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권문제에 격앙하는 것은 그들의 치명적 약점이기 때문”
“북한이 인권문제에 격앙하는 것은 그들의 치명적 약점이기 때문”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5.03.1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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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싱턴 북한인권대토론회 주관한 이정훈 인권대사

작년 2월 17일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탄압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자로 김정은을 지목했다.

또한 국제사회가 개입하거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내용의 COI 최종보고서는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가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올해 2월 17일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 발표 1주년을 기념해 워싱턴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대규모 북한인권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본지 미래한국 부회장)로부터 이번 행사의 취지와 북한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효성 있는 대북 인권정책으로 국제사회 한목소리

▲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

- COI 최종보고서 발표 1주년을 기념한 북한인권대토론회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행사의 취지가 무엇인지요.

작년 2월 17일 COI 최종보고서가 제네바에서 발표된 이후 어느 누가 생각했던 것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파급효과가 엄청났습니다. 보츠와나는 바로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고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의 의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상당히 중대하게 다뤄졌습니다. NGO들도 큰 힘을 받게 됐죠.

따라서 이것이 북한인권에 관한 단순한 보고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인권에 대해 국제 사회가 본격적으로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엄청난 구심점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최종보고서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에 1주년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 행사 이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적대세력의 “무모한 인권도발 책동을 초강경 대응으로 끝까지 짓부숴버릴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반응은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불안한 것이죠. 본인들이 떳떳하고 결백하다면 불안해하고 화를 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잘못한 죄가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북한의 행동은 마치 이런 것과 같습니다. 어떤 아이가 수십 년간 나쁜 짓을 일삼고 다니다가 결국 경찰에게 걸린 상황인거죠. 수십 년간 아무런 지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나쁜 짓을 한다고 지적하기 시작하니까 공황 상태가 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아주 거칠게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그래 너희들 맘대로 떠들어봐라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할 것이다’는 식으로 아무런 반응조차 않고 핵실험을 이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인권 문제만큼은 북한 당국이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이것이 북한을 압박과 지적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죠. 정치범 수용소 폐쇄,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금지 등 어떤 형식으로든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이 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북 인권 정책으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북한인권대토론회 행사에는 마이클 커비, 다루스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행사 내용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북한인권에 관한 범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입장을 재확인시키는 자리가 됐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행사 이후 국제사회는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있습니까?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움직임은 많은 일정이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먼저 올해 3월 제네바에서 정기 인권이사회가 개최됩니다. 이 자리에서 다루스만 북한특별인권보고관을 중심으로 북한인권에 관한 새로운 결의안이 마련되고 새로운 내용들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3월 중으로 UN 인권이사회의 현장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됩니다. 4월 무렵 개소식이 진행될 예정인데 개소식에는 인권이사회 최고대표인 자이드 알 후세인 대표가 참석하는 등 의미 있는 행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올해 6월 15일 영국의 마그나카르타가 800주년을 맞이합니다. 마그나카르타는 자유주의, 인권, 민주주의 이런 것을 상징하는 칙허인데 마그나카르타 800주년 기념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북한인권에 대해 조명하고, 마그나카르타 정신을 북한에도 어떻게 전파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본질 훼손된 북한인권법 통과되면 안 돼

- 정작 우리나라는 북한인권법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창피스러운 사실입니다. 해외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국회에서 아직도 북한인권법 제정이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외국에서는 많이 놀라죠.

미국에서는 북한인권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것이 2004년입니다. 일본에서도 2006년 통과됐고 캐나다 의회에서 추진 중인 북한인권법도 올해 안에 제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영국 등 다른 나라들도 이러한 흐름을 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이 홀로코스트와 같은 고난을 겪고 있는데 벌써 10년이 넘도록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해자들을 그냥 둘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의회에서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북한인권 활동가들을 도와주고, 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북한인권 침해 사례들을 수집해야 남북통일이 되면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1961년 잘츠기터에 중앙기록보존소가 검찰청이 중심이 돼 설치됐습니다.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의 기록을 잘 축적하고, 축적된 자료를 처벌의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치돼야 하는 이유이자 역할인 것이죠. 그렇다면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당연히 법무부 소재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야당은 계속 남북교류, 대북지원을 담당하는 통일부 소재로 해야 한다고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북한인권법’은 인권엔 전혀 관심이 없고 대북지원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아니라 완전히 물타기한 이상한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약화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서 제정을 위한 제정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없는 게 나아요. 그러나 야당이 계속 저지하고 막는 것도 아마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UN과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당이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야 합니다. 조급증 때문에 타협을 해서 빨리 통과시키려고 하면 안 됩니다.

- 앞으로 대한민국이 북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인권 문제를 바탕으로 나아가야 할 입장과 방향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라고 표현하며 통일 대박론을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통일은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것인데요. 하지만 북한인권과 핵무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통일에 대한 꿈은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진정 우리가 통일을 지향하는 국가적 목표를 지향한다면 계속되는 걸림돌인 핵문제와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핵·인권 문제 해결 없는 남북대화는 무의미

이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급회담, 남북정상회담, 적십자회담 등의 남북교류는 아무 소용이 없는 세금낭비입니다. 모든 대북정책은 헌법상 명시된 ‘자유민주적 통일’이라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제2, 제3의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위헌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권 문제와 핵문제도 다뤄야 합니다. 목표 의식 없이 남북관계를 이벤트성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통일과는 점점 멀어지는 현상을 초래할 것입니다. 목표 의식을 뚜렷하게 갖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강대국이 아닙니다. 소위 미들파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이 아시아권에서 소프트파워로 부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파워에는 한류와 같은 산업도 도움이 되겠지만 ‘인권이 중심에 있는 국가 대한민국’으로 부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도 대단한 강대국은 아니지만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사실 그러한 위상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은 있는데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인권을 중심으로, 인권하면 대한민국이 항상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인권강국으로 도약을 하는 목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은 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워싱턴 대토론회에서 논의된 북한인권 활동 전략들

● 북한 책임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알리자
● 이들이 행한 인권범죄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자
● 북한주민과 정권을 구별해서 상대해야 하며 북한 주민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
●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과 연계하자
● COI 보고서의 내용과 활동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자
●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개발하자
● 오는 3월 서울에 설치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활동을 지원하자
● 유니세프 등 유엔내 다양한 기구들과 협력하자
● 각국 정부가 평양과 대화할 때 인권 문제를 거론하도록 하자
●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 북한 원조국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도록 해야
● 북한 정권이 인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임을 알리자
● 북한인권 문제를 옹호할 할리우드 인사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자
● 탈북여성들의 성적 약탈 문제를 이슈화 하자
● 경색된 한일관계를 북한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회복하자


호주 의회도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호주 연방의회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호주 연방하원은 2월 23일(현지시각) 북한인권 개선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이 2월 24일 보도했다.

결의안을 발의한 크레이그 론디 의원은 하원에 출석해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라면서 지난해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사실이 확인됐으며 지금도 그 같은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론디 의원은 전 세계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난하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자들과 반인도 범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COI의 요구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북한인권 결의안은 총 4개 항으로 구성됐다. COI 보고서에 중대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밝혀졌고, 이런 인권 침해가 북한 최고위층의 정책에 의거해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됐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세계 인권표준에 맞는 대우를 받도록 호주 정부가 북한 당국에 계속 요구할 것도 촉구했다. 

호주 정부가 북한에 한국과 의미 있는 양자 회담과 북핵 6자회담의 여건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것도 명시하고 있다. 론디 의원은 시드니의 한인 밀집지역이 선거구인 지한파 의원이다. 지난해 말에는 북한 농아 축구팀의 호주 방문을 지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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