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하는 에볼라 국제정치
창궐하는 에볼라 국제정치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12.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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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촌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2월 기니에서 에볼라 출혈열 환자가 발생한 후 2014년 10월 1일 WHO 발표를 기준으로 전 세계 7493명이 감염됐고 3349명이 사망했다. 이는 단일 유행병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와 같은 서아프리카 지역이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오랜 내전으로 사회기구들이 붕괴됐다는 점에 있다.

사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그 유행에 있어서는 상당히 제약이 있는 질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생각과는 달리 공기나 물, 음식을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

그러나 감염된 환자의 땀이나 침, 혈액, 대소변 등과 같은 체액과 직접 접촉하거나 성관계를 통한 전염은 가능하다. 감염된 동물과 접촉을 통해서도 옮는다.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직접 노출돼야만 감염이 되고,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비로소 2차감염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사람 간 전파력은 매우 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전염병과 비교해 보면 홍역 환자 한 명이 15명을 전염시키고, 신종인플루엔자 사스의 경우, 환자 한 명이 평균 2~2.5명을 감염시켰던 반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한 명의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른 한 명에게 병을 옮기지 못할 정도로 전파력이 약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미국과 국제 NGO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심각성에 대해 필요 이상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미국의 질병퇴치예방국(CDC)이 ‘지금은 아니지만 에볼라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는 발표를 해서 세계는 일대 쇼크에 빠져 버렸다.

이러한 문제는 미 공화당의 재정 감축 프로그램에서 질병통치예방국이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비난을 불러오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의 질병퇴치예방국은 워싱턴에서 발생한 에볼라 의심 환자 사건으로 인해 에볼라 퇴치 예산증액이라는 선물을 안게 됐지만 대부분의 증액 예산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퇴치에 사용되는 예산이 아니었다.

결국 정부 관료주의로 인한 밥그릇 싸움이 에볼라 사태를 업고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정부와는 별도로 국제기구도 에볼라 사태에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구호모금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에볼라로 부모 잃은 고아들

지난 13일 SBS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에볼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 관한 국제 뉴스를 보도하며 ‘세이브 칠드런’과 ‘유니세프’의 구호 활동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에볼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송출했다. 물론 에볼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이 기니에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구호단체들에서 말할 때 에볼라 고아들이 4000명을 넘는다고 하면 우리는 그런 줄 알아야 한다.

10년이 넘는 내전으로 사회기구들이 붕괴된 기니나 시에라리온과 같은 나라들에서 도대체 에볼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무슨 수로 측정한다는 것일까.

이들 나라에는 에볼라가 창궐하기 전 내전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했고, 그로인해 전쟁 고아들이 넘쳐났다. 그런 고아들을 보호할 수는 있어도 줄일 수는 없으므로, 결국 그 아이들이 자라면 다시 손에 총을 들고 내전에 뛰어들게 하는 상황이 이제까지 국제 어린이 보호기관들이 해 온 일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전이 종식돼 이들 기관이 돌볼 고아가 없다면 유니세프나 세이브칠드런의 예산도 줄어들고 직원들도 자리를 잃게 된다. 이들은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 종식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세계은행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세계은행은 이번 G20회담에서 에볼라 퇴치를 위한 각국의 기금 창설 제안을 했다.

지난 3월 기니에서 처음 에볼라 감염환자가 보고된 이후 국제사회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에볼라가 다른 나라로 급속히 확산하게 됐다는 국제단체들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 이유였다.

세계은행 에번스 국장은 “에볼라 감염자가 예상보다 적어 최악의 국면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점차 퍼지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럴 때일수록 ‘감염 제로’를 위해 더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세계은행은 이들 나라의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던가. 한 일이 없다.

세계은행의 뜻대로 G20국가에 에볼라 기금이 마련되면 그 기금을 운용할 인력과 조직이 추가로 생겨날 것이고 그것이 세계은행이라는 국제 관료기구들의 밥그릇과 이해관계가 된다.

 

에볼라는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모멘템이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은 부패한 정권과 그에 맞선다는 또 다른 부패한 반군 간에 오랜 내전으로 점철된 상황이다. 이들 세력은 무기와 군대를 운영하기 위해 아프리카 밀림 속의 자원들을 아무런 위생이나 안전장치 없이 개발해 왔다.

부패한 독재정권들과 역시 잔악한 반군들이 주민들을 동원해서 서로 경쟁적으로 철광석과 원유, 목재 등을 개발하면서도 정작 주민들에 대한 보호나 위생, 안전 등에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한 자원을 사들인 것이 다름 아닌 지금 에볼라 퇴치 기금을 만들자는 서방국가들이다. 유엔이나 세계은행, IMF 등은 이들 부패한 독재 정부의 권력자들을 제재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에볼라 퇴치 기금을 만들어 지원하고 의료진을 파견하고 고아들을 돌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이번 국제적인 협력조치로 에볼라 퇴치 기금은 국제기구들의 계좌에 쌓이고 세계은행은 조직을 더 늘릴 수 있으며 미국 보건당국은 예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에볼라가 잦아들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몇 년 후 이들 나라에서 다시 에볼라는 창궐할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아프리카 에볼라 퇴치는 아직 멀었다며 발병이 계속되는 한 에볼라는 세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에볼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아프리카 에볼라 퇴치와 미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예산으로 62억달러에 대한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들 나라에 3000~4000명의 수준에 달하는 미군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가 아프리카 정치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동사태처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점과, 이를 둘러싸고 아프리카에 최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과도 예민한 긴장관계에 놓일 것은 분명하다.

에볼라는 이제 더 이상 인도주의적 문제가 아니다. 이미 에볼라는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모멘텀이 됐고 미국과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신경전을 벌이며 대립할 수밖에 없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

여기에 국제 비정부단체들과 국제기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어젠더를 표방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들이 미국의 그러한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도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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