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와 정부의 수상한 관계 삼성생명과 ‘요실금 사건’
민간보험사와 정부의 수상한 관계 삼성생명과 ‘요실금 사건’
  • 미래한국
  • 승인 2014.12.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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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의 청진기]

2009년 어느 날,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이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수십 곳의 산부인과 병의원에 들이닥쳤다.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들을 조사한 후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요실금 수술을 위해 꼭 필요한 검사를 조작함으로써 건강보험공단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른바 ‘요실금 사건’이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최근, 이 사건으로 인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이 열렸다. 1심에서 보건복지부가 패소하자 항소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항소심 재판정에서 보건복지부 관료가 한 말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크게 반발하며 “삼성생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건복지부에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일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산부인과의사회가 정부를 향해 “삼성생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건복지부”라는 표현을 한 것일까?

사정은 이렇다.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측인 보건복지부를 향해 요실금 관련 행정처분소송에서 다섯 번이나 보건복지부가 연달아 패소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행정처분의 근거와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바로 항소 기각처분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 관료가 재판부에 답하기를 “우리가 행정처분의 근거를 입증할 다른 방법은 없고 이번 사건의 고발당사자인 삼성생명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라고 답변한 것이다.

행정처분을 내린 당사자는 보건복지부인데, 그 근거에 대해 자신들은 잘 모르겠고 삼성생명의 도움을 받겠다고 답하자 산부인과의사회가 크게 반발한 것이다.

더욱이 이 발언이 있기 전까지 검찰은 삼성생명이 의사들을 고발했다는 사실을 숨겨왔었는데 이 날 정부측 관료의 발언으로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왜 삼성생명측에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을까. 일명 ‘요실금 사건’의 전말은 무엇이며 요실금 사건에서 정부와 삼성생명은 어떤 관계일까?

요실금 사건은 수면 아래 감춰진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 은밀한 민영의료보험과 정부와의 상관관계, 그리고 국민과 의사들이 입고 있는 피해를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요실금 사건의 전말을 정리해 본다.

   
 

간편한 요실금 수술, 삼성생명 2조원 손해

1998년 2월 2일 삼성생명은 ‘여성시대 건강보험’이라는 상품의 판매를 개시했다. 이 상품은 여성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의 치료비를 보장해 주는 보장성 보험이었는데 이 상품에는 요실금으로 인해 수술을 할 경우 50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특약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변이 새는 것을 의미하는 요실금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 중 40%가 고민하는 흔한 질병 중의 하나이다. 요실금의 원인과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웃을 때, 줄넘기를 할 때 등 복압이 올라갈 때 본인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게 되는 복압성 요실금이 대부분이다.

복압성 요실금이 생기는 원인은 출산시 태아의 머리에 의해 골반근육이나 인대가 파열돼 방광경부와 요도가 아래로 처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복압성 요실금은 질식 분만 후에 잘 생기며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증가한다. 요실금이라는 병이 이렇게 흔한 질환인데 삼성생명이 용감하게 500만원이라는 큰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불하는 상품을 만든 이유는 이랬다.

즉 이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당시에는 요실금을 치료하는 수술적 방법이라는 것이 주로 대학병원에서 배를 열고 하는 개복술이었다.

즉 요실금 수술이란 것이 큰 수술이었기 때문에 요실금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도 적었을 뿐더러 더욱이 고의적으로 수술비를 타낼 목적으로 배를 열고 수술을 받는 환자는 더더욱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상품은 대박이 났다. 언론에 따르면 삼성생명 상품만 200만 건 넘게 계약됐다고 하며 뒤늦게 유사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한 다른 보험사들이 삼성생명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곧 문제가 생겼다. 배를 열지 않고 요실금을 수술하는 방법들이 속속 개발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TVT(Tension-free Vaginal Tape) 시술과 TOT(Trans-Obturator Tape) 시술 등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수술방법이다.

이 시술들은 과거에 복부를 절개해 수술하던 방법에서 탈피해 회음부를 통해 바늘을 집어넣어 이를 통해 그물구조의 인조테이프을 삽입해 요도를 아래서 받쳐주는 시술이다. 시술방법도 간단해 전신마취가 필요하지 않았고 회복도 매우 빠른 간편한 치료방법이 등장한 것이다.

간편한 수술방법이 도입되자 과거에 대학병원에서만 할 수 있었던 요실금 수술이 동네병의원에서도 가능해져서 수술이 급증하게 됐다.

요실금 증세가 있어도 개복술이라는 큰 수술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웠던 환자들은 간단한 치료방법이 개발되자 너도 나도 이 시술을 받았다.

시술도 간단한 데다가 보험사에서 500만원씩 보상을 해주니 수술비 130만원을 지불하고서도 평균 370만원이 남는 이득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성생명에서는 뒤늦게 심각한 문제를 깨달았다. 대학병원에서 개복술을 해야만 요실금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상품을 만들었는데, 개원가에서도 손쉽게 수술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엄청나게 크게 늘어난 것이다.

삼성생명에서는 부랴부랴 상품판매를 중단했지만 최소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됐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삼성생명은 이 상품의 개발에 참여한 두 명의 임원을 즉각 해고하고 대책을 강구했으나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삼성생명이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일, 즉 요실금 수술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들어 요실금 수술을 줄이는 일을 정부가 나서서 시작한 것이다. 먼저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을 거부해 오던 건강보험공단이 요실금 수술을 급여화(보험적용)를 했다. 2006년의 일이다.

   
 

정부는 삼성생명의 고민거리 해결사?

처음에는 요실금 수술비를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함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적어져 수술이 더 많이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요실금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어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곧 요실금 수술이 보험적용이 되는 기준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된 기준이 문제였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독특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정부가 임의로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즉 요실금 수술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요역동학검사(urodynamic test)라는 검사를 받아야 했고, 이 검사 결과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보험을 인정하지 않는 지침을 만든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괴상한 급여(보험)기준을 만들어 발표하자 삼성생명은 이 정부고시를 근거로 정부가 발표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요실금 수술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의사들은 요역동학검사에 대해 왜 강력히 반발을 했을까.

첫째, 요실금 증세로 수술하는 모든 환자에게 요역동학검사를 강제화한 것은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실금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세다.

둘째, 보험기준 역시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역동학검사를 의무화한 것도 의학적 근거가 없었는데 정부는 더 나아가 고시를 통해 ‘소변이 나올 때 복압이 120cmH2O 이하여야만 수술을 할 수 있다’라는 기준을 내세웠다.

수술의 보험이 되는 기준을 요역동학검사의 많은 검사 수치들 중 단 한 가지 수치로 기준을 정한 것도 문제인데 120cmH2O라는 기준은 그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임의로 만든 기준이었다.

셋째, 환자가 불편했다. 요역동학검사를 위해서는 요도와 질 또는 항문에 길이 약 10cm의 관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검사 방법이 환자의 수치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고통을 수반하는 검사라는 사실이다.

넷째, 요역동학검사의 신뢰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요역동학검사의 검사 결과 나타나는 수치가 환자의 증상과 비례하는 않을 뿐더러 질이나 항문에 삽입하는 카테터의 오작동이 많아 정부가 내세운 기준을 맞추려면 압력의 기준치를 인위적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했다.

 

삼성생명이 적반하장으로 의사와 환자들 고발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요실금 수술의 급여기준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부가 터무니없는 기준을 발표한 이후 삼성생명에서 정부가 내세운 동일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 수술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시작하면서 의사들은 그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삼성생명이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보험금 지급의 거절사유를 만드는 일, 바로 그 일을 결과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한 것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엉터리 고시기준을 무시하고 요실금을 수술한 의사들은 졸지에 범법자로 몰려 기소됐고 정부로부터 줄줄이 영업정지와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의사들은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반발했다.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산부인과의사회가 앞장서서 정부가 발표한 요실금의 급여(보험)기준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요역동학검사를 의무화한 것도 근거 없는 정책인데 도대체 소변이 누출될 때 복압이 120cmH2O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이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고 따졌다.

답변이 궁색한 정부는 2011년이 돼서야 뒤로 한 발 물러섰다. 복압 120cmH2O 이하라는 기준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그러나 요역동학검사를 의무화한 규정은 없애지 않았다.

요실금 환자에서 요역동학검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도, 타당성도 납득할 수 없는 검사를 의사들은 여전히 하고 있다. 

   
 

국민의 정당한 권리, 누가 빼앗는가?

(사)보험사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그 이익을 가입자와 나누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사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보험사는 손실을 가입자와 나눈다.

요실금 수술을 하는 경우 500만원을 지급한다는 삼성생명의 여성시대보험상품은 회사측에서 위험도를 잘못 평가해 큰 실수를 벌인 것이 명백하다.

보험사의 책임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보험사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의학적 타당성이 없는 기준을 만들어 적용했고 이로 인해 수술을 받지 못하거나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환자와 의사들이 보험사기범으로 몰려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 이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요실금 사건의 전말이다. 

 

노환규 편집위원, 전 대한의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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