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 대사마저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나라가 됐다
한국은 미국 대사마저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나라가 됐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3.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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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김기종의 테러는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미국 그 자체에 대한 공격

정말 한국 국민임을 수치스럽게 만든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김기종이라는 결코 젊지 않은 한국 사람이 주한 미국 대사를 죽이려다 실패한 사건이 지난 3월 5일 아침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강연장에서 발생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약칭 민화협)이라 불리는 그 이념적 정체성을 잘 알기 힘든 단체가 주관하는 조찬연설 연사로 참여했던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악수하러 오는 줄 알고 다가오는 김기종의 손을 잡으려다 그가 휘두른 25cm 길이의 칼에 찔려 얼굴과 팔에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하나 무려 8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만약 칼이 2~3cm  정도 더 내려간 곳을 찔렀다면 경동맥이 끊어져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위태로운 사건이었다. 동맹국인 한국의 국민 중 한사람이 미국 대사를 살해할 의도로 공격한 것이다. 

김기종은 범행을 하기 이전부터 익히 잘 알려진 종북(從北) 반미주의자였다. 수년전 주한 일본 대사를 공격했지만 감옥에 가지도 않았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국가가 인정해준 ‘통일 일꾼’이기도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했고 통일교육원의 강사이기도 했으며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고 한다.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북한을 1년여에 불과한 2006~2007년 짧은 기간 동안 무려 8번이나 다녀온 사람이다. 

그의 언행은 종북주의자의 전형이며, 좀 거친 말로 표현하자면 ‘빨갱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지금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습니까?” 라고 반문한 정치인도 있었는데, 오늘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런 인간이 대한민국을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분명히 보고 있는 중이다. 


넘지 못할 선을 넘고 말았다

그런데 김기종의 미국 대사 암살미수사건이 벌어진 후 참으로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평소 언행이 반미적임이 분명했던 사람들조차 갑자기 한미동맹은 중요하다고 말하고들 있으며, 김기종의 행동을 종북주의자가 한 일이 아니라 정신 나간 한 개인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이 이럴 때 당당하지 못하고, 김기종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이유는 김기종의 행동이 몰고 오는 비난의 예봉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고 김기종 사건이 야기할 사회적 정치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김기종은 북한과의 연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쳤습니까?”라며 반문했다. 그를 지지하던 세력들이 김기종을 정신이상자로 몰고 가는 와중에 자신은 멀쩡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기 위해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을 지지하는 소위 진보세력의 일원인 김기종이 자신의 동료들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혹은 북한의 지시를 받지도 않고 그 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말이다. 개인 혼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종북 운동권 조직은 참으로 허깨비 같은 수준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파급 효과는 심상치 않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 다수가 리퍼트 대사에 대한 공격을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라고 본다. 

▲ 3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에서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관계자들이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빌고 테러범 김기종을 강력 규탄하고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미국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이다. 주한 미국 대사는 미국의 대통령과 국민, 즉 미국을 대표해서 한국에 와 있는 최고위급 외교관이다. 

어떤 이유든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을 공격한 것이며, 입원중인 리퍼트 대사도 김기종의 공격은 자신과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이 우리를 짜증나게 만드는 이유는 한국이 미국 대사마저 죽이겠다고 덤벼드는 나라로 인식되는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관계에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넘지 않을 선이 있었다. 미국산(産)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숭숭 뚫려 죽을 것이라며 울부짖는 한국인들도 있었고, 교통사고를 살인사건이라며 거리로 뛰쳐나온 수십만 이상의 어처구니없는 한국 국민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은 미국 대사를 칼로 찌를 나라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리퍼트 대사는 가족과 서울 시내를 산보하기도 하고, 식당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사진 한 장 찍게 해달라는 서울 시민의 요구에 거침없이 응해주던 사람이었다. 

즉 미국은 한국에 대해 믿는 바, 혹은 상한선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것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앞으로 영원히 상처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한미관계가 진정 양호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제 서울 거리를 진심으로 마음 놓고 활보할 미국 대사는 없을 것이다. 혹 누가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을 숨기며 하는 거짓 제스처가 될 것이다. 9·11 이전과 이후 온 세계의 공항에서 이뤄지는 검색의 차원이 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9·11 이전에는 그 같은 일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사건이 막 시작된 시점이기 때문에 전혀 어떻게 사안이 진행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발생했지만 미국 대사가 희생자이기 때문에 수사 과정은 물론 사건을 처리하는 결과 등에서 예상치 못한 한미 갈등이 야기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 FBI, 혹은 CIA가 수사 과정에 개입하겠다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며, 만약 한국이 머뭇거리거나 곤란하다고 할 경우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만약 이들이 막강한 수사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단독으로 수사를 벌여 김기종의 행위와 북한의 연계를 찾아낸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까? 

이 사건은 한미 양국군이 연례 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벌어졌다. 북한은 매년 해오는 한미 양국의 연합 훈련을 침략전쟁연습이라고 악을 쓰며 비난하고 있었으며, 미국 대사의 신변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해 왔다. 

사실 미국은 북한을 정상적인 대화의 상대로 보고 있지 않다. 지난해 말 이후 미국의 중요한 대북정책 결정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붕괴를 시작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23일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은 북한에 상응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며 상응하는 정책이란 ‘정치적 실체로서의 북한을 종식시키고 한반도를 통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 연설이 끝난 직후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북한을 붕괴시킬 수단까지 언급했다. 

올 1월 29일 서울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한국이 북한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와 같은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이 사석(私席)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던 수준의 언급을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말할 지경이 된 것이다. 

▲ SNS를 통해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2월 24일 시카고 외교협회 강연에서 그동안 6자회담 등 대화를 강조하던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북한은 곧 붕괴될 것”이라고 말하고 “어제 한 말을 오늘 부정하는 북한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단언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붕괴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유엔 역시 김정은을 인권을 유린한 범죄자로 국제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판이다. 

종합해 볼 때 북한의 단말마(斷末魔)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과 맥락 아래서 김기종의 미국 대사 암살미수사건이 진행된 것이다. 

우선 대한민국은 그동안의 모호성을 분명하게 해야 할 상황이 됐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은 더 이상은 곤란하다.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고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동맹국이란 한편에 서서 함께 싸우는 나라를 의미한다. 미국이 누구와 다툴 때 우리는 말려야 할 나라가 아니라 미국편을 들어야 할 ‘동맹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지나친 친중(親中) 반일(反日)정책을 경고해 왔다. 김기종이 저지른 사건은 이런 문제들을 처리하는 한국의 태도를 미국이 더 첨예하고 냉정하게 보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 버렸다. 한미동맹을 잘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큰 노력을 해야만 할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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