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침몰시킨 구시대 인물들은 가라”
“야당 침몰시킨 구시대 인물들은 가라”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12.03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세월호 유족 폭행사건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출당 요구,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필패론 제기,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특별검사 반대, 개성공단 폐쇄 정부조치 찬성,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시국선언 비판… 행보만을 두고 보면 영락없는 여당 새누리당 의원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조경태 의원(46). 보수 여당 텃밭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을 걸고 내리 3선을 당선한 중진으로 지난 새민련 5·4 전당대회에서는 현장투표 1위로 당당히 지도부에 입성했다.

최근엔 ‘40대 기수론’을 주장하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조성태 의원을 지난 11월 17일 국회에서 만났다.


“내가 아닌 야당이 국민에게 왕따 당해”

-당론과 다른 발언들로 인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계십니다. 괜찮으신가요? 혹시 당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니신지요.

당내에서 그런 문제는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왕따는 내가 아니라 당이 국민들로부터 당하고 있는 형국 아닌가요.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영입 1순위’라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이러다 정말 새누리당으로 가시는 건 아닌가요.

그럴 거면 차라리 제가 당을 만들어야죠. 여당도 정치력이 부족하지만 야당은 오히려 더 무능한 것 같아요. 여야가 모두 국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거죠.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국민들이 국회의원 89%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야당에 대한 불신이 80%를 넘더라고요. 국민들에게 정치권이 큰 실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의원님 행보를 보면 여당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새정치가 지향하는 가치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중정당’이라고 봅니다. 저는 새정치가 다수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당에 몸담고 있죠. 그러나 최근 정당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소수만을 위한 정치집단 같다는 거죠.

-야당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안 좋아진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1997, 2002년에 집권을 한 정당이에요. 그때만 해도 국민들에게 약간의 가능성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후 지난 2007~08년 이후로부터 내리막길로 가고 있어요.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최근 4번의 선거에서 연이어 완패를 했죠. 즉, 그동안 국민들의 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은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그렇게 된 계기가 뭐라고 보십니까? 현재 새민련이 안고 있는 최대 문제는?

국민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중정당으로 가야 하는데 이념정당으로 가는 것 같아요. 또 정파, 계파의 이익을 쫓아가는 이미지가 강하고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상식의 정치인데 그게 안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김현 의원 대리기사 폭행사건에서는 출당조치가 국민들의 바람이었죠.

그러나 우리 당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이석기 문제도 제가 당 대표라면 제명을 시키든지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을 보였을 거예요.

우리 스스로가 국민들한테 엄격한 잣대로 정치에 임했어야 했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부드럽고 관대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어요. 그래야 통합의 리더십을 보일 수 있다고 보고요. 지금 정치의 제일 큰 화두는 보수 진보가 아닌 통합이에요. 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종북 이미지가 문제… 문재인은 정치 접어야”

-당내 ‘친노종북’이 문제라는 얘기도 하셨죠.

정확한 워딩은 아니에요. 사실 저도 친노에요. 그런데 친노 중에서도 노무현을 팔아먹는 ‘매노’ 세력이 있지요. 매노세력은 통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봐요.

자신의 계파만을 위해 정치하는 집단이죠. 제 말은 차라리 그럴 거면 매노세력끼리 따로 살림을 차리라는 거예요. 그리고 국민들이 봤을 때 새정치에 지금 종북의 이미지가 있어요.

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면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거죠. 북한정권에 대해 국민들과 지나치게 다른 정서를 가진 세력이 있다면 수권정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봐요.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잖아요.

 

-문재인 의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계시는데요, 지난 대선에서 같은 당 문재인 후보 필패론은 의외였습니다.

의외가 아니죠. 같은 당이라고 봐줘야 합니까? 상대 당에게는 관대해도 우리 당에는 엄격해야 한다고 좀 전에 말했잖아요.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문재인 의원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봐요.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 안타까운 서거에 대해 전 비서실장으로서 최소한 도덕적 책임은 있는 거 아닙니까? 친인척 관리를 청와대 비서실에서 제대로 못한 책임이 있죠.
제가 만약 문재인의 위치였다면 정치 안합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하겠습니까? 여당에게는 책임지라고 항상 그러면서 자신들은 책임을 진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본인이 정치를 안하겠다고 했어요.

-당권 도전에 나섰습니다. 어떤 당을 만들고자 하는 건가요?

지금 국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버린 정당이 됐죠. 새정치에 대한 매력이 없다고들 해요. 무슨 말인가 하면, 기존에 나와 있는 분들이 다 할 만큼 한 사람들이잖아요.

구시대적인 상품을 내놓았을 때 팔리겠어요? 전혀 감동이 없는 거 아닙니까? 엄격하게 말하자면 선거패배의 주역들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현명한 당원들이 신상품을 선택할 시기가 왔다고 보는 거죠.

서구 유럽과 한국 정치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정치는 더뎌요. 정치 후진국이죠. 그래서 다소 느린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40대가 한 번 당수가 돼서 2류도 아닌 4류인 한국 정치를 변화시켜보라는 변화 욕구가 당원들 내에서 강해지고 있다고 봐요.

-그래도 현실적으로 보면 아직 의원님의 당내 입지는 적으시죠. 당 지도부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으실 테고…

국회의원 몇 사람의 눈높이에 제가 맞출 이유는 없죠.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을 버렸어요. 저는 상식을 가진 당원들, 국민들만 보고 정치를 해온 거죠. 제가 국회의원에게 아부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인데. 용기 있는 사람이 없잖아요. 잘 못했으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새민련이 새누리보다 더 구태적이고 수구적”

-왜 그렇게 됐다고 보세요?

밉보이면 공천에서 탈락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고, 계파의 이해관계, 온정주의 같은 문제들 때문이죠. 자신들 편은 무조건 옹호하고 상대방은 무조건 비난하는 그런 패권화된 사고가 있어요.

이런 게 제 식구 감싸기 아닙니까? 상대방은 논문 표절하면 나쁜 놈이고 우리 편은 봐주고. 공평하지 않잖아요. 지금 우리당은 그런 게 통하고 있다니까요.

 

 

 -내년 초 야당 전당대회에서는 선거방식이 큰 이슈가 될 것 같은데요.

우리가 국가의 지도자를 뽑을 때는 국민이 뽑잖아요. 왜 그렇습니까?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잖아요. 당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당원이잖아요.

그러니까 당원들이 뽑는 선거를 해야 하죠. 지극히 상식적이잖아요. 즉 당원이 현장 직접투표를 해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거죠.

모바일이니 여론조사니 꼼수를 부리지 말고 100% 당원들의 투표로만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이를 통해서 정정당당한 투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지난 5·4 전당대회 때 대의원 득표 1위를 하셨을 때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저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많아요. 상식, 즉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조경태가 제일 낫다’라는 말을 해요. 저는 우리 당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 여론조사를 보세요. 새정치가 새누리당보다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잖아요. 창피하잖아요. 130석을 가진 제1야당이 10%대 지지율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봐요.

-몇 가지 현안에 대해 묻겠습니다. 통진당 해산 문제나 이석기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석기는 법원 판결이 났으니 제명 시켜야 하고, 당 해산 문제는 아직 법원에서 판결을 해야 하는 문제죠.

-국보법 문제에 대해서는 폐지 입장이신 것으로 아는데요.

저는 그 문제를 다른 각도로 보고 있어요. 국가관이 투철하지 않으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에요.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인들을 우려하는 참 웃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반대가 된 거죠.

-2009년 광우병 사태 때 이명박 정부를 강력 비판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이름을 많이 알리셨습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생각이십니까?

그때도 저는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한 것이에요. 지금과 똑같죠. 국민의 건강권, 그것은 헌법에 명시돼 있어요. 제가 화가 났던 부분은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예요.

물론 당시 광우병 사태를 이용한 세력이 있어요. 순수한 국민들의 촛불집회를 정치적으로 야당이 이용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변질된 부분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거죠. 하지만 순수한 동기는 광우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개인적으로 20대였던 1996년 총선에 처음 출마했고 2004년부터 내리 당선하며 40대의 3선 의원이 됐습니다. 본인의 정치역정,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글쎄요. 오바마는 40대에 대통령이 됐어요. 제가 3선 의원 아닙니까.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 경력은 다른 의원들보다 적지 않죠.

누구는 초선에 대통령 후보까지 됐지 않았습니까? 저는 항상 도전을 하고 있어요. 부산에서 2번 떨어지고 3번 연속 당선된 저의 스토리를 보신다면 도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여야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는 겁니다. 지역주의의 병폐가 남아 있는 거죠. 지역주의의 벽을 무너뜨리면 한국정치에서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죠. 나아가 국민통합을 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28세의 조경태 민주당 후보(부산 사하)가 사용한 '누드 포스터'

“노 대통령이 ‘조경태 학습관’ 지으라고 했다”

-부산에서 3선을 한 비결,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선 야당후보로 58%의 득표율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나요?

그걸 아무 데서나 전수할 수는 없고 당대표가 돼서 알려야죠.(웃음) 노무현 전 태통령이 ‘조경태 학습관’을 지으라고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유일하게 부산에서 당선됐잖아요. 축구 경기로 치면 아무리 골대 앞에서 볼을 돌려도 골을 못 넣으면 헛방이죠. 그런데 저는 결승골을 3번이나 넣은 사람 아닙니까? 부산이라는 곳이 어떤 지역입니까?

노 전 대통령도 한 번도 당선된 적 없는 곳이에요. 그 지역에서 3선 했다는 것은 뭔가 노하우가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신당론을 제기하기도 하셨는데, 당 대표가 안 된다면 신당을 하실 건가요?

무엇보다 당원들이 먼저 요구하고 있어요. 분당하겠다는 당원들이 많아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당이 새누리당보다 훨씬 더 구태적이고 수구적이에요.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만 봐도 어떤 의미에서 민주적이에요. 기초의원도 경선을 통해서 하는데 우리는 기초의원 조차도 의원 눈 밖에 나면 공천을 못 받아요. 즉 야당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사진/정동운 객원기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