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지고 행복하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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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4.12.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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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세네카 <인생이 왜 짧은가>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세월의 빠름과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젊었을 때는 성큼성큼 자라 조금이라도 빨리 세상에 나아가길 원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는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위대한 인물이든 평범한 인생이든 이 세상에 나서 길고 짧음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결국 한 세상 살다가는 건 평등하다.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다.

필멸(必滅)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주제다. 로마 최고의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인 세네카 역시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값진 것인지 성찰했다. 세네카는 인생의 길고 짧음은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자신의 수명을 늘리는 것도, 아니면 단축시키는 것도 스스로의 삶의 방식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세네카의 담론 네 가지가 이 책에 담겼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 ‘섭리에 관하여’ ‘행복한 삶에 관하여’가 그것이다. 주제는 다르지만 성찰의 맥락은 하나같이 연결된다.

세네카의 인생관은 세속적 관념의 길고 짧음을 초월한다.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사람에겐 긴 시간이 주어지지만 “많이 빼앗긴 자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시간 관리적 차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에 시간을 쏟을 것인가라는 인생관에 직결되는 것이다.

검소한 생활을 하며 철학에 시간을 쏟는 사람이라면 하찮은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자신에게 침잠하고 자신을 계발하되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가치 있는 일에 매진하되 “쓸데없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이룰 수 없거나 불필요한 일에 지나치게 매달려 분주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보람으로 채우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세네카가 말하는 이른바 ‘분주한 게으름’이 그것이다.

행복한 삶의 기초는 선(善)이다. 세네카는 인간이 고통에 처할지라도 선의 미덕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운과 불행조차 신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자를 단련시키기 위한 사랑의 시험이라고 본다.

선한 자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지만, 길고 더 넓게 보면 결국 선한 자는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네카는 인생의 시련을 딛고 일어설 것을 주문한다.

어떠한 고통과 재난이 닥쳐도 맞서 이겨 나가란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겸허하지만 외부의 탓을 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당당한 철학이다.

“행복한 삶이란 올바르고 확고한 판단에 기초하고 있어 동요하는 일이 없는 생활”이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선 ‘건전한 정신’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세네카는 일시적 쾌락에 흔들리는 삶을 경계한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미덕과 악덕 사이의 불화를 다스릴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을 요구한다.

자신의 이성과 정신을 신뢰하고 항심(恒心)을 유지해야 한다. 세네카는 자신이 정해 놓은 한계를 지키며 마음의 판단력과 됨됨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최고선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 “최고선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의 힘이며 선견지명(先見之明)이며 숭고함이며 건강이며 자유며 조화이며 아름다움이다.”

세네카는 행복한 삶을 위해 적절한 여가를 즐기고, 선행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네카의 인생관은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것인가를 더 중시한다. 가치 있는 일에 매진하고, 지나친 쾌락을 탐닉하지 않는 절제된 삶이라면 결코 짧은 인생이 아니다.

자신이 지나치게 분주하고 어떤 즐거움에 빠져 있을 때, 세네카의 행복론을 한번쯤 상기하면서 과연 가치 있는 삶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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