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고문보고서 “테러 방지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미 CIA 고문보고서 “테러 방지 위해 어쩔 수 없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1.05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이슈]

지난 12월 9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CIA 고문보고서를 공개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 정보기관이 테러범을 대상으로 저지른 심문 방식을 500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한 것이었다.

해당 보고서를 본 CNN, 로이터 등은 CIA가 저지른 고문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미국 정부가 ‘테러범’에게 저지른 고문의 비인도성을 강조했다.

이에 유럽 국가와 이슬람 국가, 반미 국가들이 CIA 고문보고서의 내용을 들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공산주의 단체, 이슬람 성전 조직들도 이에 편승했다.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미국 일각에서는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체니 전 부통령, CIA 국장은 긍정적 평가

먼저 나선 것은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이었다. 체니 전 부통령은 12월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테러범에 대한 심문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테러범들을 잡아내고, 제2의 9.11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특별심문 프로그램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CIA가 법을 위반해 심문을 했으며, 거기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도 “CIA의 특별심문 프로그램이 과오를 범하기는 했지만 테러 실행을 방해하고 테러범을 구속하는 데 일조해 인명을 구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오바마 대통령(좌)과 존 브레넌 CIA국장(우)

브레넌 CIA 국장은 성명을 통해 특별심문 프로그램이 알 카에다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테러 대응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니 전 부통령과 브레넌 CIA 국장 외에도 많은 미국인들이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CIA 고문보고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미국 법으로 금지된 ‘고문’을 저질렀는데도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공개한 CIA 고문보고서를 인용한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항문으로 음식물 주입하기, 수건을 얼굴에 씌운 뒤 물 붓기, 전동 드릴을 머리에 갖다 대며 살해 위협하기, 성기에 칼을 갖다 대며 자르겠다고 협박하기, 72시간 이상 잠재우지 않기 등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CIA가 행한 고문에서 이런 것들은 극히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미 CIA는 9.11테러 이후 체포한 알 카에다 조직원들에게서 과거 냉전 시절에 습득한 심문기술로는 정보를 얻어낼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신도’였기 때문이다.

▲ CBS에 출연한 딕 체니 전 미 부통령 

용역을 줘 신체적 고문을 하기도

CIA와 미 국방부는 그런 이유 때문에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광신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알 카에다 조직원을 포함한 이슬람 광신도 테러리스트 대부분은 수니파 살라피스트다. 이들은 ‘천국’에 가겠다는 이유로 ‘성전’에 참여한다.

이들의 ‘천국’은 처녀 72명과 매일 성관계를 갖고, 술과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철저히 세속적이고 성적(性的)인 곳이다.

하지만 이슬람 광신도들이 ‘천국’에 가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여성의 손에 죽어서는 안 되고, 돼지고기를 먹거나 피 등을 묻혀서도 안 되며, 교리에 맞지 않는 음악이나 영상 등에 빠져서도 안 된다. CIA는 이런 부분을 이용했다. 테러범을 가둬놓은 뒤 ‘락 음악’을 틀어주거나 포르노 영상, TV쇼를 보여주고, 돼지 피를 뿌려놓고 위협하며, 여성 심문관이 살해 위협을 하는 등의 방법을 쓴 것이다.

이 가운데 음악을 틀어주고, 돼지 피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 대부분의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죽음의 위협’까지는 가지 못한다. 테러범들이 ‘광신도’이기 때문에, 이들이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는, ‘천국에 가지 못하는 일’로 위협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현재 한국 언론들이 말하는 ‘고문’과는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다르다.

한국 언론들이 생각하는 고문은 전기고문, 구타 등 주로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것으로, 이런 형태는 중동이나 동유럽 국가들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미 CIA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심문을 되도록 삼갔다.

물론 9.11테러 이후 2~3년 동안 CIA나 미 국방부 산하에 있던 CIFA(방첩현장지원대)가 직접 물리적 폭력을 가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광신도 테러범’의 성향을 잘 모르는 데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인 대부분의 감정이 격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 주요 조직의 간부들을 드론으로 암살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 CIA와 미 국방부는 직접 손을 대기 보다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심문이 여전한 중동과 동유럽 국가들, 그 가운데서도 알 카에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심한 국가의 정부에 ‘용역’을 주기 시작했다. 이런 ‘용역’을 처리한 곳이 바로 ‘블랙사이트’다.

이번 CIA 고문보고서 공개 이후 언론이 보도한 폴란드는 바로 그런 정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요르단, 이집트, 파키스탄 등에서도 이런 물리적 심문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바로 테러범들의 태도다. 알 카에다를 포함한 테러 조직은 ‘죽음’은 두려워하지 않지만 단순한 구타는 매우 무서워한다. CIA 등 미 정보기관은 이들을 체포한 뒤 심문에 응하지 않으면 “폴란드나 이집트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곳에 대한 ‘소문’을 들은 테러범들은 그 자리에서 순순히 정보를 제공하거나 형량을 줄이는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덕분에 ‘블랙사이트’로 끌려간 테러범보다 미국이 운영하는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범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미국인 가운데 다수가 CIA 고문보고서를 믿지 않고, 정보기관들을 옹호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CIA 고문보고서를 공개한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문제다.

▲ 알 카에다. 미 크리스 스티븐스 납치 고문


CIA 고문보고서 공개, 인도적 목적인가?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현재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공화당 정권인 부시 행정부의 테러 대응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또한 알 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광신도 테러 조직에 대해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알 카에다나 ISIS와 같은 테러 조직들이 저지르는 비인도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ISIS가 야디지 족이나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학살하고, 이들을 살해한 뒤 장기매매를 하거나 어린 소녀들을 노예로 삼아 인신매매를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부분 때문에 현재 미국 내에서는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CIA 고문보고서 공개에 대해 본격적으로 비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CIA 고문보고서 공개 이후 미국을 비판만 하고 있는 한국 언론들은 미국인들에게 9.11 테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미국인들이 이슬람 광신도 테러범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아보지 않고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