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경쟁력의 지표다
희망이 경쟁력의 지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2.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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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문용린 편집고문‧서울대 명예교수
▲ 문용린 편집고문
 서울대 명예교수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비난과 악담과 험담의 일상에 익숙해졌다. 소수 집단에 서식하던 이런 나쁜 관행이 전염병처럼 온 사회에 퍼져버린 것이다. 공중파 방송의 오래된 매너리즘을 깨고 신선한 기풍을 사회에 풍겨줄 것으로 기대돼 출발한 종편방송들조차 그런 질병에 걸려 허덕이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애써 변명하려고 들지도 모른다. 그런 약점 들추기와 비난과 악담과 험담이 사람과 사회를 개선하고 진보시키는 계기가 되리라는 정당화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자녀의 게임 중독을 비난과 악담으로 고치려다, 오히려 반감을 사 크게 화를 당하는 사례가 최근에 벌어지지 않았는가?

결국 비난과 악담과 저주의 일상화는 진보의 계기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더욱 긴장과 갈등과 충돌의 내압을 높이는 결과만 초래케 할 뿐이다.

어두운 곳 들추기와 비난의 강도 높이기 경쟁에 올인하는 이 고질적 관행은 결코 우리의 본 모습이 아닐 뿐더러, 사회 진보의 계기이자 방책은 더더욱 아니다.

야생의 동물조차, 고통의 처벌보다는 칭찬과 격려의 긍정적 보상으로 더 많은 행동의 진보를 가져 올 수 있었다는 사례가 서울대공원 사육실험에서도 나타났다.

부정적 행동에 대한 지적과 비판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을 힘들여 찾아서, 긍정적 보상을 해주는 일을 교육학에선 최고의 교육원리로 삼고 있다.

비난과 악담과 처벌은 증오를 유발시키지만, 칭찬과 격려와 보상은 긍정적 관계에 대한 희망을 불러 일으켜 사회 진보를 위한 개인들의 노력을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런 간단한 원리를 잊고 있는가?

이제 을미년 새해를 맞는다. 구한말 을미사변으로 대표되는 120년 전의 암울한 시기의 주된 특징이 바로 비난과 험담과 음모가 판쳤던 시기다. 그래서 증오의 파도가 소용돌이쳤었다.

이제 그것을 다시 반복할 것인가? 증오가 아니라 희망이 넘치는 사회로 만들자. 기대와 꿈과 비전과 희망이 넘실대는 사회로 만들자.

희망은 사회 진보의 가장 강력한 필수적 인프라다. 희망을 잃은 개인, 기업, 국가가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갈 수 있겠는가? 희망이 사회 변화의 활력을 이끄는 견인차다.

한니발은 이탈리아 평원의 탐스런 과일에 대한 희망을 불러 일으켜 병사들로 하여금 험난한 알프스를 넘게 했다. 험난한 대서양을 건너게 한 것도, 거친 대평원을 다듬어 현재의 미국을 이룬 것도 이민자들의 신대륙에 건 희망,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살아 보자는 희망을 폭발시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클린턴은 집권 내내 희망을 되찾자(Hope is back)는 메시지를 외치며 다녔다.

아무리 현실적 여건이 어려워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수천 년 누적된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었단 증거다.
희망을 잃으면 재기는 없다.

비난과 악담과 험담은 증오와 절망을 쌓이게 해서 파괴로 나서게 하거나 주저앉게 하지만, 칭찬과 격려와 배려는 신뢰와 희망을 샘솟게 해서 다시 일어서게 하기 때문이다. 즉 희망이 사회 진보를 위한 열정적 실천과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갑오년 한 해는 참 암울했다. 국회와 정부가 이런저런 일로 국민들을 절망시켰고, 매스컴과 인터넷 그리고 온갖 종류의 소통매체가 비난과 험담과 거친 말로 긴장과 갈등을 부추겨, 그나마 있던 희망의 싹을 누에처럼 갉아 먹었다.

그래서 희망을 떠나보낸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을미년 새해는 달라져야 한다. 희망을 주는 국회와 정부, 그리고 매스컴과 인터넷을 기대한다.

국민소득수준이 아니라, 희망수준이 이젠 발전과 경쟁력의 지표다. 희망에 찬 국민이 많을 때 그리고 늘어날 때, 사회가 진보와 발전을 거듭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희망을 되찾아 꿈에 부풀어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직장인들, 그리고 특히 젊은 부부와 중소 기업인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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