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끝난 홀로코스트 70년 아직도 진행 중인 분단 70년
고통 끝난 홀로코스트 70년 아직도 진행 중인 분단 70년
  • 미래한국
  • 승인 2015.02.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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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

예루살렘=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는 오래도록 그 아픔이 지속되기 때문에 인류에게는 최악의 범죄행위나 다름이 없다. 올해로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 70년이 된다.

반세기를 훨씬 넘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는 씻기지 않고 있다. 종전이 되면서 고통이 끝난 상처도 그 기억 때문에 오래도록 아픈 가슴을 달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전후 분단의 아픔으로 인해 아직도 병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홀로코스트의 상처를 안고 있는 유대인과 아직도 분단으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인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미 70년이 지났지만 고통이 끝난 아픔보다 현재진행형의 아픔이 더욱 가슴 쓰릴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성탄절을 사흘 앞둔 12월 2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오준 대한민국 유엔 대사가 터뜨린 일성(一聲)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북한사람은 아무나(anybody)가 아닙니다.”

오준 대사는 ‘북한인권’에 대해 발언하는 자리에서 담담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1개국이 찬성함으로써 ‘북한인권’을 공식의제로 택한 날이라 더 그의 발언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었다.

분단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사람도 한국인이다. 그러므로 오준 대사의 발언에는 동포로서 같이 아파해야 하는 아픔이 가슴 저미듯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그 발언은 휴머니즘의 호소였고 그 장면이 SNS를 타고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가면서 화제가 됐다.

회의가 끝난 뒤 사만다 파워 유엔대표부 미국대사는 “지금까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들은 발언 중 가장 강력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오준 대사에게 보냈다고 한다. 담담하게 소견을 밝힌 발표였지만 그 울림은 매우 컸던 것이다.

사만다 파워는 10년 전 <미국과 대량학살의 실태>란 책을 집필한 적이 있었다. 이때 그는 보스니아 학살(1992~1995), 르완다 사태(1994), 코소보 사태(1998~1999) 등 20세기에 일어난 많은 인류 대학살 사건을 다루면서 자국민이지만 미국이 그 학살 사태에 대해 ‘잘 몰랐다’며 철저히 묵과한 데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책의 출간으로 그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유엔이 정한 ‘홀로코스트의 날’

뭐니 뭐니 해도 인류 대학살 사건의 대표적인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스가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다. 우리는 <안네프랑크의 일기>나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인간 잔혹성과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내용을 알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로 대표되는 나치 독일은 1940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만들고 정쟁 중에 유대인들을 체포해 구금하고 하루 수천 명씩 독가스로 살해했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사람들 중에는 폴란드 공산주의자, 소련군 포로 등도 있었지만 희생된 사람들의 90% 이상은 유대인들이었다. 나치는 유대인들의 머리털을 잘라 담요는 만들기도 했고 수천 명의 어린이들을 안락사로 처리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러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가리켜 ‘홀로코스트’(Holocaust)라 한다. 이 홀로코스트라는 말은 구약성서에서 희생물을 통째로 태워버리는 특수한 제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량학살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으로도 사용하지만 특히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지칭하는 말로 거의 굳어졌다.

▲ 일본 총리가 1월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

지난 1월 27일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식이 전 세계적으로 열렸다. 유엔은 특별히 ‘홀로코스트의 날’을 지정해 기념했는데 매년 이 날이 올 때마다 인류와 함께 기억을 새롭게 해서 다시는 세계에서 이러한 잔혹한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유엔에는 ‘홀로코스트와 홀로코스트 교육 아웃리치’ 부서를 따로 두고 있기까지 하다. 이날 폴란드 오슈빙침(아우슈비츠의 폴란드식 발음)에서는 300명이 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모여 ‘죽음의 문’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행사가 유럽과 북미 전역에서 잇따라 열렸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면서 팔레스타인에 아랍과 유대의 개별국가를 각각 건설한다는 유엔의 결정에 따라 1948년 지중해 동남쪽 연안과 아라비아 반도 서북쪽 일대에 이스라엘이란 신생국가가 탄생했다.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이 비로소 나라를 갖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해방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인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대계였던 것이다.

홀로코스트 70주년인 올해 우리나라는 분단 70주년을 맞아 냉전 상태의 남북 대결 구도 속에서, 지금도 북한 정치수용소에서 억울하게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에서 ‘북한인권’이 공식의제로 채택되던 날 오준 유엔 대한민국 대사가 한 마지막 발언은 국제사회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며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고 같은 비극을 겪은 듯 눈물을 흘립니다. 부디 훗날 우리가 오늘을 되돌아볼 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김경은 호주 시드니대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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