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열망하는 공산주의의 나라 베트남
자본주의를 열망하는 공산주의의 나라 베트남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5.02.03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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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세계여행39] 팜후찌 베트남 대사

열강의 지배와 ‘남북 분단’, 그리고 전쟁의 참혹한 역사를 뒤로한 채, 동남아 최고(最古)의 나라 중 하나였던 베트남이 최고(最高)로 빠른 경제성장을 하며 우리의 주요 경제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베트남의 3대 교역국이며 작년을 기점으로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됐고 금년내 한-베트남 FTA가 체결될 전망이다.

본지가 지난 1월 12일 팜후찌(Pham Huu Chi) 주한 베트남 대사를 만나 ‘자본주의를 열망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나라 베트남과 한국과의 양국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 1992년 한-베트남 수교 이후 모든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할 정도로 양국관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세 번째 해외 방문국으로 베트남을 방문했고 지난달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의 방한 등 베트남 최고위 인사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온 사실만 봐도 우리 양국이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와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많은 공통분모가 존재하며 특히 전략적 파트너가 된 2009년 이후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협력관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양국 관계는 경제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작년을 기점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대만 등을 제치고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습니다. 베트남 내에 370억 달러를 투자했고 약 40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성, LG, 롯데, 현대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베트남에 진출해 있습니다. 일례로 강남의 롯데타워 같은 큰 롯데 건물이 하노이에도 있는데 이를 통해 베트남 내 한국 대기업의 입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에게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은 무역규모 3대 국가로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역 규모는 수입 수출을 통틀어 작년 2014년 한해 28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 팜후찌 베트남 대사

- 한국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며 3대 교역국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양국 경제교류와 협력의 주요 내용과 특징은 무엇입니까.

한국 제품 중 자동차, 버스, 트럭, 전자제품, 홍삼, 신발 및 화장품은 베트남에서 매우 인기가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기계, 원자재, 부품 등의 생산설비를 수출해 무역 수지에 기여하고 있는데 장비를 들여오는 기업들은 베트남 경제 성장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 베트남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편 베트남 상품들도 한국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양국가의 불균형적인 무역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무역의 불균형은 각 국가의 경제 수요와 공급 주기에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양측이 점차적으로 무역의 불균형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에 베트남의 농수산품을 수출해 베트남의 식품가공 산업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수출 규모 또한 증가했으면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중국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이유

- 베트남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양국의 인적 교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나라입니다. 일상의 생활양식에 있어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예를 들면 젓가락을 비슷한 용도로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또한 우리의 공통 관심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안보, 과학기술 및 교육 등 수 많은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12세기에 시작됐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씨의 성을 가진 베트남 왕자가 한국에 정착, 한국 여성과 결혼해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대를 이은 이씨가 현재도 약 1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13만 명의 베트남 국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통계는 한국인과 결혼해 사는 베트남인 6만 명, 이주노동자 6만 명과 8000명의 학생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베트남에는 15만 명 정도의 한국인이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매년 약 80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을, 20만 명의 베트남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옵니다.

- 과거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었죠. 현 베트남 정부와는 다른 편에서였는데 베트남 국민들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로만 생각하고 이를 토대로 두 국가가 미래에 더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또한 우리 사이에 생긴 상처가 있다면 이를 치유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과거 한국 대통령이의 베트남 방문시 그러한 점에 대한 언급과 이해가 있었습니다.


2012년 이후 베트남 노동자에 비자발급 중단, 개선 필요

-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현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근래 많은 해외 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요.

양국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허가하는 양해각서에 관한 동의를 아직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가하는 불법체류자로 인한 문제를 겪던 한국은 2012년 베트남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현재 약 6만 명의 베트남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 중 1만5000명 정도가 불법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약 만료 후 불법 체류 중입니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 한국에서 더 체류하기를 원하는 베트남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해결하는 데 있어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줬고 특히 중소기업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 한-베트남 FTA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양국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거의 모든 항목에 대해 합의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세부사항에 대한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금년내 합의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교역 및 투자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한국의 우수한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을 낮은 가격에 구매하고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 상품들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베트남은 1986년 도입한 개혁개방 경제정책, 이른바 도이모이(Doi Moi) 정책으로 오늘날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지요? 이에 대한 설명과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바랍니다.

1986년 실시한 ‘도이모이’ 정책을 우리는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고 끊임없는 경제구조 개선과 해외자본의 유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까지 GDP가 2배가량 증가했고 수출액은 3배정도 늘었습니다. 또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년 2014년에는 GDP가 5.93% 증가해 지난 3년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2% 이하로 통제됐고 낮은 은행이자는 기업활동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외국인 직접투자로 수입 규모는 1480억 달러인 데 비해 수출 규모는 1500억 달러로 신기록을 기록했습니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공산주의 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개방적인 자본주의 경제정책과 공산주의 사회주의 정책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베트남의 공산주의와 공산당 정부는 다른 공산 국가들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을 잘살게 하는 국민의 권익에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과 공산주의의 충돌은 없습니다.

만약 공산당이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일을 잘 한다면 국민들은 정부를 계속 지지할 것입니다. 현재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정책들이 앞으로도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전망이라면 우리는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때는 변화가 있을 수 있겠죠.

   
 

-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평양에도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지요. 미묘한 입장일수도 있겠는데, 북한의 핵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한반도 문제에 관한 베트남의 기본 입장은 남한과 북한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의 경우도 분단의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두 국가가 하나로 합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또한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도 해결해야 될 사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국내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유엔 결의안에는 기권을 택했습니다.
 

언어만 다를 뿐 양국은 닮은꼴

- 베트남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베트남 국민은 대단히 근면하고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 제일 오래된 국가 중 하나로 4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것으로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한국 국민들과 비슷하게 조상 숭배, 공동체 생활과 가족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대부분 국민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외세의 억압이라는 슬픈 역사를 겪었기 때문에 양국은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강한 힘과 역동적인 발상과 행동은 우리에게 독립과 번영을 안겨줬습니다.

한국인들과 베트남 민족은 모두 지혜로우며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봤을 때 한국 사람들과 베트남 사람들은 사고방식과 역사 어느 부분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언어 하나뿐일 것입니다.

-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한류의 중심지이기도 하지요.

대다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매우 친근하게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한국 투자자와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잘 알려져 있고 한류를 이끌고 있는 한국 가수들과 각종 상품들은 국민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김치도 매우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어떻게 경제를 발전시켰는지와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을 배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고단함을 이겨내는 자세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국가 발전은 정치권과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 하나만이 발전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대사님 개인에 대한 소개를 바랍니다. 고향은 어디이신가요?

저는 북부 베트남의 동부 해안지역 홍강(Red River) 삼각지 부근 타이 빈이라는 데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약 110km 정도 떨어진 지역입니다. 부모님은 농부였고 2남4녀 중 셋째입니다.

평생을 농사에 바쳤던 부모님은 자녀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했고 스스로 도전하며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한국은 모국인 베트남을 제외하면 제 인생의 제일 많은 부분을 보낸 나라입니다.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지요. 2005년에 처음 한국에서 4년간 근무했었고 2013년 10월 대사로 자원해서 한국에 다시 오게 됐습니다.


* 이 기사는 '미래한국TV'를 통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영상 링크 : http://youtu.be/f1IJ3w4_uls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rekorea.co.kr
정리/박종하 인턴기자 saintjoepark@gmail.com
사진·영상/이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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