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비리, 사람이 문제다
방위사업청 비리, 사람이 문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2.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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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보는 눈]
▲ 이종윤 상임고문
서울교회 원로목사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표출된 통영함의 작동 불능한 음파탐지기, 매월 월례행사처럼 시스템이 다운되는 486컴퓨터를 장착한 최첨단 해군 주력 구축함, 최신 이지스함의 ‘어뢰기 만탄’이 바닷물에 부식돼 어뢰방어 능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방위력 개선사업, 군수품 조달, 방위산업 육성에 관한 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방위사업청이 언론과 국민의 도마 위에 올려졌다.

방위사업청의 존폐 논란  2006년 정부가 방위사업청을 신설하면서 “국방부 장관의 감시와 통제를 받게 되고 내부 부서간 감시가 가능하며 직원의 청렴서약서와 정책실명제 장치까지 만들어 놓아 투명한 무기 구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방위사업청이 무기구입 예산 편성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을 독점하면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방위산업 비리의 온상이 돼 버린 것 같다.

방위사업청에서도 할 말은 있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뇌물과 인사비리 등의 오명을 씌워 돌을 던지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지난 11월 13일 해군 고속단정 납품비리에 대해 뇌물을 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사 비리 또한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상의 모든 제도와 조직에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역기능에 부딪혀 함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종교도 순기능적 역할만 했으면 좋았겠지만 세속화된 종교인들로 인해 역기능을 일으켜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도 있다.

방사청이 생기기 전처럼 각 군별로 환원시키거나 국방부에서 방사청을 독립시켜 정부조직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기구나 조직에서 오는 비리도 구조적인 병폐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더 큰 문제다.

방사청에서 외국에서 무기 구매할 경우 그 핵심기술을 이전받거나 우리 부품을 역으로 수출하는 절충교역(offset)을 한다. 최첨단 고등훈련기, 세계 최고 성능의 육군 K-9자주포, 해군 잠수함을 세계시장에 수출했다.

1983년 절충교역이 시작된 이래 대부분 대기업이 그 혜택을 받아왔다. 그래서 방사청은 중소기업과 매주 목요일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와 국제적으로 알려진 록히드 마틴, 노스톱 그루먼, 보잉, 에어버스 같은 방산업체의 부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거나 부족한 기술을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제작케 한다.

방산 비리는 이적행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방산 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산 비리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방사청 직원과 방산업체의 유착관계다. 이 두 기관을 연결시키는 에이전트들의 수가 400~500개나 된다. 소위 무기 중개상들이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복면을 쓴 군피아들로 활동한다.

군인맥과 학연을 살려 대부분 특정사업 TF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다. 여기서 군사기밀을 유출하거나 문서위조, 뇌물수수 등의 비리가 생긴다. 통영함도 임시 공문서변조, 기밀유출로 2억원 정도의 저성능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구매토록 한 전현직 관리들이 조사받은 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방사청이 무기 시험 성적서를 위조 또는 변조해 불량무기나 부품을 납품케 하거나 원가를 조작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비리다.
셋째, 사업관리의 부실이다. 개발된 무기를 야전에서 운용하던 중 결함이 발견돼 파손 또는 폐기해야 하는 악순환이다.

넷째, 정책의 실패가 무기 거래의 가장 큰 비리다. 북한의 특정무기 체계에 대한 위험을 부추겨 무기체계 도입의 우선순위를 상향 조정하는 데 개입한 정치권력과 예비역 군 간부들이 방산비리의 몸통이라 할 수 있다.

방산비리는 방위사업이 갖는 폐쇄성과 군사기밀에서 기인하는 정보의 독점성, 군 퇴직자의 불법로비와 부당거래 유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해외 방산업체들은 국내 무기시장을 손금 보듯 정확히 읽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이 비리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중삼중의 규제와 감시를 받는 국내업체의 문제로만 사태를 몰고 간다.

고도의 정책 로비로 수조 원이 낭비되는 비리는 묵인되고 수십 억, 수백 억의 낭비만 부각시켜 방사청 폐기론까지 나왔다. 문제의 핵심은 구조가 아닌 사람에게 있다. 하나님을 떠난 타락한 인간의 마음은 만물보다 더럽다. 사람이 하나님 면전(Coram Deo)에서 변하지 않는 한 비리의 고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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