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심리전에 뛰어든 영국의 댓글특수부대
SNS 심리전에 뛰어든 영국의 댓글특수부대
  • 미래한국
  • 승인 2015.02.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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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뉴스] 자유세계 위협하는 테러조직 방어 전략

2012년 12월 11월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던 때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강남의 한 오피스텔로 들이닥쳤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국정원이 댓글공작을 통해 문재인 후보에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도록 만들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 그 사무실을 습격하러왔다고 주장했다.

민통당 의원들은 해당 오피스텔을 두드렸으나 안에는 20대 여성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통당 의원들은 이 여성을 국정원 직원으로 간주, 사흘 동안 사실상 감금상태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 여성을 포함해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찾은 것을 보면 대선에 개입하려고 하기보다는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선전선동을 하는 이들에 맞서는 활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SNS를 활용해 싸우는 ‘심리전 부대’

이후 대선 기간 동안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의 실체가 모조리 드러났다. 전직 국정원 직원이 현직 직원을 미행·감시하고 내부 기밀을 몰래 빼돌려 야당과 언론에 퍼뜨렸기 때문이다.

당시 알려진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의 규모는 약 70여 명이다. 우선 본부에서 핵심적인 이슈나 주제를 꼽아 여기에 대한 대응 이론, 정보 등을 정리한다. 그러면 사이버 심리전단 요원들이 주요 커뮤니티에서 포털 뉴스 댓글을 SNS에 뿌려 여론을 움직이는 구조였다.

이는 북한 사이버부대가 한국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한다는 사실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맞물려서인지 국정원 산하 ‘사이버 심리전단’은 해체됐다.

소속 직원들도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국내에서는 온라인이나 SNS에서 댓글을 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퍼졌다.

▲ 북한의 적공 일꾼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의 활약상에 주목한 걸까. 최근 영국군이 온라인과 SNS에서 활동할 ‘특수부대’를 창설하기로 했다고 한다.

영국군 제77여단. 백과사전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인들로 구성된 영국 공수부대가 제44공수사단 소속으로 버마 전선에서 활약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군이 신개념의 ‘특수부대’를 창설하면서 제77여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영국군이 ‘페이스북 전사’를 양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국 육군은 오는 4월 버크셔 뉴버리 인근의 허미티지에다 특수 심리전 부대 ‘제77여단’을 창설하고 1500여 명의 우수한 병사들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77여단’은 총칼로 무장한 부대가 아니라 SNS를 활용해 싸우는 ‘심리전 부대’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생생한 뉴스’를 무기로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와 뉴스 댓글란에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주적’은 최근 SNS와 온라인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전 세계의 젊은 무슬림들을 유혹하는 IS나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과 영국을 위협하는 세력들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육군은 ‘제77여단’을 다른 영국군 부대처럼 현역과 예비역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77여단’에 선발될 장병들은 저널리즘 기술과 자신의 생각을 SNS에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영국 육군 대변인은 최근 변화하는 전장(戰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제77여단’을 창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테러조직과 적성국이 SNS를 통해 대중을 선전·선동하는 것이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육군은 “2차 대전 당시 제77여단은 버마 전선의 적 후방에서 작은 규모의 병력으로 적이 예상치 못하는 비정규전 전술을 구사해 적 지휘부의 전략을 뒤흔들었다”며 거기에서 ‘댓글 심리전 부대’의‘제77여단’이란 이름도 따왔다고 밝혔다. ‘댓글 특수부대’의 역할도 제77여단이 하던 비정규전 전술과 다를 바 없다며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77여단’의 신임 여단장은 나토(NATO) 특수전 사령부에서 근무했던 마셜 웹 중장이 맡을 예정이다.

마셜 웹 중장은 향후 ‘작전’에서 러시아와 테러조직 IS에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혀 향후 전 세계 온라인에서 러시아 대 영국, IS 대 영국 간의 치열한 ‘댓글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


세계의 댓글 특수부대들

영국 언론들도 영국 육군의 설명에 수긍하는 모양새다. 2014년 있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과 테러조직 IS의 이라크-시리아 침공, 그 이전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적들은 SNS를 통한 선전·선동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크림 반도에서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고자 노력한 적이 있고 테러조직 IS는 전 세계에 자신들의 뜻을 지지하도록 여론을 선동하는 SNS 세력들을 갖고 있다.

2014년 여름을 달궜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당시 양측은 이에 대해 보도하는 전 세계 언론사 뉴스 댓글란과 SNS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일부 언론은 이스라엘 댓글 부대의 모습을 공개, 전 세계 사람들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이스라엘 댓글부대

1700여 명의 해커를 보유한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2013년 11월 12일 북한 선전매체 노동신문은 1면에 김정은과 인민군 ‘적공일꾼’들이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적공일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회주의 제도 옹위의 전초선을 믿음직하게 지켜가고 있다’고 말한 다음, 인민군 제4차 적공일꾼 열성자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와 평양방송도 이날 행사에서 김정은이 “선군혁명 위업의 최후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안고 자기들 앞에 맡겨진 무겁고도 영예로운 사명을 다해 가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했다”며 적공일꾼을 치켜세웠다.

적공일꾼이란 심리전을 통해 적의 사기를 꺾고 와해시키는 조직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주로 대남 심리전 요원을 말한다.

과거 북한군은 군단별로 적공일꾼을 두고 주로 대남 전단을 날려보내거나 대남 심리전 방송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댓글이나 SNS를 통해 활동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정보기관은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은 사이버 전력을 핵, 미사일과 함께 3대 전쟁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사이버전력은 핵, 미사일과 함께 인민군대의 타격 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寶劍)”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사이버 부대를 사이버 사령부로 확대·개편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 국가와 우리의 적은 ‘댓글 심리전 부대’를 새로 창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논란 이후 어떤 방식으로는 ‘댓글’과 SNS를 통해 적에게 맞서는 심리전을 금기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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