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해지는 미국교회
‘컬러풀’ 해지는 미국교회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12.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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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 타이슨스에 소재한 매클린바이블 교회는 일요일에 세 번 공식 예배를 드린다. 오전 9시, 10시45분, 12시30분. 교인들은 각자 편한 시간에 예배를 드리는데 오전 9시 예배에는 중국어 통역, 오전 10시45분에는 한국어와 스페인어 통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영어를 잘 못하는 중국계 이민자들과 한인 및 중남미 이민자들이 영어로 이뤄지는 설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예배 시간이 되면 이민자들은 입구에서 통역기를 받아들고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예배는 인도계 여성이 인도하는 찬양팀과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으로 구성된 합창단의 찬양으로 시작된다. 예배당을 메운 교인들 역시 인종이 다양하다. 얼마 전 예배 때는 스페인어와 영어로 함께 찬양했고 끝에 가서는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으로 찬양하기도 했다.

1만3000여명의 교인들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인 이 매클린바이블 교회는 한때는 백인 위주의 교회였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인종이 다양해지면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의 인종도 다양화되고 있다.

교회는 이런 변화에 맞춰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역 서비스가 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이란에서 온 이민자들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언어인 파르시어로 드리는 예배가 열리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매클린바이블 교회는 인종적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미국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한때 일요일 11시는 미국에서 가장 인종 분리가 심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 시간에 백인은 백인교회로, 흑인은 흑인교회, 히스패닉은 히스패닉교회, 아시안은 아시안교회로 가서 끼리끼리 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백인이 줄고 있는 반면 히스패닉, 아시안은 고출산과 이민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사회의 인종 다양성으로 인해 교회도 변화하고 있다.


“교회가 분리되면 도시도 분리”

듀크대 전국교회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 교회의 비율은 1998년 7%에서 2012년 13%로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다인종 교회로 변한 몇몇 미국 교회들을 소개했다.
오하이오 신시내티에 있는 ‘사람들의 교회(Peoples Church)’는 10여 년 전에는 교인 모두가 백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반이 백인, 25%는 흑인, 나머지는 30개 나라 출신이다. 이 변화를 주도한 이 교회의 담임목사 크리스 비어드는 “다인종 사회에서 교회가 단일 인종으로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며 “교회가 인종적으로 분리돼 있으면 도시는 당연히 인종적으로 분리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칸사스 리틀락에 소재한 교인 5000명의 한 대형교회는 교인 대부분이 백인이다. 이곳에서 청소년 담당 목사로 활동했던 마크 디마즈는 신학적인 이유로 2001년 다인종 교회를 시작했다.

백인인 디마즈 목사가 근거로 삼은 성경 구절은 신약 요한계시록 7장 9~10절이다.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양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쳐 가로되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있도다 하니.”
디마즈 목사는 “천국은 인종적으로 분리돼 있지 않는데 왜 세상에서 교회는 인종적으로 분리돼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미국 교회의 인종적 다양화는 주로 기존의 백인교회가 다인종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교회들이 백인, 흑인 등에게 다가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워싱턴 DC에 있는 한 에티오피아 교회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3000여명 규모의 교회다. 이 교회 담임목사인 한피어 알리가즈는 그동안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만 다가서는데 이제부터는 인근 지역의 한인, 히스패닉, 흑인 등에게도 복음을 전하자는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의 피부색을 보지 않는다. 관심은 영혼이다”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에 소재한 브라질 출신 이민자들로 구성된 교회의 솔라노 코스타 목사는 기존에 포르투갈어로 하는 예배 외에 영어 예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부색을 보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이 우리를 미국에 있게 한 것은 브라질 사람에게만 다가서는 것이 아닌 모든 미국인들에게 다가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 전에는 ‘우리가 왜 미국인들을 걱정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인들의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미국의 모든 사람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골든 콘웰 신학교의 토드 존슨 교수는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미국에 이민 오고 있다”며 “이들은 미국에서 자신들의 교회를 세우고 수많은 언어로 예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슨 교수는 “이민 교회들이 이민 사회를 넘어 주변 도시와 백인 커뮤니티에 다가서고 있는데 실제로 한인, 브라질, 나이지리아 교회에 참여하는 백인들이 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교회 솔라노 코스타 목사는 “미국은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보낸 나라다. 우리는 미국 교회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우리는 그들에게 은혜를 되갚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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