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I 보고서 후속조치 없으면 의미 퇴색”
“COI 보고서 후속조치 없으면 의미 퇴색”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3.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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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이클 커비 전 UN COI 위원장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COI 최종보고서 발표 1주년을 맞아 2월 17~18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토론회 특별순서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커비 전 위원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잊지 않고 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말 것을 내내 강조했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자칫 1회성 행사나 보고서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경고였다. <미래한국>이 워싱턴 포럼 현장에서 커비 전 위원장을 만났다.

- COI 보고서의 가장 큰 의미가 무엇이었다고 평가하십니까.

북한인권 문제의 진상을 밝히고 추천 내용을 담은 COI 보고서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실제적인 변화를 얼마나 가져올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 중 언젠가 북한 지도자와 관리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위협은 북한으로 하여금 인권 문제에서 조심하고 개선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처음으로 UN 인권 시스템에 제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인권기록에 대한 정기리뷰(UPR)에 참여해 설득력 없고 정치선전적인 내용이지만 자신들의 인권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COI 보고서 제안 중 매우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것은 UN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인권침해를 인류에 반하는 범죄로 보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UN 안보리가 작년 12월 22일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채택함에 따라 향후 3년 내 언제든지 북한인권 문제를 안보리에 제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전 COI위원들, 좌로부터 소냐 비세르코, 마이클 커비, 마르주키 다루스만

- 반면 COI 보고서의 한계도 있을 것 같습니다.

UN헌장과 국제법상에 반하는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COI의 책임이 아닙니다. COI는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에 대한 사실 확인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할 뿐입니다.

COI 보고서 실행의 근본적인 책임은 이 보고서를 받는 자들에게 있습니다. 바로 UN 회원국들과 관련 UN 기관들, 즉 인권위원회, 유엔총회, 안보리, 국제형사재판소 등이죠.

- UN 내에서 인권 이슈가 각 국가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국제사회가 인권 침해를 발견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국가들의 정치적인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지정학적,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가장 극명한 예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입니다.

가령, 가해자가 투표권 혹은 거부권을 사용하면 이들의 인권 침해를 국제사법으로 책임을 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중대한 인권 침해의 경우 거부권 사용을 못하도록 하는 UN 헌장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탈북민 신동혁 씨의 증언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COI 보고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신동혁의 증언 중 일부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된 후 그의 증언 일부를 보고서에서 뺐습니다. 그러나 UN 주재 북한대표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의 증언이 COI 보고서가 내린 결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북한이 많은 증언자들의 말을 반박하려면 UN과 국제언론, COI 멤버들을 북한으로 초대해 북한인권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받은 후 그 사실들을 문서로 발표해야 합니다.

- COI 보고서 내용 중 남북한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 있습니다. 소개를 바랍니다.

네. 보고서는 남북한 통일을 위해 비록 작지만 현실적인 움직임을 제안했습니다. 바로 개인, 가족, 학생, 스포츠 팀, 시민단체 등 민간 교류 활성화입니다. 북한은 지금 무시하고 있지만 민간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통일의 첫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민간 교류와 대화를 위해 미국에서 남북전쟁 후 미국 연합의 재통일을 어떻게 가져왔는지, 1989년 독일 통일 당시 어떻게 했는지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시작점은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때 한국과 북한 축구팀이 우호적인 만남을 갖는 것을 보면서 스포츠가 남북한 민간 교류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 그런데 오늘은(2월 17일 워싱턴 포럼) 남북한 통일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표명하셨습니다.

통일 의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남북한이 서신, 전화, 인터넷, 교통, 언론 등 기본적인 접촉이 거의 없는데 어떻게 통일을 위한 상호 기대와 존중이 형성될 수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이 북한의 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북한의 현행 정치, 법적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그런 투자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해 거의 무관심한 것 같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통일이 되려면 우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북한에 대해 떠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수수께끼와 같은 곳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1949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영국과 소련 간 이해 증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소련에 대해 표현한 것입니다. 북한이 그와 같습니다. 북한은 정보기술 발전으로 세계가 더 긴밀히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고립돼 있습니다.

- COI 보고서와 관련 향후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COI 보고서는 설득력 있고 강제적인 보고서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가 후속 조치를 해야 합니다. 관심과 힘이 있는 국가들이 COI 보고서 추천 내용들을 이행해야 합니다.

 

워싱턴=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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