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시비거는 진중권 이야기
'국제시장' 시비거는 진중권 이야기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1.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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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은 일부 좌파 언론 및 논객들의 비판 속에도 개봉 18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진중권교수가 영화 국제시장을 영화로 대하지 못하고 이념적 내용을 문제삼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진중권교수는 그럴 정도로 지적 멘탈리티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

진교수의 부친은 목사님이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다. 부친이셨던 목사님은 진보적이면서도 상당히 지적이고, 예술인과 인문주의자의 면모를 갖추신 분이었음은 진중권교수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부친께서는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하셨는데, 근처 미군부대에서 영어로 설교를 하실 정도였다고 한다. 악기도 여러 개를 능숙히 다루셨다고 한다.

그런 부친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갖고 있었고, 어느날 박대통령이 여러 인사들에게 보낸 편지가 아버지에게도 오자, 부친은 그 편지를 진중권 교수가 보는 앞에서 발기발기 찢어 버렸다고 한다.

진중권교수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부친은 어린 진교수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진교수를 비롯해 남매들은 그런 가족문화로 부터 지적,예술적 영감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교수는 당시 인문주의적 지식인들이 그러했듯이 맑시즘에 경도되었고, 특히 발터 벤야민과 같은 좌파 인문주의자들을 흠모했다. 그가 서울대 미대를 선택한 이유는 김지하에 대한 영향이 컸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부친과 가족으로부터 훈육된 내면은 '공산주의'일 수가 없었다. 대학에서 진중권교수는 교조적 운동권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보기에 '무식'했던 것이다.

진교수의 지적 욕구는 그로 하여금 대학에서 5개국어를 스스로 마스터하는 성취를 이뤄냈다. 영어, 독일어, 불어, 러시아어,일본어 가운데 몇 개의 언어는 능통했고 나머지 언어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 언어능력으로 그는 당시 평균적 대학생들이 갖출 수 있는 정도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지적 탐구에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었다. 결국 운동권과 동조할 수 없었던 그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자기 힘으로 독일에서 주는 유학 장학금 시험에 응시해서 1등을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고자 간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일종의 자기 망명적 성격이 강해 보였다.

그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마치지 못했지만, 독일에서 자유롭고 진보적인 정신의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고 왔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유럽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진중권 교수는 <국제시장>의 시대적 상황과 메세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의 내면은 낭만적이고 세련된 유럽 좌파 인문주의자의 것이지, 꿀꿀이 죽이나 퍼먹으면서 가족을 위해 '무식하게' 희생하는 그런 한국인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자녀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한국형 가장'으로서 국제시장이 제시하는 모델을 참기 어려웠던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아버지'와 대립하는 존재였기 때문일 것 같다.

진중권 교수는 고교에서 대학을 거치는 사이에 아버지의 '광기'에 짓눌려야 했다. 병을 얻은 아버지는 어린 진중권의 그 아버지와는 다른 존재였다.

아버지의 병수발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 같은 정황이 인터뷰에서도 보인다. 어쨋거나 강건한 정신력을 가진 목회자를 아버지로 둔 진중권교수에게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심했으리라 생각된다.

그에게 '아버지'란 존경과 억압의 두 얼굴이었고, 그로부터 '권위적인 것에 대한 반항'이 내면에 깊이 자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개인사적 경험 스스로가 절대적인 것들과 결별하며 얻는 '근대의 불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국제시장>의 '한국적 전형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도 남는 것이다. <국제시장>은 진중권에게 미학의 문제가 아니라, 마주하고 싶지조차 않은 '아버지'의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닐까.

 

한정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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