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금의 전쟁’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검은 황금의 전쟁’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2.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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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검은 황금’ 석유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전쟁의 발발은 ‘에너지 혁명’으로 불리는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과 전통적인 석유왕국의 카르텔 OPEC간에 일어났다.

이러한 전쟁의 양상은 이전과는 달리 공급을 놓고 ‘누가 더 싸게 팔 수 있는지 겨뤄 보자’는 경쟁이다. 그 결과 국제시장에서 원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 선이 깨지고 급기야는 2015년 1월 반 토막 50달러를 깨트린 후 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복잡하다. 미국 셰일가스가 승리할 것이라 보는 관점과 중동 산유국이 끝내 승리할 것이라는 정 반대의 시각이 교차한다. 당연히 셰일가스 승리를 점치는 진영에서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리더십의 부활을 점치고 있다.

“우리는 향후 100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향후 10년간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연두교서에서 그렇게 말했다. 미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로 2035년까지 ‘100만 개 일자리 추가 창출’, ‘성장률 최대 1%p 상승효과’, ‘신규 투자 2조 달러’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부터 세계적 리서치 기관, 미국 정부까지 셰일 에너지 혁명이 앞으로 미국 경제의 르네상스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IHS 글로벌인사이트(GI)에 따르면 셰일가스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자리는 2010년 기준 60만 개, 신규 투자자금이 33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이미 고용과 투자를 촉진했다.

에너지 수입이 급감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도 줄어들었다. 지난 2005년 총 원유 소비량의 60%를 수입했지만 2013년 이 비중은 절반인 30%대로 감소했던 원인이 컸다.

이러한 미국의 에너지 혁명은 역으로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에게 직격탄을 안겨줬다. 국가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석유판매수입에 의존해온 러시아 경제는 미국발 셰일 혁명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

여기에 러시아 석유채굴 채산성의 마지노선인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깨지면서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같은 산유국이면서 채굴단가가 배럴당 130달러에 달하는 이란과 117달러의 베네수엘라는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의 석유가격 전쟁

흥미로운 것은 OPEC국가들의 리더인 사우디의 결정이다. 최근 고인이 된 사우디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은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에 반대하며 “저유가의 책임은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에게 있다”고 선전 포고를 했다.

국제 석유전문연구기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이면 미국 셰일가스기업들의 채산성이 사라져 셰일가스 생산이 포기될 것이라 전망했다.

사우디의 석유감산 반대 결정은 저유가를 통해 미 셰일가스 진영을 붕괴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없다.
이러한 경쟁을 경제학에서는 ‘약탈가격경쟁’이라고 한다. 사우디의 석유채굴비용은 공식적으로는 배럴당 70~80달러 선이지만 실제로는 30달러 선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사우디의 이러한 저유가 유도전략은 일단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말 미국의 메이저 셰일가스 기업들이 올해 셰일가스 생산량과 시추공들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유가 전쟁에서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은 합병과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비를 더욱 낮출 것이고 그 결과 중동국가들이 패배하리라는 전망은 계속된다.

 

실제로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인 컨티넨털리소스의 경우 노스다코다주 배켄 지역의 시추공을 벌집 모양으로 배열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생산비를 대폭 낮췄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배켄 지역 시추비용도 25%나 줄어든 반면 첫해 생산량은 60% 가까이 늘었다. 유력한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셰일혁명은 다루기 힘든 자원과 이를 채굴하려는 에너지 산업 간의 끝없는 전투”라며 “아직은 인간의 창조력이 승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과연 셰일가스는 중동산유국들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셰일가스의 장밋빛 전망을 부정하는 분석과 주장도 사실 만만치 않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1분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45달러를 기록하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상승하게 돼 올 평균 배럴당 6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중동의 원유생산 비용이 배럴당 15~40달러로 미국, 캐나다 지역의 원유생산 비용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작용한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전 세계 절반가량의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수익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올 6월쯤 OPEC는 유가 카르텔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노무라 증권은 예측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석유전문가로 현장에서 오래 일했던 로저 앤드류 박사(지질학)는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석유전문 인터넷 매거진 OilPrice.com에 기고한 글을 통해 ‘경제적 손익만을 따지는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은 국운을 건 중동 산유국의 국제정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독특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미 셰일가스 기업들은 낮은 석유가격으로 채산성이 떨어질 경우 생산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겠지만 석유가 국부이자 자신들의 소유인 중동산유국들의 왕가들은 정치적으로 국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시장논리가 국가와 국제정치의 논리를 이길 수 없다는 전제였다.

실제로 아랍의 여러 정치세력들은 사우디의 저유가 전쟁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랍의 유력한 언론 알자지라는 올해 초 사설을 통해 ‘사우디의 석유전쟁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과 러시아를 타깃으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천안함 피격이 미국의 자작극이라고 선전했던 ‘모스크바의 치어걸’ RT.com 역시 사우디의 저유가 전쟁의 배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곤경에 빠진 미국이 러시아를 손보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의문의 미국 셰일가스 매장량

무엇보다 저유가로 타격을 입은 쪽은 중동의 수니파 테러집단인 IS라는 점도 석유전쟁의 또 다른 측면이다. 이들은 이라크 북부의 풍부한 유전지대를 장악해 이로부터 하루 석유 판매 수입 200만 달러라는 막대한 테러자금을 확보해 왔다.

그렇기에 IS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테러집단’이라는 평가마저 하고 있다. IS가 세계로부터 테러지원자들을 모집하고 중동을 넘어 서방국가에까지 테러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러한 자금줄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하락하면서 IS가 장악한 이라크 지역의 석유채굴비용 100달러 선은 수지가 맞지 않게 됐다.

이처럼 낮은 유가로 인한 석유전쟁은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러시아에 적지 않은 손실로 다가온다. 저유가가 오래 갈 경우 중동 산유국들은 줄어든 석유수출대금으로 인해 국민 복지의 비용을 축소시켜야 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다시 IS의 입지를 넓혀 줄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국제정치적 관점은 사실 이번 석유전쟁에서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 추정이 잘못됐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2014년 11월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미 텍사스대학 석유 지질학과의 거두, 타드 팟쩨크(Tad Patzek) 교수 연구팀의 충격적인 조사 보고 내용을 심층 있게 다뤘다.

‘셰일기법의 오류’(The fracking fallacy)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내용의 핵심은 한마디로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셰일가스 매장량의 산출을 잘못했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2040년 피크가 아니라 2017년 피크를 치고 급속하게 고갈된다는 주장이다.

텍사스대학은 석유공학에 관한 한 그 권위를 가장 높이 인정받고 있으며 셰일가스와 관련해서도 최근까지 가장 믿을 만한 데이터를 생산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한 대학의 팟쩨크 교수팀은 미 국책 에너지연구기관들이 셰일가스 기업들의 채산성 있는 시추공 즉 ‘sweet spot’을 표본으로 삼아 미국 셰일가스 매장량을 산출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지역에는 많은 호수들과 대도시들이 존재하며 그러한 곳에서는 수압파쇄식의 셰일가스 시굴방법으로는 석유를 캘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또 다른 미 석유연구소 Post Carbon Institute의 데이빗 휴게스(J. David Hughes) 연구원 팀에 의해서 구체적이고도 정밀하게 분석됐다.

이들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미 에너지정보청의 분석처럼 2040년에 피크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2017년에 피크에 도달하며 이때부터 감소해서 2040년경에는 완전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처럼 미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연구기관 간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일까. 민간 전문가들은 미 에너지정보청이 과거 지구온난화처럼 무리한 가정을 전제로 해서 연구기금 모금을 늘리려는 ‘자기 확신 오류’에 빠졌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미 국책 에너지 연구기관들은 정부로부터 펀딩을 하지 않으면 연구기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반면 민간 에너지 연구소들은 기업들의 용역과 자문을 수행하기에 그 정확성이야말로 생명이 아닐 수 없게 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과장된 셰일가스 매장량 추정은 최근 ‘에볼라가 공기 중으로도 감염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방책으로 막대한 예산을 타낸 미 질병대책센터(CDC)의 경우와 유사하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누구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전쟁

셰일가스 붐이 일면서 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손잡고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앞다퉈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단 거품이 꺼지면 그만큼 큰 손실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싱크 탱크 ‘에너지 폴리시 포럼’(Energy Policy Forum)은 지난해 말 투자보고서를 통해 “투자 펀드 사이에서는 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파탄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고는 이미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셰일가스를 포함한 자원개발 실패로 지난해 2700억 엔(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았던 점을 상기시킨다. 셰일 유전층이 회사의 예상보다 복잡해 채굴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의 잘못된 셰일가스 매장 추정량을 비판한 팟쩨크 텍사스대학 교수는 미국의 투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거대한 거품을 만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장밋빛 셰일가스의 환상으로 인해 수많은 석유베이스의 인프라들이 건설됐다가 정작 셰일가스 생산의 한계로 인해 다시 유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버블이 붕괴되는 Boom&Bust(호황뒤 불황) 위험이 있다는 경고였다. 팟쩨크 교수는 그러한 위험을 2008년 주택가격 거품으로 인한 서브 프라임 사태에 비유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가스공사의 캐나다 셰일가스 투자 손실이 막대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혼리버 등 3개 사업에 무리한 투자로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이 드러났던 것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제남 의원(정의당)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셰일가스 사업의 확정손실(손상차손 인식)은 이미 6688억 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이자 납입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됐다.

가스공사 캐나다 법인(Kogas Canada Ltd.)의 회계 감사인인 KPMG는 혼리버 사업 등은 잔존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수익이 실체적으로 불확실하다며 사실상 파산 선고를 내렸다.

셰일혁명으로 인한 석유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는 현재로서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어느 한쪽이 승리하든 그 여파는 국제경제와 정치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되리라는 점만은 틀림없다. 석유전쟁에서 셰일가스 진영이 승리할 경우 중동은 이제 더 이상 산유국이 갖는 우월적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그럴 경우 중동 국가들은 벌어 놓은 오일달러를 다른 산업분야에 투자할 것이며 이는 새로운 중동특수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동의 민주화도 빠르게 진전될 거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반면 중동 산유국들이 승리할 경우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꺼지고 과중하게 투자된 셰일자본이 붕괴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는 본격적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어느 진영도 승리하지 못하고 저유가가 장기화되는 경우다. 그럴 경우 석유채굴의 채산성이 맞지 않는 이란,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지역은 갈등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또한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러시아는 미국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높이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과 사우디에 저항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중동지역에 퍼져나가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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