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內 유보금 과세는 ‘봉숭아 학당’ 식 엉터리 과세
社內 유보금 과세는 ‘봉숭아 학당’ 식 엉터리 과세
  • 미래한국
  • 승인 2015.03.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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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社內 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란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독일 쾰른대 경제학 박사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장 역임 

잘못 도입된 제도임을 인정하고 용감하게 폐지해야

군대 훈련소에서 종종 겪는 일이다. 비 오고 난 후 연병장에는 물웅덩이가 생긴다. 제식훈련 중 전진하는 방향 전방에 물웅덩이가 나타나면 대개 피해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군인이 물을 두려워해? 누가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렸어?” 

훈련병들은 물을 피했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받게 된다. 이후에는 물웅덩이가 나타나도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면 또 다시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위험지역임을 알고도 대책도 없이 그냥 들어가는 것이 군인이야?” 

또 다시 얼차려를 받는다.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난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신세가 이 훈련병들의 신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을 먹는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이익금을 투자와 배당, 혹은 임금 인상 등으로 풀지 않고 사내(社內)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고 욕을 먹는다.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 계열사 사내 유보금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 등 과도하게 쌓아두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이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만들고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투자와 배당, 혹은 임금 인상 등으로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 자금을 풀지 않으면 세금을 매기겠다고 윽박질렀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후 신설된 ‘기업소득 환류 세제(稅制)’가 그것이다.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 등이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 이하인 경우 그 미달액에 대해 세금을 추가로 매기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배당금의 절반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가 

‘세금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내 유보금을 풀어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배당을 크게 늘렸고, 덕분에 배당금은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기업의 대주주들과 외국인들의 배만 불린다며 또 욕을 먹고 있다. 

주식을 많이 소유한 사람들이 많은 배당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 주식의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배당을 늘릴 경우 외국으로의 자금 유출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소득 환류 세제를 도입한다고 했을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금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고, 또 현대차와 SK하이닉스도 외국인 지분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배당금의 절반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그걸 모르고 정책을 시행했다면 말이 안 된다.

▲ 국내 대기업 중 사내유보금 1위(168조5000억원)인 삼성전자의 서초사옥.

이런 저런 혼란은 사내 유보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대부분 사내 유보금을 배당하지 않고 회사에 쌓아 놓고 있는 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그 돈을 풀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사내 유보금은 그런 돈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내 유보금을 갖고 투자를 하면 자산의 형태만 변경될 뿐 사내 유보금액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 

실제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대부분은 이미 공장이나 설비, 토지 등에 투자돼 있다.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사내 유보금 527조 원 중 85% 정도는 이런 식으로 이미 투자돼 있는 상태고,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있는 것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사내 유보금을 투자하라는 말은 이미 투자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말과도 같다. 따라서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자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따라서 사내 유보금을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은 배당이나 임금 인상이 전부이다. 아마도 정부나 정치권의 의도는 사내 유보금을 임금 인상에 사용하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임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임금은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 한 번 오른 임금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생산성 등 여타 조건과 환경을 무시하고 세금에 떠밀려 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잠깐은 가계소득이 증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과 기업 경쟁력 상실로 가계소득을 감소시킬 것이다. 

또 사내 유보금을 임금 인상 등으로 소진하고 나면 장차 투자 기회가 발생할 때 결국 외부 자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외부 자금 조달에 따르는 추가적인 비용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부채비율 상승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고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배당을 높이는 일만이 남는다. 그래서 배당금을 높인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로 비난을 받는다.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엉터리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정부나 정치권이지 기업이 아니다.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무엇보다 공권력에 의한 개인 재산의 몰수와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사내 유보금은 관련 세금을 이미 모두 납부한 주주 개인들의 사유재산이다. 

그것에 다시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이중·삼중 과세라는 비판과 더불어 개인들의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투자나 배당 등은 기업의 미래를 예측해 판단하는 주주들의 주관적이고 자율적인 결정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통해 투자나 배당을 ‘조종(control)’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배당을 확대한 기업에 대해 비난하기 전에 이 제도가 우리나라 경제제도와 어울리는 제도인지부터 살펴 볼 일이다.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및 주식회사 제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제도다. 잘못 도입된 제도임을 시인하고 용감하게 폐지하는 것이 옳다. 

아니면 최소한 기업들의 대응에 대해 왈가왈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을 훈련소 교관이 훈련병 다루듯이 다뤄서는 곤란하다. ‘기업은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 지도 벌써 20여 년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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