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향후 60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
“한미관계 향후 60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5.03.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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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안호영 주미 대사

박근혜 정부 들어 한중관계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대적으로 한미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미국에서는 한중관계와 한일관계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북한의 문제와 최근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문제 등에 대한 미국 조야의 입장과 분위기는 무엇일까? 지난 2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안호영 주미대사를 만나 한미관계의 현안과 미국 조야의 분위기에 대해 들어봤다.

▲ 안호영 주미 대사

-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주년을 맞아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토론회에 참석하셨지요. 이번 행사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COI 조사활동 1년, 그리고 COI 북한인권 보고서가 나온 지 1년이 지나면서 이제 한국과 전세계적으로, 심지어 북한 조차도 북한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부심과 함께 동시에 좌절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 일본 등이 이미 북한인권 관련법을 제정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계시면서 이 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으실 것 같은데요.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께서 이번 토론회에서 이에 대해 쉽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이 북한에 정보를 주는 게 중요하고 대북풍선이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인데 왜 한국은 풍선 보내기를 방해하는가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저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음에도 그 일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한미관계 발전 위한 우선순위 -‘인스티튜션 빌딩’

- 주미대사로서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 일을 위해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계십니까.

한미 양국이 동맹관계를 맺은 지 60년이 지났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상호방위동맹조약을 체결하며 시작된 한미동맹 관계가 2013년에 만 60년이 된 것이죠.

지난 60년 동안 양국 간에 정치, 사회, 경제, 외교적으로 큰 발전을 이뤄왔는데 이제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을 해야 할 것은 앞으로 6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나라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는 의욕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맥을 잡아야 한다는 것, 바로 ‘인스티튜션 빌딩(institution building)’ 입니다. 인스티튜션이란 협정, 회의체, 모임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이렇게 만들어진 인스티튜션을 계속 활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우리를 지지해줄 수 있는 그런 분들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지만 앞으로 계속 해나가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 한미관계는 ‘혈맹’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과거 한국전에서 함께 싸운 참전용사들은 한미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연로하시면서 많이 돌아가시고 아울러 미국 내 지한파들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미국의 정책결정자(decision maker)들을 많이 만납니다. 백악관, 의회 관계자는 물론 법관도 만나고 커미셔너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또한 여론 선도층 인사들(opinion maker)도 많이 만납니다.

싱크탱크, 뉴스 미디어가 대표적인 오피니언 메이커인데 워싱턴에서는 정책결정자들과 오피니언 결정자들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만남을 통해 한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미국 전역 300개 지부에서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 하원의원 중 3분이 한국전 참전용사입니다.

그들 중 한 분이 텍사스 출신의 샘 존슨입니다. 그분은 저보고 자기 지부는 3주에 한번씩 만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제가 워싱턴 이외의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면 거기에 계신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하고 한국전쟁 기념비를 찾아갑니다.

2013년부터 한국전 참전기념메달을 제작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이 메달은 부식돼 철거한 휴전서 철책을 녹여서 만든 것인데 참전용사들에게 이 메달을 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십니다.

- 박근혜 정부가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에서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습니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경쟁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의 옆에 있는 나라니까 비슷한 입장에 있다는 것을 미국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발전시킨다고 해도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개막 연설을 한 커트 캠벨 전 동아태 차관보의 입장이 그러한 미국 조야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중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한중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라고 봅니다. 싱크탱크나 뉴스 미디어와 같은 오피니언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가운데 한중관계를 의심스러운 시각으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처럼 미국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관계를 계속 구축해나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중, 한일 관계를 보는 미국의 시각

- 한일 관계가 경색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미국은 아무래도 동아시아 안보를 위해 일본이 필요한 입장이기에 우리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하면서 우리 정부 입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 조야에서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보면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에 방한하셔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때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저는 그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한일관계에 역사문제가 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를 ‘정직하고(honestly) 있는 그대로(fairly)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다음에 한 이야기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확히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그 일은 끔찍하고 지독한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쟁 중에 일어난 것이라고 해도 충격적인 사건입니다(It was terrible, it was egregious. Even in the midst of war it happened it was shocking.)’ 일본은 미국에 굉장히 중요한 우방인데 그런 일본에게 이 정도의 강한 표현을 쓴 것을 보면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미국 내에서는 일본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로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주미대사로서 외교현장 일선을 책임지고 계신데 일본 정부와의 마찰 등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일본이 로비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면 그렇게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가령, 지난 1년 동안 미국 의회에서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결의안, 편지,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 어느 하나도 역사 문제에서 일본이 잘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없습니다.

여러 싱크탱크에서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는데 그 어디서도 일본이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미국의 유수한 언론매체들 가운데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실렸는데 그 어느 하나도 일본이 역사문제에서 잘하고 있다고 쓴 것이 없습니다.

일본이 로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결과를 보면 우리가 조바심 낼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문제는 한미관계라는 큰 흐름 속에서 한미관계를 잘 관리해나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드 요격미사일 한반도 배치, 미국은 아직 결정 안해

- 미국의 사드(Thaad) 요격미사일 한반도 배치 문제가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협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이 있으니 자기들 나름대로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니 우리와 협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현 정부 들어 주미대사로 부임하셨습니다. 안 대사님 개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1978년에 외교부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북미과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미국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981년에 주미대사관에 부임해 조지타운대에서 연수를 했고 1990년에 미국에 다시와 대사관에서 정치군사문제 담당 서기관으로 근무하며 미국과 안보협력 특히, 당시 본격화된 북한의 핵문제를 다뤘습니다.

이후에는 서울에서 조약국에서 근무하면서 경제통상문제를 다뤘고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G20이 태동하면서 G20 관련 업무를 보았습니다. 2011년 브뤼셀에 대사로 나가 EU 대사로 나토(NATO) 관계 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무, 안보 관계 이슈, 경제통상 이슈를 했고 EU 대사를 하며 경제, 통상, 문화 전반적 이슈를 한 것입니다. 이후 외무1차관으로 서울로 다시 들어왔고 당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모시고 외교 전반을 다뤘습니다. 그러다가 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주미대사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rekorea.co.kr
사진·정리/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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