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줄기세포 이대로면 다 뺏긴다
미래 먹거리 줄기세포 이대로면 다 뺏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3.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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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

2005년 불거진 ‘황우석 파동’ 이후 침체됐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10년 만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꾸준히 진행돼 시판을 준비 중이거나 시판 단계에 들어선 치료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바이오 기업들이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든 지 15년 만이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가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서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해외에 비해 과도한 규제가 줄기세포 연구 발목 잡아

경희의료원 원장을 지낸 의학계 원로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는 “줄기세포는 미래 의학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로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지 <미래한국>은 유 교수를 만나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과 효능의 문제, 치료제 개발과 산업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유명철 석좌교수는 1976년 세계최초로 절단 대퇴부의 재접합 수술에 성공한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에 매진 중이다.

▲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

- 최근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동향은 어떤가요? 많은 줄기세포치료제들이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최근 무릎연골 질환이나 심근경색 등을 위한 줄기세포치료제가 시판되고 있는데 임상이 진행 중인 치료제들에 비하면 극히 일부입니다. 말초 혈관이 막혀 조직이 썩는 버거씨병, 치매, 뇌성마비, 루게릭병 등 각종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치료제들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빠르면 2~3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한때 침체를 겪었던 것에 비하면 관련 업계의 노력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2000년 전후 태동해 세계적으로 앞서갔습니다. 아시다시피 황우석 교수 논문의 문제 때문에 국민의 신뢰가 추락했고, 그러다 보니 정부기관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됐죠. 활발했던 초기 줄기세포 연구가 정체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이후에도 산발적 연구가 꾸준히 지속돼 이제 서서히 빛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사건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분야를 선도했을 텐데, 지금은 해외 연구가 앞선 부분도 많죠. 일례로 재작년 노벨의학상을 일본에서 받았는데 그 주제가 만능유도 줄기세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 연구는 우리나라도 가능했을 텐데, 정체기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단계를 간소화하자는 주장에 대한 반대 논리는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여러 조직으로 분화하는 속성이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거죠. 예를 들면 암세포로 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그런데 이제껏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수도 없이 하는 데 암세포로 분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론적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극히 드물다는 거죠.


줄기세포, 암세포 분화 가능성 극히 낮아

-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를 한 지 벌써 15년 이상이 됐고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감안하면 그보다 역사가 더 오래 됐는데, 그 동안 암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나요?

거의 무시할 정도입니다. 확률로 치면 거의 0.001%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부작용은 어떤 약이든 있는 정도이거나 훨씬 작은 수치입니다. 부신피질호르몬이라는 약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당뇨병 유발 등 그 부작용의 심각성도 무시 못 합니다. 그런데 쓰고 있죠.

그렇게 본다면 줄기세포가 나쁜 방향으로 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제재하는 것은 과하다고 봅니다. 물론 약은 안전성과 효용성을 둘 다 충족해야 하지만 제가 실제 사례들을 볼 때 암으로 분화하는 것은 극히 드문 예입니다.

- 안전성에 더해 줄기세포가 어떻게 분화할지 통제할 수 없고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세포가 신경이 될지, 혈관이나 뼈가 될지는 DNA의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줄기세포의 성질 중에는 주위의 세포나 조직의 환경에 따라 분화가 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죠. 뼈가 있는 곳은 인체 조직의 환경이 줄기세포가 뼈로 분화되는 방향으로 조성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릎 관절염 환자의 관절에 줄기세포를 주사하면 연골로 분화돼 효과를 내는 이유입니다.

-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효능일 텐데요. 원장님은 정형외과 의사로서 관절염에 대한 사례를 잘 알고 계실 텐데 실제로 효능을 확인하셨나요?

질병 종류에 다르지만 관절염에는 확실한 효과를 확인했고, 현재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비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사한 여러 사례를 보면 신경의 재생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신경은 원래 재생 안 되기 때문에 치료에 다른 방법이 없어요. 치매나 파킨슨병이 모두 신경세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줄기세포가 확실히 개선 효과를 가져옵니다. 현재 어떤 경우에 더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 지인의 아들이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를 체험했습니다. 교통사고로 80일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깨어났는데 뇌 기능과 언어, 거동이 모두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으니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는데 100% 회복은 아니지만 기억력이나 언어, 몸 움직임이 현저히 좋아졌습니다.


관절염, 버거씨병, 치매 등에 효능 확인

-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줄기세포치료제도 다른 화학 성분의 신약처럼 임상 3단계를 거쳐야 하죠. 해외에서는 어떻습니까? 줄기세포치료제를 신약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의료기술로 볼 것이냐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네. 그 문제가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의 핵심 이슈의 하나입니다. ‘약이냐 기술이냐’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줄기세포치료제를 일반 신약과는 다르게 보자는 것은 인간의 몸에서 나온 세포이니 일반 화학 약과는 구별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포지만 배양해서 제조했으니 약이고 다른 신약처럼 임상 3상의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또 세포를 배양해야 하니 기술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말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신약으로 보고 있고 약사법에 따라 관리됩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고요.

그런데 3상까지 진행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연구비도 수천억원이 투입돼야 하죠. 안전성을 꼼꼼히 따지는 원칙은 맞지만 1상, 2상에서 안전성을 검증했으면 150명 정도의 대규모 사례를 통해 효능을 시험하는 3상 단계에서는 조금 융통성을 발휘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 신약이 나오기 힘듭니다.


일본은 임상3상을 거치지 않고 치료 가능

가까운 일본의 경우 식품, 의약 관리가 보수적인 국가이지만 줄기세포치료제에 관한한 굉장히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의사의 재량으로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하고, 또 일정 기간 동안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도 줄기세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조건부기한부 승인’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자가 일본에 가서 치료를 받고 일본이 재작년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줄기세포가 미래의학을 주도할 것을 알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중국,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약이냐 신기술이냐는 논란과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줄기세포 분야는 장차 인류 의료의 큰 축이라는 사실입니다.

- 그렇다면 줄기세포 치료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해외 영화를 보면 미래에는 장기를 재생하기도 하는데 그런 수준도 가능한가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망막의 기능 상실로 실명이 됐을 때 줄기세포 주사로 망막세포를 재생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치매, 뇌졸중, 파킨슨, 관절염 등의 난치병도 곧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게 10년 안에 볼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20년 안에는 인체의 장기에 질환이 생겼을 경우 줄기세포를 주입해서 새로운 기능을 하는 장기로 재생시킬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이렇게 가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지요. 인간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것입니다. 환자 치료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경제 발전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선도를 해줘야 합니다.


줄기세포 치료, 환자 선택 존중해야

- 정부에 하실 말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의학계 원로로서 이 기회에 줄기세포 연구의 발전을 위해 제언을 해주시죠.

우리 미래의 먹거리가 무엇입니까. 의료분야에서는 줄기세포입니다.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연구비를 투입하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합니다. 의사가 난치병을 줄기세포를 치료하겠다 하면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3상을 치료와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산업 자체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의학계에서 인정 받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줄기세포 치료에 관심을 가지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40년 넘게 일해 왔습니다. 미세수술이라고 절단된 팔, 다리, 손가락 등을 접합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절단된 팔을 재접합하는 수술을 성공(1975.10)했고 절단된 대퇴부를 재접합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1976.2)하기도 했죠. 지금은 보편화 됐지만 당시에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여긴 수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많이 했는데 인체의 관절이 회복될 수 있으면 인공관절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되면 환자들이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식의 필요성을 느껴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도 하게 된 것인데 이것도 역시 사망자가 기증을 하지 않으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죠.

그런데 줄기세포로 뼈를 재생하면 인공관절도 필요없고 이식도 필요없는 것 아닙니까? 화상 환자가 줄기세포로 피부를 재생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 이렇습니다. ‘아. 줄기세포가 미래의학의 기둥이 되겠구나’ 그 후에 경희대 안에 재생의학센터도 만들었습니다. 줄기세포 중에서는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이 채취하기도 쉽고 안전해서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효능인데 이것만 입증되면 좋겠다 싶어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동안 치매 관절염 뇌성마비 버거씨 파킨슨 등 난치병들의 줄기세포치료제를 연구해 대부분 임상 막바지까지 진행했고 조만간 시판될 치료제도 있습니다. 앞으로 2~3년이면 대부분 결과가 나오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줄기세포치료제가 더 가시적인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죠.

* 이 기사는 '미래한국TV'를 통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영상 링크 : https://youtu.be/kyyCx10HjuE


인터뷰/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영상/이준영 기자 wnsdudf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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