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서비스가 ‘대박’ 비결
창조적 서비스가 ‘대박’ 비결
  • 정용승
  • 승인 2014.12.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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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희망이 보인다] ‘아이디어 뱅크’ 택시운전기사 이 경 씨

‘정신 나간 놈’ ‘혼자만 잘난 척하는 놈’

택시기사 이경 씨가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그는 ‘정신 나간 놈’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디어 뱅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좀 더 근접한 표현이 있다면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 아니, 드디어 실체가 없는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발견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 달 500만 원 버는 택시운전기사

내비게이션을 보는 이유에 대해 ‘길을 몰라서’가 아닌 고객이 원하는 ‘최단거리를 찾기 위해’서라는 그였다. 고객을 위해서 항상 차를 왁싱하고 상쾌한 향기를 위해 방향제를 설치해놨으니 직접 맡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어떤 아이디어든지 항상 ‘고객의 입장’을 위해서라는 이경 씨를 직접 그의 택시에서 만나봤다.

-우선 해명하실 것이 있다고요?

네. 얼마 전에 한 일간지에 저에 대한 기사가 나갔는데요, 그 기사에 제가 우버택시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고 기자가 썼더라고요. 그런데 전혀 아니거든요.

저는 우버택시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택시업계와 이른바 ‘적대관계’인 우버택시를 택시기사인 제가 할 리 없죠. 지금 서울시청 앞에서 택시노조가 우버택시 관련 시위를 하고 있는 것까지 알고 있는 제가 우버택시를 운영하겠어요? 전혀 아니에요.

그 인터뷰 당시에 기자가 우버택시에 관한 질문을 하기는 했어요. 저는 우버택시를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이 아닌, 우버택시가 가지고 있는 고급서비스나 고급차량 이미지를 택시가 받아들이면 고객의 만족을 더 충족시켜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했고요.

그런데 이 얘기가 마치 제가 우버택시도 운영하고 있고, 우버택시가 좋다는 식으로 나간 것이죠. 그래서 지금 제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심지어 그 기사의 마지막에 있는 우버택시와 영업택시의 사납금 비율에 대한 얘기도 다루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런 얘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정말 억울합니다. 회사에 폐도 끼쳤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해명할 게 있다면, 기사 제목이 ‘한 달 600만 원 번다’는 식으로 보도됐어요. 그런데 이것도 사실과는 달라요. 제가 최고 많이 벌었을 때가 680만 원 정도이고요, 평균적으로는 300만~500만 원 사이를 벌어요.

-그 금액도 적은 금액은 아닌데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차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라고 봐요. 처음에는 제 명함을 드렸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마케팅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제 차를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템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로또 번호를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돈을 내고 타는 택시인데, 만약 잘 되면 돈을 벌 수 있으니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물론 제가 직접 선택한 번호는 아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돈을 어느 정도 지불하고 당첨 가능성이 높은 번호를 손님들에게 드리고 있어요. 명함에도 ‘호출 시 로또 번호 제공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죠.

또 제 차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 엠블럼이 없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직접 엠블럼을 사서 달았어요. 특히 외국인 고객들이 제 엠블럼을 보고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하나 더 있다면, 여자 고객들을 위해 방향제도 설치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여자 고객들이 택시 냄새가 좋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디어인데요. 단골 고객이 꽤 되실 거 같아요. 몇 분이나 있나요?

1주일에 2~3번 타는 단골 고객은 10~15분 가량 되고요, 공항 픽업을 요청하는 회사가 5군데 정도 있어요.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됐나보네요.(웃음) 택시를 처음 운영할 때부터 이런 아이디어가 있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 아이디어 뱅크 택시운전기사 이경 씨

외국 손님도 단골 고객으로 만들어

그렇죠. 제가 택시를 운전한 지 1년8개월 정도가 되는데요, 처음에는 고객을 찾기 어려웠어요. 손님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시간도 많이 낭비되고, 또 찾는다 해도 그 분이 소위 ‘장거리 운행 고객’인지 ‘단거리 고객’인지 모르니 수입이 들쭉날쭉 했어요.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문득, 내가 손님을 찾아다니지 말고 반대로 손님이 나를 찾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손님이 제 차를 찾으려면 번호를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명함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종이 재질이었는데, 종이 명함을 드리니 버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항균 명함을 생각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외국어 명함만 만들었는데, 인기가 많아져서 한글 명함도 만들게 됐어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외국인 고객도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외국인이 한국 택시의 단골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게 쉽게 와 닿지 않는데요.

저도 외국에 나가서 택시를 타 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제가 불편했던 게 몇 개 있었어요. 첫 번째로는 말이 안 통하니 목적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었어요. 두 번째로는 그렇다보니 저 같은 외국인을 잘 안태우더라고요.

그래서 번역기 어플을 사용해보자 마음먹은 거예요. 즉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본 거죠. 외국인 손님이 타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본 뒤 언어를 설정하고 어플을 통해 대화를 하는 식이예요.

이런 식으로 외국인 손님과의 벽을 허물다보니 외국인 고객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직접 추천하다보니 믿을 수 있으셨겠죠. 게다가 ‘바가지 요금’ 걱정도 없고요.

-원래 직업은 택시기사가 아니었죠? 반도체 공장에서도 일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택시기사가 되기로 결심한 거예요?

제 전공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에요. 그런데 이 쪽 일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프로그램밍은 ‘대박 아이템’이 없으면 목돈을 만질 기회가 별로 없죠. 그래서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작년 1월 불산 노출사고를 당한 후에 그만뒀죠.

그 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평소 다니는 교회에서 목사님과 상담도 많이 했었는데 마침 목사님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최고가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게 두 가지에요. 컴퓨터와 운전. 또 운이 좋게도 같은 교회에 다니는 분이 자신이 다니는 택시회사를 추천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됐죠.

-개인적인 아이디어 말고도, 지금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뽀로로 택시를 제안한 걸로도 알고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은 건가요?

사실 처음에는 뽀로로 택시를 제안한 게 아니었어요. ‘누리택시’를 제안했었죠. 누리 택시가 뭐냐면, 타요버스 만화에 나오는 택시캐릭터예요.

 

고객 입장 생각하면 아이디어 떠올라

타요버스가 한창 유행할 때였어요. 아무래도 관심이 타요버스에 쏠리다보니까 택시를 찾는 고객도 줄어들더라고요. 그래서 택시도 이런 캐릭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만화를 보다가 찾은 거죠. 제가 만화를 꽤나 좋아하거든요.

어쨌든 누리 택시 캐릭터를 제 차에도 적용하면 다시 손님들이 많아지겠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서울시 택시물류과에 전화해서 누리택시 아이디어를 말했는데 거절당했어요.

택시공제조합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다가 4월에 다시 고민을 하게 됐죠. 곧 5월 어린이날이 다가오는데 그때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가 있으면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마침 뽀로로 만화가 유행을 타기도 했고 해서 다시 한 번 택시물류과에 전화를 한 거죠. “뽀로로를 캐릭터로 해서 하면 어떻겠느냐” 다시 제안했어요.

그런데 마침 다른 분이 거의 동시간에 아이디어를 제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거의 같은 시각이기도 하니 저도 제안자가 된 거죠.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저는 제 차에 뽀로로 캐릭터를 입히고 싶어서 제안을 한 건데, 그게 안 됐어요. 관련 부서에서 서울시 영업용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모든 사장님들이 거절을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영업용 택시에는 안 하기로 결정됐다고 하더라고요.

-억울하시겠어요.

네. 조금(웃음)

-택시를 운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많죠. 그 중 몇 개는 기사로도 나기도 했고, 라디오를 통해 나가기도 했어요.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면 저 덕분에 승진한 자동차 딜러 분 얘기가 있어요. 그 분은 제 고객 중 한 명이었죠.

그 분에게 저는 자주 제 택시를 ‘아이템’으로 사용해보라고 권했었어요. 새 차를 구입하시는 고객을 제가 모셔다 드리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었죠. 그 고객이 차를 받으시는 곳까지요.

즉 ‘픽업’을 하면 고객이 더 편하게 차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어요. 그 분도 반신반의하다가 한 번 제 제안을 받아들여서 실행해봤죠. 결론적으로는 ‘대박’이었죠.

그 고객이 감동을 하고 홈페이지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린 거예요. 그래서 딜러 분이 승진을 하게 됐고 지금은 예전보다 더 저를 많이 찾아주세요. 윈-윈 한 거죠.

* 이 기사는 '미래한국TV'를 통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영상 링크 : http://youtu.be/yjGR6WV-58M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사진/김회승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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