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학기술대학 사이버테러 온상인가?
평양과학기술대학 사이버테러 온상인가?
  • 정용승
  • 승인 2015.01.0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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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최청평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사무총장에게 듣는 ‘평양과기대’

“내래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수다.”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하러 내려오다 잡힌 김신조가 생포된 뒤 했던 말이다. 북한은 항상 대남도발을 해왔다. 1960년대에만 약 900번의 대남도발을 했고, 남한과 북한의 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진 1990년대에도 36번의 도발을 했다.

천안함 폭침, 아웅산 테러, 연평해전은 대남도발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아직도 북한은 크고 작은 대남도발을 획책하고 있다. 이제 국민 대다수는 북한의 어지간한 도발에 눈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다.

어쨌든 수치상으로 북한의 도발이 점차 적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도 남한과의 전력차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남한과의 전면전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모적인 대남도발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의 공격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 ‘사이버테러’가 그렇다.

과거 디도스(DDos) 사태(2009년), 농협전산망 해킹(2011년), 주요 방송사·금융사 해킹(2013년), 청와대 홈페이지 해킹(2013년) 등은 북한의 공격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사이버테러는 새로운 두려움이 되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비롯해 절대 알려지지 말아야 할 국가기밀까지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도면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원자력’이라는 중요한 물질을 다루는 기관의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사이버테러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 정도의 해킹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다.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이 정도의 해킹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당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북한 해커부대의 실체를 확인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북한 해커부대, 북 정찰총국 산하 ‘121국’의 실체는 이미 여러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전해져온 바 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북한 해커부대가 김정일 시대부터 장장 16년 동안 전력 증강을 해왔다”며 “특히 2007년 7·7 디도스를 성공시키면서 더욱 많이 성장했는데,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3대 비대칭’ 전력으로 핵, 미사일, 사이버공격이 꼽힐 정도다”라고 전하고 있다.

또, 121국에 속한 해커요원은 북한 내에서 최고 엘리트로 꼽히기 때문에 그만큼 해당 부대에 들어가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북한 정보통들의 증언이다.

이 와중에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 평양과기대가 북한 해커 양성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평양과기대는 한국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하 동북아재단)과 북한 교육성이 공동으로 세운 북한 내 유일한 사립대학이다.

한국의 자본력이 투입된 만큼 고급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고급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이런 사이버 테러의 최전선에 투입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평양과기대 운영을 위한 기금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음모론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의 입장도 있다. 평양과기대와 사이버테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양과기대는 2009년 개교했고 2014년 9월 처음으로 1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이런 부분에 대해 직접 대답할 수 있는 인물은 평양과기대와 직접 연관돼 있는 최청평 동북아재단 사무총장이다. 북한 문제와 얽혀 있는 그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다음은 미래한국이 만난 최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 최청평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사무총장

평양과기대의 설립 목적은 …

-우선 평양과기대 설립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평양과기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변과기대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연변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연변과기대를 1992년에 개교했죠.

그때 개교 목적은 그 지역의 부흥과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였어요. 또 연변과기대 졸업생들이 나중에 한·중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죠.

결과는 말 그대로 ‘성공적’이었죠. 많은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소위 대기업이나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일부는 계속 남아서 공부를 했고요. 물론 그 학생들이 나중에 한.중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이런 연변과기대의 성공을 북한의 김일성은 알고 있었고 자신들도 그런 교육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김일성이 유업으로 남겼죠.

김정일이 그 부분을 이루려고 했고요. 결국 2001년부터 평양과기대 착수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나진선봉지역에 지으려고 했는데 평양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됐죠.

-그렇지만 북한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우리나라와 섞이기 어려운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셨나요?

물론 그렇죠. 그러나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골드만삭스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고 나와 있어요.

단지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통일’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미래 산업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북한에 들어갔을 때 그 기업들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들이 북한에 있을까요? 그 부분이에요. 통일이 왔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그런 산업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북한도 인정하는 부분이에요.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을 때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고, 또 개방되는 시장경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나름 산업인력이 필요하다고 그들도 생각한 것이죠. 이 부분에서 공통적인 합의가 있었고 평양과기대가 생겨나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 평양과학기술대학

사이버테러 지원 가능성은?

-민감한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일각에서는 동북아재단이 지원하는 평양과기대가 오히려 북한의 사이버테러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에요. 평양과기대는 2009년에 준공됐고 2010년에 개교했어요. 그리고 2014년 9월에 처음으로 1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어떻게 그 전의 사이버테러를 지원할 수 있겠습니까. 중간에 사이버테러에 이용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로 커리큘럼이 느슨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고 수업에 따라가지 못할 시엔 탈락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죠.

-평양과기대를 운영함에 있어서 북한의 개입은 없나요?

물론 있죠.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에요. 당연히 북한은 남한의 자본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죠. 게다가 기독교재단이 후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종교를 금지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죠.

그러나 최대한 교육과정에 있어서는 개입을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주체사상탑이나 주체사상 연구소 같은 건물이 평양과기대 내에 있어야 한다는 정도죠. 그런데 그런 건물들은 북한 내의 어느 대학교 내에서도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요. 상징일 뿐이죠.

그러나 학생 선발이나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까지 우리가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생각이에요.

-동북아재단은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교리를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는 전달할 수 있어야 기독교재단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네, 그렇지만 그런 부분은 반드시 북한과 부딪치게 돼 있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교리를 전달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남한과의 차이가 이 정도로 나는구나’라는 생각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논란이 계속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남북의 정치적 관계가 매우 불안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과기대의 목적은 정치적인 것이 아닙니다. 북한에 산업인력을 양성해서 통일 후를 바라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거예요. 그리고 후에 졸업생들이 남과 북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도 하고요.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사진/이성은 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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