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바꿔 활동하는 이적단체들
이름만 바꿔 활동하는 이적단체들
  • 정용승
  • 승인 2015.01.29 09: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통진당 해산 그 이후

통진당이 작년 12월 19일부로 해산됐다. 통진당 소속 전 의원 5명은 직위가 박탈됐다. 이렇게 새로운 역사가 쓰였고 그 역사의 뒤안길로 통진당은 사라졌다. 그러나 우익진영에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주시해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종북세력이 그것이다. 당(黨)은 사라졌지만 사람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통진당이라는 몸통이 제거됐을 뿐 잔가지들은 아직도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있다.

통진당이 몸통이라면 잔가지는 무엇일까. 이적단체들이다. 통진당과 궤를 같이 했었고, 명백히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反)하는 단체로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다.

우선 ‘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민주적 기본질서’는 통진당 해산 심판 판결문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8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다음과 같다.

헌재가 명시한 민주적 기본질서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와 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구성되고 운영되는 정치적 질서를 말한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지 않는 한 정당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적 지향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란 무엇일까. 이 또한 판결문에 나와 있다.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즉, 통진당은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던 정당으로 판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이적단체들도 통진당처럼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미자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에 대한 구속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적단체로 판결이 난 단체들은 다음 9개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청주통일청년회 △젊은 벗 등이다.

이런 이적단체 들이 주장하는 것은 한결같다. ▲미군철수 ▲고려연방제 실시 ▲평화협정체결 ▲국가보안법 폐지 등이다. 그리고 이런 주장 때문에 이 단체들은 이적단체로 분류됐다.

이 중 홈페이지를 정상 운영하는 단체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정도다. 청주통일청년회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나머지 단체들은 홈페이지가 없거나 닫은 상태다.

문제는 이적단체로 판결이 났을 뿐 그 이상의 법적 제재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적단체로 판명됐을 시 그 단체에 가입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작 판명된 이적단체를 해체시킬 수는 없다. 해체시킬 만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법적인 근거가 없다보니 당연히 이적단체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하는 등의 법적 조치 또한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이적단체로 판명된 조직이 단체명만 바꿔 다시 활동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실상 같은 단체가 이름만 바꿔 계속 활동해도 법적인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대로 단체의 입장에서는 이름만 바꾸는 ‘간단한’ 조치만 취한 후 계속 반(反)국가 활동을 할 수 있다.


전대협-한총련-한대련, 이어지는 명맥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계승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총련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을 계승한 단체다. 즉 전대협-한총련-한대련의 순서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선 전대협이 어떤 단체였고 어떤 성향을 가졌었는지 살펴보자. 1987년 설립된 전대협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북한추종단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북한을 추종했던 주사파 학생운동 단체다.

반제청년동맹 등 좌익조직에서 활동하다 전향했던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2004년 10월 <월간조선> 기고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주사파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전대협, 한총련 등을 조직해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은 소위 김일성 원전을 읽으며 북한 주도 통일 실현을 목표로 활동했다. 주사파는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김일성과 김정일을 진심으로 추앙했다.”

▲ 종북콘서트 참석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5일 저녁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통일의 꽃’으로 알려진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989년 6월 30일 평양에서 열렸던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석했던 일화 또한 전대협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던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도 전대협 초대의장을 지낸 바 있다. 결국 이런 북한노동당 2중대라고 할 정도로 북한의 대남노선(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평화협정체결-연방제통일)을 ‘충실히’ 따랐던 전대협은 1993년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고 한총련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1992년과 1993년 전대협의 핵심부서인 ‘정책위원회’ 등이 이적단체 판정을 받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

전대협의 후신인 만큼 한총련 역시 1998년 이적단체 판결을 받게 된다. 전대협의 주장들(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평화협정체결-연방제통일)을 똑같이 답습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한총련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설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해 왔다(2004도 3212)’고 판시했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판명난 뒤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대학가 운동권은 한대련으로 재집결한다. 2005년 4월 30일 출범한 한대련은 ‘등록금’ 같은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왔지만 속내는 한총련과 다를 바 없다.

지난 2011년 8월 1일부터 15일간 진행된 ‘한대련 통일대행진단’의 ‘교양계획’ 문건에 포함된 내용을 보면, ‘집단주의와 규율의 중요성’ ‘6·15와 10·4선언과 통일’ ‘미국의 본질’ ‘한국사회의 현실과 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등으로써 한총련이 그동안 해왔던 주장들과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단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같은’ 단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재생산되는 이적단체들을 법적인 규제로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통진당 해산 이후 커지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이적단체 해산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의 골자는 이적단체로 판명된 단체들을 해산조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적단체로 규정만 하고 실질적인 해산조치가 없던 것을 보완하는 법이다. 이적단체 해산법의 제안 이유를 잠시 살펴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적단체 해산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은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은 이를 해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여 이들 단체의 반국가적 활동이 계속되고 있음. 또한 반국가단체는 물론 형사특별법에서 정하는 범죄 목적 단체에 관하여도 이러한 단체들을 범죄단체로 규정하여 그 활동을 적극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실정임. 이에 법원에서 반국가단체 또는 범죄 목적 단체로 판명된 단체들에 대하여는 안전행정부장관이 해산을 명령하고, 해산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강제해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이적단체 해산법 조속히 통과해야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이적단체 해산법이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사단체나 임의단체까지 제재할 법적 근거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사단체나 임의단체까지 규제를 한다면 공안당국이 혼잡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차선책으로 빠른 대응이 꼽힌다.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며 민주적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반국가단체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시는 시민의 몫으로 돌려 공안당국의 부담을 줄인다면 수월하게 반국가단체들을 감시할 수 있다.

이런 주장에 일각에서는 ‘독재국가’ ‘표현의 자유가 없는 국가’라는 이유를 들며 반대한다. 그러나 탄압 혹은 독재라는 프레임은 통진당 해산 이후로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저촉되는 단체들을 규제하는 것은 독재와 탄압이 아닌 ‘정당한 법치국가 실현’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준수 2018-12-27 19:42:22
쌍꺼플 수술 xx
자신부터 진실해 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