 방식의 대남작전을 계속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종북사이트를 막거나 종북단체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대응함과 동시에 해외안보부서에 힘을 실어 이들의 반국가활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통일은 대박’이지만 대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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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2014-11-30 19:24:03
기사에 공감하며 많은 분들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미래한국이 발전하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