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퍼거슨 사태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의 꽃
美 퍼거슨 사태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의 꽃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12.1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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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미주리주 퍼거슨에 사는 나탈리 두보스는 32세의 흑인 싱글 맘이다. 혼자 두 자녀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녀는 주말이면 벼룩시장에서 부스를 임대해 자신이 구운 케이크를 팔아왔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을 통해 그녀는 돈을 조금씩 저축했다. 퍼거슨 시내에서 제과점을 오픈하겠다는 것이 그녀의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탈리 두보스 열심히 일했고, 마침내 지난 8월 그녀는 퍼거슨 시내에 자신의 이름을 딴 ‘나탈리 케이크 앤 모어’(Natalie’s Cakes & More)라는 제과점을 개업했다.

작은 제과점이었지만 그녀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24일 밤 그녀의 제과점은 약탈자들에 의해 심하게 훼손됐다.

그날 저녁의 일이었다.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배심원단이 지난 8월 9일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찰 더렌 윌슨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성난 시위대는 퍼거슨 일대에서 방화와 약탈을 자행했다. 그로 인해 60여 개의 가게가 약탈됐고 그 가운데 12개는 방화로 전소됐다.

나탈리 제과점은 그렇게 파괴된 가게 중 하나로, 제과점의 대형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제과 장비들은 파손됐다. 다음날 아침 파괴된 제과점을 바라보며 그녀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긍심이 강한 그녀는 절망을 딛고 일어섰다. 두드리면 열리는 법. 그녀는 곧바로 수리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마침내 온라인으로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받는 웹사이트인 ‘GoFundme’를 소개받았다.

그녀는 25일 이 웹사이트에 ‘나탈리 케이크 & 모어 펀드’라는 이름으로 수리기금 마련을 위한 웹페이지(www. gofundme.com/NataliesCakesnMore)를 오픈하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나탈리 두보스가 퍼거슨 시내에 있는 자신의 제과점 앞에 서있다

작은 손길과 격려에서 얻은 큰 감동

“저는 미주리 퍼커슨에 사는 나탈리 두보스입니다. 저는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개장을 한 제 가게는 이번 폭동으로 파손됐습니다. 가게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고 제과 장비들은 부서졌습니다. 제과점을 차리기 전에 저는 벼룩시장에서 케이크를 구워서 팔았고, 조금씩 돈을 저축해 비록 작은 규모지만 제과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빵 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제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게를 수리하는 데 도움을 주실 손길이 필요해 이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액수라도 기부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나탈리 두보스는 20만달러를 목표 금액으로 삼았고 이 웹사이트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열심히 알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7959명이 5달러, 10달러, 25달러, 100달러 등을 기부해 3일만에 목표 금액을 초과한 25만달러가 모아졌다. 웹사이트에는 나탈리를 격려하며 이를 통해 미국의 희망을 보았다는 900여 개의 글들이 쏟아졌다.

“당신의 이야기는 이 위대한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론다 머서)

“흑인 중소기업 주인과 백인 중소기업 주인은 같은 목표가 있습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입니다. 우리가 그 그림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서로 전쟁하며 싸울 것입니다” (라이나 스투어트)

“우리는 하나입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백인 대 흑인’으로 가르려고 합니다. 우리가 연합할 때 강해집니다. 당신은 내 동료 미국인입니다” (클레터 린)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이 나라에 대한 나의 희망을 회복시킵니다. 당신은 열심히 일했고 꿈을 이뤘습니다. 어려움이 올 때 당신은 하나님을 신뢰했습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서 기쁩니다” (수 메클린)

“퍼거슨에서 증오와 슬픔을 되돌아보기보다 앞을 보고 전진하며 사업을 더 키우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통해 미국인들에 대한 나의 희망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케이 넛슨)

나탈리는 동료 미국인들의 이와 같은 성원에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전국에서 이렇게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은 것에 너무나 놀랍고 감사합니다. 제가 재기해 제 꿈을 이루고 자녀들을 부양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번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다른 가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이들에게도 기부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 가게도 포함돼 있다. 이들 가게들에도 각지에서 보내온 성금들과 격려의 글들이 답지되고 있다.

미국 공산주의자 등 일부 과격한 세력들은 이 퍼거슨 사태를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부당하게 당한 경우라며 확대 포장해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시위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탈리 이야기는 미국의 정신이 어떤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아름다고 희망에 찬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 미국 공산당인 혁명적 공산주의당이 배심원단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미국을 'AMERIKKKA'로 표기하며 과거 흑인들에게 무장테러를 자행했던 백인그룹인 'KKK'와 동일시했다

배심원의 판단 ‘윌슨 경찰은 무죄’

한편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배심원단은 3개월간의 심사 끝에 다음과 같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즉 더렌 윌슨 경찰은 업무 중 정당방위 차원에서 치명적인 무력을 불가피하게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이때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검찰은 관련 증거와 증언 전체를 공개하며 배심원단 판결의 근거를 상세히 밝혔다. 특히 검찰은 부검 보고서에서 마이클이 정면으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발표, 도망가는 마이클을 윌슨 경찰이 뒤에서 총을 쏴서 죽였다는 증언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해 줬다.

마이클이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들었는데도 윌슨 경찰이 총을 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려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클이 경찰차 안에 앉아 있던 윌슨 경찰을 가격하며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때 윌슨 경찰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며 도망가던 마이클이 몸을 돌려 윌슨 경찰을 향해 달려올 때 역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윌슨 경찰은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 관련 문건들의 내용이었다.

배심원단의 결정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법치주의 국가라며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즉각 밝혔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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