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봉 토막시신 사건을 통해본 세계 ‘장기매매’ 시장의 현주소
박춘봉 토막시신 사건을 통해본 세계 ‘장기매매’ 시장의 현주소
  • 미래한국
  • 승인 2015.01.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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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지난 12월 4일 경기도청 후문 근처의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토막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머리와 팔, 하체가 없는 상체 부분으로 다른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말라붙은 신장 외에는 장기가 하나도 없었다. 가슴 부분의 지방조직 일부 외에는 배와 등 부분의 피부와 살점이 거의 잘려나간 상태였다.

11일 오후 11시 50분 경 수원 팔달구의 한 모텔에서 여성과 함께 투숙하려던 용의자가 체포됐다. 이름은 박춘봉. 조선족 중국인으로 지난 5년 동안 ‘불법체류’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10개의 가명을 사용하며 한국 각지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박춘봉을 검거한 경찰은 “세간에서 걱정하는 인육매매나 장기적출 사건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예상대로 박춘봉은 “치정에 의한 살인”이라는 진술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토막살인’이 아니라 사람을 ‘고기 취급’하며 살해한 방법과 그의 의심스러운 행적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정부와 경찰, 사법당국이 “인육매매나 장기적출은 없다”고 단정을 짓고 있는 데다 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아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계 장기매매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 문제가 유엔까지도 신경을 쓰는 심각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남미 마약조직과 동유럽 마피아 조직

장기이식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세기 중반만 해도 미국에서조차 장기이식의 성공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이 자행한 ‘인체실험’을 기초로 한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장기매매 수술의 성공률이 높아졌다.

세계적으로 장기매매가 처음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남미에서였다. 1970년대 남미는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반군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사정권 간의 내전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희생된 사람들의 장기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해 중동의 석유부자들에게 판매하는 범죄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부패한 군사정권과의 결탁을 통해 막대한 부와 무력, 그리고 조직을 보유한 거대 마약상들이 자신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납치해 장기매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대상에는 경찰, 언론인, 종교인 등이 망라돼 있었다. 남미 마약조직의 장기매매는 1990년대 중반 냉전 질서가 붕괴하면서 새로운 경쟁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동유럽 마피아다.

동유럽 마피아는 동구권 국가들이 붕괴된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정보기관 요원과 군인들이 주축을 이뤘다. 이들은 처음에는 주로 자국의 젊은 여성들을 “서유럽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매춘부로 팔아넘겼다.

하지만 이후 장기매매 사업이 돈이 된다는 점을 깨달은 뒤부터는 성별과 연령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이들은 남미 마약조직과 연결된 서유럽 마약조직들과 함께 미국, 서유럽, 일본 등에 장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강제로 납치된 젊은 남녀와 아동들이었다.

 

중국 공산당도 장기매매 시장 뛰어들어

남미 마약조직과 동유럽 마피아가 장기매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래도 세계적으로 이식용 장기의 공급은 늘 부족했다. 그런데 여기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중국 공산당이 장기매매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1990년대 말 동북 3성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던 보시라이는 권력자인 장쩌민, 원자바오 등에게 상납할 비자금이 필요했다.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는 독일인 의사 하겐스와 손을 잡고 동북 3성에 ‘인체공장’을 세운다. ‘원료’가 되는 사람은 지방 법원과 인민해방군을 통해 공급받았다.

장쩌민, 원자바오 등은 1990년대 중반부터 ‘파룬궁’과 기독교 선교사들, 민주화 운동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보시라이 부부의 제안을 들은 이들은 주로 파룬궁 신도인 사형수들의 신체를 ‘인체공장’에 공급하기로 한다.

이후 장기매매 사업에 뛰어들어 보니 그 수익이 엄청났다. 시신 한 구를 ‘해체’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50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장쩌민-원자바오-저우융캉-보시라이로 이어지는 당시 중국 공산당 권력층의 ‘장기매매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이들은 이 사업을 통해 각각 수십억 달러가 넘는 비자금을 축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부자들에게도 중국 공산당의 장기매매 사업은 희소식이었다. 그 전까지는 만나는 것도 꺼려지는 남미 마약조직이나 동유럽 마피아를 통해야 했지만, 중국 공산당이 서방 세계를 대상으로 ‘장기 수출’을 시작하자 비용도 줄어들고 수술도 간편해진 것이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미국, 유럽, 중동, 일본, 한국의 장기이식 희망자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장기매매’ 사업을 벌인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은 늘 ‘고객’으로 가득 찼다.

‘인권 따위’를 신경 쓰지 않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돈벌이를 위해 ‘파룬궁’ 신도뿐만 아니라 탈북자, 외국인 여행객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장기매매 사업은 권력 승계가 추진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예정했던 대로 시진핑과 리커창에게 물려줘야 할 권력을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이 갖겠다고 ‘쿠데타’를 시도한 것이다.

2011년 말 보시라이가 ‘총대’를 메고 시행하려던 쿠데타 모의는 발각됐다. 2012년 권력을 물려받은 시진핑은 숙청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는 첫 대상이었다. 분위기를 살피던 시진핑은 2014년 말 저우융캉을 체포한다. 그 다음 차례는 ‘장기매매’의 최고 정점에 있던 원자바오와 장쩌민일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장기시장 세계로 확대,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최근에는 장기매매 사업에 맛을 들인 인도와 중국 민간인들 사이에서 장기매매 조직들이 활개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미와 유럽에서의 장기매매는 여전히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다.

1993년 1월 러시아에서는 한 무역회사가 700개의 신장, 폐, 심장, 1400개의 간, 2000개의 안구, 3000쌍의 고환을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4월 남미 온두라스에서는 아동 800여 명이 실종돼 대통령이 나서 수사를 지시했지만 찾아낸 것이 없었다.

2003년 5월 미국 접경에 있는 멕시코 치와와 주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최소한 300여 명의 여성들이 납치돼 장기매매용으로 넘어갔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줬다.

2006년 1월에는 피살된 여성만 최소 258명이라는 추가 보도가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에도 비슷한 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0년 11월 코소보에서는 동유럽 사람들을 납치, 장기매매를 벌인 범죄조직이 체포됐다. 2011년 1월 브라질에서는 100여 명 이상의 장기를 남아공의 대형 병원을 통해 팔아넘긴 마약조직이 적발됐다.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2011년 3월 경남경찰청은 한국의 대형병원에 불법으로 장기매매를 한 조직원이 적발됐다. 이후 서울의 A병원, S병원 장기이식센터 직원들이 연루된 것이 드러났지만 해당 병원들은 “직원 개인의 범죄”라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국에서도 연 300여 명이 실종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들이 범죄조직에 의해 희생됐는지를 수사해달라고 청원하고 있지만 경찰 등 사법당국은 대부분 ‘가출’로 처리하고 있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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