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선거, 양안관계의 한계를 드러내다
대만선거, 양안관계의 한계를 드러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12.30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지난 11월 29일 치러진 대만의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국민당이 참패했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12월 3일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2016년 1월에 있을 총통 선거 때까지 총통직이야 유지하겠지만 별다른 정책을 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되며 총통 선거에서도 국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당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장개석 총통의 정당이며 1949년 모택동이 주도하는 공산당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다음 대만으로 망명한 후 수십년 동안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해 왔던 유명한 반공 정당이다.

장개석의 아들인 장경국이 1988년 사망할 때까지 일당독재를 거의 40년 동안 유지해 왔던 대만은, 지금 선거 결과에 따라 야당과 여당이 바뀌는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발전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본토의 중국보다 4배 이상 높은 선진국이다. 구매력 기준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8500달러로 중국의 9100달러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대만의 민주화는 1986년 민진당의 설립과 더불어 시작됐다. 민진당은 오랜 세월 중국 공산당과 투쟁을 벌여왔고, 중국을 통일하겠다던 목표를 가진 국민당과는 달리, 대만 스스로 독립국이 되기를 원하는 정책을 가진 정당이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 보기에 중국 공산당을 극렬히 반대하며 본토를 수복하고 통일하겠다는 국민당보다, 통일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하겠다는 민진당이 오히려 더 두려운 정당이 되고 말았다.

국제사회는 중국 본토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후 무려 30년 동안이나 베이징에 있는 중국 공산당과 그 주석이 아니라, 대만의 국민당과 대만 총통을 전체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로 인정해 왔다.

미국은 1940년부터 1979년까지 대만을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라고 인정했었지만, 결국 현실주의 국제정치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 마잉주 대만 총통(가운데)이 12월 3일(현지시각) 타이베이의 국민당 당사에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권 여당인 국민당 주석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뒤 머리를 숙이고 있다

대만 국민당 최악의 선거 참패

소련을 붕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닉슨의 국가안보보좌관인 키신저 박사는, 소련과 심각하게 다투고 있던 중공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거래를 여는 조건으로 베이징의 중국 공산정권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인정하고,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공의 입장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을 활용, 소련을 붕괴시키고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버림받았지만 대만은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베이징 정부이며 ‘중국은 하나’라는 베이징의 입장을 수용하는 동시에, 중국 측의 무력에 의한 대만의 현상 변경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미국 의회가 1979년 4월 10일 통과시킨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중국이 대만의 현상을 변경시키는 것을 미국은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장경국 총통 재임 당시 미국은 장 총통에게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도 1978년 경제 발전을 시작했고, 비록 공산당이 아직도 존재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자본주의국가가 됐다.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복건성의 경우 베이징 정부보다 오히려 타이페이 정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됐고 국민당의 본토에 대한 정책도 변하게 됐다.

특히 마잉주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를 현격하게 개선한 정치가로 평가되고 있었다.

이번 선거가 충격적인 이유는 국민당이 1949년 대만으로 망명한 이후 최악의 선거 참패라는 사실이기보다는, 마잉주 총통의 대(對) 중국 화해정책이 더 이상 진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잉주의 대 중국정책으로 인해 양안관계가 상당히 개선된 상황이었는데 독립을 원하는 민진당 후보들이 압승했다는 사실은 중국 정부의 대 대만정책을 바꾸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민진당이 승리하자 중국 정부는 대만의 대 중국정책이 변화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경계하는 입장을 표명했고, 시진핑 주석은 통일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민진당이 집권하던 2000∼2008년 시절 양안관계는 대단히 험악했다. 천수이볜(陳水扁) 민진당 출신 총통은, 양안은 각각 한 개의 국가라는 뜻의 ‘일변 일국론(一邊一國論)’을 주장하면서 중국을 자극한 적도 있었다.

반면 2008년 집권한 마잉주 정권은 전면적인 통상(通商)·통항(通航)·통신(通信) 교류로 양안관계 협력을 추진하며 관계를 급속도로 개선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다른 체제가 화해를 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혼동이 있으면 안 된다. 중국이 말하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현상유지는 궁극적으로 대만이 소멸되고 중국의 일개 성으로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대만이 생각하는 현상유지는 대만의 독립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만 사람들이 원하는 현상유지와 베이징 정권이 의미하는 현상유지 혹은 관계 개선은 그 뜻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대만 국민 현상유지 혹은 독립 원해

▲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천더밍(왼쪽) 회장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린중썬 이사장이 기상분야협력 협정과 지진관측협력 협정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마잉주 총통의 대패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너무 앞서 나간 측면이 없지 않다. 대만 일반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특히 예비 총통선거라고도 불리는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롄성원(連勝文) 국민당 후보가 정치 신인인 무소속의 커원저(柯文哲) 후보에 패배한 것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마잉주 총통의 입장에 대만 국민들이 반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타이베이 시장 직은 ‘총통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마 총통과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도 모두 타이베이 시장 직을 거쳤던 것이다. 타이베이는 지난 4번의 시장 선거에서 모두 국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다.

2013년 12월 행해진 대만 국민들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만 국민 31.8%가 현재는 현상을 유지하고 차후 독립할 것인가 혹은 통일을 이룩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를 원했고, 28.2%는 영원히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대만 국민들 중 20.1%는 현재는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가 차후 독립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즉 대만 국민들 중 86.7%는 일정기간 현상유지를 원한다고 대답한 것이며, 현상유지 혹은 독립을 원하는 사람들은 무려 93.3%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가 또다시 알게 되는 진실은 아무리 중국의 힘이 대만보다 막강하다고 해도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대만 국민들이 아직도 가난하며 독재국가인 중국과의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중국이 민주주의국가였다면 대만 국민들이 중국과의 통일을 반대하고 마잉주 총통의 대 중국 화해정책에 반대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국제사회로부터 ‘황제’라고 불린다.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지금은 황제가 통치하는 세상이 아니다. 시진핑은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철권통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국제정치적으로도 대단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변 국가들 모두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이다. 키신저 박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의 강압적인 태도는 중국의 주변국들인 베트남, 필리핀, 일본, 인도 등이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더 긴밀히 하는 상황을 창출하고 말았다. 대만 국민들마저도 그런 중국과 친하게 지내겠다는 마잉주 정권을 선거를 통해 궤멸 시킨 꼴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대만에도 홍콩식 일국양제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만 국민들은 작금 발생한 홍콩에서의 민주화 시위에 의해서도 자극받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민주주의국가와 독재국가의 우호 증진에는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대만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줬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