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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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승
  • 승인 2015.03.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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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문창극의 역사읽기 그들이 꿈꾸던 나라> (문창극 著 기파랑)
 

저자인 문창극은 작년 6월 10일부터 보름 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로 지명됐다가 미처 예상치도 못한 엉뚱한 구설에 휘말려 스스로 ‘총리 후보’에서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 강연’이 거두절미(去頭截尾)의 악의적(惡意的) 편집에 의해 왜곡된 ‘역사 강연’으로 둔갑하면서, 주로 좌파 성향 매체와 인사들에 의한 반(反) 정권 차원의 막무가내 인신공격이 그에게 퍼부어졌다. 거기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올바른 우리 역사’는 아예 설 자리조차 없었다.

저자는 국무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서울대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와 정체성’이라는 교양과목 강의를 진행했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 가령 세대 간의 갈등이나 이념의 갈등도 이 나라를 생각하는 관점, 즉 국가관의 혼돈에서 비롯됐다고 평소에 생각해온 저자는 흔쾌히 서울대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강의를 맡았다. 그의 뜻은 이랬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해 말해 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발인 것이다.”

이번에 <문창극의 역사 읽기>를 펴내게 된 동기 역시 서울대에서 젊은 지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맡은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저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지난해 여름 나는 개인적으로 시련을 겪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그런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내 개인의 시련은 개인적인 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의 밑바탕에는 잘못된 국가관과 역사관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고치지 않고는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우리나라의 장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은 제1부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의 어둠(暗) 속에서’와 제2부 ‘광복, 건국과 근대화의 불빛(明) 속에서’의 두 파트로 구성됐다. 그러나 책을 관통하는 것은 우리의 웃어른, 즉 앞서 이 세상을 산 인물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의도에 대해 “위인들의 삶은 우리를 자극한다. 젊은 시절은 더 그러하다. 나라의 운명이 험난했던 시절, 우리의 선각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배움으로써 그들의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副題)로 ‘그들이 꿈꾸던 나라’를 붙인 연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반드시 ‘밝음(明)’의 측면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어둠(暗)’의 흔적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임진왜란에서 성웅 이순신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선조(宣祖)의 실정(失政)을 적시했으며 윤치호의 친일(親日)도 가감 없이 열거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현재’의 접목에 관한 대승적인 진단을 내린다. 그가 말하려고 했던 대한민국의 역사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진짜 생각을 엿보는 건 어떨까.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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