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해결사' 비결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
‘민원 해결사' 비결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12.16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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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김용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용태 새누리당 국회의원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기획’으로 시작했던 양천구 ‘민원의 날’ 행사가 100회째를 맞았다. 기획자는 지역구 양천을의 김용태 의원. 4년반 동안 김용태 의원 지역 민원사무실을 다녀간 주민은 8600여명, 민원 건은 4500건에 달한다. 김 의원은 밀려드는 지역 민원에 깔려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새누리당의 ‘동토’에서 재선에도 성공했다.

국회 정무위원이자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 의원을 지난 12월 1일 만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지역민심 챙기기 이야기, 보수혁신 과제,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민원의 날’

-김용태 의원 하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지역구 챙기기’를 잘하는 정치인입니다. 얼마 전에 ‘양천구 민원의 날’ 100회째 행사를 하셨죠.

제 지역구인 양천을은 그동안 보수정당 뿌리를 가진 사람은 한 번도 당선되지 못했던 새누리당의 자갈밭, 동토였습니다. 2008년 총선에서 저는 순전히 집권여당에 대한 기대 하나로 당선됐던 겁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를 맞았는데 서울 48개구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꼴찌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선택할 길은 포기 아니면 무모한 도전이었죠. 포기도 생각해 봤는데 그때 제가 했던 말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택한 무모한 도전이 바로 ‘민원의 날’이었던 겁니다.

저의 유일한 승부수였고 한편으로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기획이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어설픈 평판만 갖고는 택도 없다, 표를 하나하나 카운팅해서 얻는 방법밖에 없겠구나 하는, 즉 마이크로 타깃팅(micro targeting)이었죠.

국회의원이 나랏일 안 하고 동네 민원이나 하면 되겠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없이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입니다.

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배워야 됩니다. 훈련해야 되고 단련해야 하는 거죠. 저는 민원의 날이 조정능력을 단련시키는 최고의 학습의 장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실제로 많은 민원들이 해결됐나요? 주민 얘기를 다 듣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다 들어준다면 나라가 산으로 갈 수도 있겠는데요.

‘민원의 날’에는 인생사 살아가면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상할 수 있는 일들이 다 들어옵니다. 지난 2010년 7월에 시작해서 지난 11월 10일 100회를 맞이할 때까지 약 4500건의 민원이 들어왔고, 다녀가신 민원인은 8600명 정도 됩니다.

민원의 해결 비율이 얼마냐고 많은 분들이 물어보는데 저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민원의 만족도를 물어보셔야 합니다.

민원은 해결을 다 못 하죠. 그리고 100% 해결되는 것도 거의 없죠. 지금까지 들어왔던 민원들은 해결된 것은 그렇지만, 미해결 민원은 진행 중인데 그런 가운데 새로운 민원이 계속 밀려들어와요. 그래서 기존의 해결 안 된 민원은 수직적으로 계속 쌓이고, 그 사이에서 깔려 죽는 거죠.

이런 최대 위기에서 극적으로 어떤 원리, 어떤 이치를 깨닫고 기사회생으로 돌파를 해나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해결률과 만족도의 함수입니다. 특히 민원은 해결되지 않은 민원을 어떻게 해결하는냐가 가장 관건임을 알았죠.

우리한테는 민원이 다 1/n 이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게 걸린 모든 거예요. 처음에는 화도 내시고 욕도 하죠. 하지만 정말 열심히 알아봤다, 근데 해결이 안 되더라, 죄송하다고 하면 달라집니다.

앞에서는 화를 내고 욕하지만 나중에는 ‘젊은 국회의원이, 젊은 친구들이 끝까지 알아봐주고 나중에 안 됐다고 미안해 하더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분의 민원은 해결해드리지 못 했지만 만족은 하신 거예요. 이게 비밀이죠.

그래서 민원의 날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만나고,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기획된 정치적 계산, 나쁜 말로 장삿속이었지만, 나중에 보니 정말 마음으로 서로 만나는 기회라는 걸 깨달았죠.

 

-그걸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세월호 정국에서 대통령이 몇 번이라도 ‘유민 아빠’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셨죠. 상대가 처음부터 의도적이거나 악의적인 경우 무조건 만난다고 해결이 될까요.

유민 아빠나 세월호 유족들의 모든 요구 조건을 무조건 들어줘서는 안 되고요. 그건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사에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야 한다는 거죠.

그런 사람도 변화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땡깡’ 부리면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이제 그만해라, 당신 해도 해도 너무한다’라며 말려주고 해결해 줍니다. 저는 그걸 믿습니다.

-김 의원님은 원내 유일한 김문수 직계 의원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장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서울대 정치학과 91학번이신데 학생운동을 세게 했던 건 아니시죠?

교조적인 학생운동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수단과 과정을 무시하고 본인들의 목표가 옳다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행위에 질리게 됐고, 새로운 학생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 와중에 1992년 민중당을 알게 됐습니다. 민중당은 우리나라 최초로 반(反)막스-레닌, 반(反)김일성주의를 내걸고 새로운 변혁운동을 하기 위해 탄생한 운동그룹이었습니다.

당시 만났던 사람이 장기표, 김문수, 이재오, 김성식, 차명진, 임해규 등이었죠. 당시 저는 대학생 자원봉사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변혁운동을 꿈꿨던 사람들과 같이했던 것을 지금도 영광스럽고 뜻 깊게 생각하죠. 그분들과 인연이 지금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수혁신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일

-새누리당 보수혁신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신데 ‘보수혁신’,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첫째는 특권 내려놓기, 두 번째는 정당개혁, 세 번째는 정치개혁, 즉 선거구개혁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혁신안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미 정치혁신의 아젠다는 다 노출돼 있습니다.

다만 그 실천을 누가 할 것이냐, 즉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승부처는 모든 구성원들의 위기의식 정도이고, 두 번째는 이 쇄신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입니다.

현재 쇄신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의 두 주체는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이죠. 두 분 다 우리 보수 진영의 위기와 그 본질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위기의 본질은 국민들로부터 정치 일반, 나아가 보수세력에 대한 불신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수의 혁신’이라기 보다는 ‘정치권, 정치인들의 혁신’으로 들리는데요.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뭐라고 보십니까.

보수혁신은 보수를 혁신하겠다는 것보다는 보수가 혁신을 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봅니다. 보수혁신은 목적어가 아니라 주어입니다.

저는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주체들이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즉 좌파나 진보하고 주도권 싸움에서 국민적 정당성의 게임에서 밀리거나 스스로가 위축되고 때로는 퇴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보수세력이 국민적 정당성을 소위 선점 내지 확보한 게임에 최대한 우리가 나서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보수 이념에 대한 정립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끊임없이 특권 내려놓기 등 혁신 작업을 통해서 국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게 주도권을 확보한 다음에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와 나라의 어떤 비전을 우리가 힘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의 가치는 무엇이며 보수와 진보가 다른 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핵심은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경제민주화에 대해 얘기를 해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보수나 진보적 경제이념이 아니라 팩트(fact)입니다.

세상 원리의 본질은 시장입니다. 시장은 우악스럽고 때로는 사악해 보이기도 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를 보완해야죠.

경제가 좋아지면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잘 사는 사람입니다. 한편 경제가 나빠지면 손해를 가장 먼저 보는 건 가난한 사람이지요. 더 무서운 진리는 경제가 나빠지면 가난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서 자산과 소득을 헐값에 팔게 됩니다. 잘 사는 사람은 거의 헐값으로 삽니다.

그러고 나서 경제가 좋아지면 잘 사는 사람은 돈을 왕창 버는 거죠. 이게 가장 무서운 팩트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 입장에서 경제가 좋아졌을 때 잘 사는 사람이 더 잘 사니깐 기분 나쁘지만, 결국은 경제가 조금씩 좋아져야 한다는 거죠. 여기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야 합니다. 이 팩트에 쓰지 않는 모든 게 다 위선이고 거짓이에요.

그래서 제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느냐. 그랬더니 약탈적 경제구조를 해소하면 중소기업이 잘 되고 중산층과 서민들이 잘살게 된다는 논리를 펴는데 그 가설에 대한 증명을 못하더라고요.

 

-의원님은 작년 9월 포털규제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얘기하신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포털규제법은 일감 몰아주기나 공정거래법과 다르게 네이버나 다음 자체를 규제하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졌으면 나름대로 규율체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시장경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게임의 룰이 존재하죠. 게임의 룰이 존재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 안에서 시장이 작동하도록 해야 되는 거죠. 경제를 다루자고 정치를 다루면서 시장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문제였잖아요.

-현재 우리 사회나 정치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북한문제로 돼 있습니다. 특히 국회의 북한인권법 통과가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예측 불가능한 북한 지도자에게 우리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건 정말 기가 막히죠.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 중 핵심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위험에 맞서겠다, 전쟁을 각오하겠다고 하는 의지라고 믿습니다. 그럴 때 전쟁과 위기도 막을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우리 안보태세가 매우 이완돼 있다는 것은 위기이고 위험한 징후입니다. 우리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북한인권법은 백번을 통과했어도 했었어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우는 논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고요. 옳고 그름은 명백한데 다만 정치라는 것은 상대가 있으니 여하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고, 나아가서 우리가 원하는 한민족 정책에 도움이 되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하겠습니다.

 

‘국회골방기도회’의 골방지기

-국회 내에서 매일 오전 7시에 열리는 ‘국회골방기도회’ 멤버이시죠. 소개를 부탁합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명순 목사님이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국회에서 드리자고 해서 시작했고 1600일째 이끌고 계십니다. 저는 그 뜻에 공감해서 ‘골방지기’로 섬기고 있죠.

제가 매일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되지만 현역 의원으로서 예배가 매일 이뤄질수록 공간을 확보하는 것, 하나님을 섬기는 모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명을 맡겨 주신 자체가 영광인데 역량이 안 될까봐 늘 걱정이죠. 신앙을 가진 지는 이제 겨우 7년째입니다.

-정치라는 옷이 몸에 잘 맞으시는지요. 정치를 하면서 후회를 할 때는 없었나요.

정치에 대해 확신을 하는 게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사회를 바꾸는 가장 큰 레버리지, 영향력을 쥔 게 정치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정치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사실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에 복무하는 것 자체를 저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로 여기고 제 스스로를 늘 각성하면서, 또는 힘이 빠졌을 때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고 복 돋아주는 힘이 됩니다.

후회까지는 아니고, 아쉬운 것이라면 제가 아이들 아니면 죽고 못 사는데 가족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가장 아쉽고 힘든 점이죠.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자 하십니까.

정치멘토이신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께서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란 그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두려워할 것은 국민뿐이다, 네가 믿을 것 또한 국민밖에 없다, 네가 나쁜 짓 하지 않고 소신껏 하면 국민이 살려 줄 거다, 라는 믿음을 갖고 정치를 해보라고 하셨죠. 정치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박진우 기자 newsthat@futurekorea.co.kr
사진/정연호 객원기자 mychunsha@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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