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세계에서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 5種 중 4種이 한국産
全 세계에서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 5種 중 4種이 한국産
  • 미래한국
  • 승인 2015.03.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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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jujung19@naver.com

우리나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현황은 세계적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마친 후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모두 4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국내 업체를 제외하고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는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오시리스가 개발한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프로키말이 유일한데, 이 치료제는 2012년 캐나다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5종뿐이고, 그 중 4종이 우리나라 회사의 개발품이라는 의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3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및 규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임상개발 단계인 치료제의 수도 41건으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줄기세포라는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 당시 불모지였던 국내에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의 초석을 놓은 것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형 병원이나 연구소가 아니었다. 

몇몇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나섰고, 10여 년이 지난 최근에야 줄기세포 치료제들이 하나 둘 상품화되면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회사로 자리 잡고 있는 파미셀이나 메디포스트, 케이스템셀 같은 회사도 2000년대 초부터 바이오산업의 부침을 겪으며 꾸준히 연구 개발에 매달려 성공한 회사들이다. 

▲ 무릎 연골질환치료제 카티스템.

파미셀의 심근경색 치료제는 6년, 메디포스트의 무릎 연골 질환 치료제는 8년이라는 길고 지루한 임상시험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2005년 말 이른바 ‘황우석 파동’ 이후 침체됐던 국내 바이오산업에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윤리적인 논란이 있는 배아줄기세포보다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의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하기 전 단계인 줄기세포는 신생아의 탯줄 속 혈액인 제대혈이나 성인의 골수나 간, 지방 등에서 얻은 성체줄기세포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상태에서 얻는 배아줄기세포로 나뉜다. 


파미셀 ‘하티셀그램’, 메디포스트 ‘카티스템’ 시판 中

줄기세포 치료제의 개발과 판매에 주력해온 파미셀은 2011년 7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의 시판 허가를 취득해 화제를 모았다. 

심근경색 질환을 대상으로 한 자가골수유래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그것이다. 이 회사가 2003년부터 자체 줄기세포 치료센터를 설립하고 연구 개발에 주력하여 얻은 결과다.

‘하티셀그램-AMI’는 본인의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조하여 환자의 관상동맥 내에 투여한다. 파미셀은 현재 ‘하티셀그램-AMI’ 외에도 뇌경색, 척수손상, 알코올성 간경변 등의 질환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업 임상을 진행 중이다.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이 본인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한다면, 2012년 시판 허가를 받은 메디포스트의 동종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은 타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상품성이 높다.

무릎 연골 질환을 위한 치료제로서 수술적 방법 또는 관절경을 통해 병변 부위에 투여하면 된다. 최근 병원에서의 활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 2012년 5월 출시된 이래 올 2월까지 누적 투여량이 2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월 100건을 돌파하며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래에나 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줄기세포 치료제가 병원 현장에서 질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장영 메디포스트 사업개발본부장은 “카티스템의 투여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환자와 의료진들의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생산량 증가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도 원가절감 등 생산 효율을 개선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메디포스트는 이밖에도 알츠하이머 형 치매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스템’과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줄기세포 치료제인 ‘뉴모스템’을 임상 개발 중이다. 

이 회사가 다른 바이오 회사와 차별화되는 점은 제대혈 보관사업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메디포스트가 보관 중인 제대혈 보관량은 20여 만 건으로 국내 전체 보관량의 4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 목적으로 이식에 사용된 사례가 500여 건으로 국내 1위다. 


케이스템셀, 지방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 임상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하여 배양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스템셀은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상업 임상 승인을 획득하여 개발 중이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상 진행을 승인 받았다. 이 회사는 폐쇄성 혈전혈관염인 이른바 버거씨병 치료제에 대해서도 임상 2상을 마쳤고 골관절염, 척수손상, 무혈성골두괴사증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의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케이스템셀이 보유한 특허는 총 95건에 달하는데 회사 측은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해 앞으로 신부전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척수손상, 퇴행성 관절염 등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성체줄기세포 배양 기술력이 독보적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제대혈뿐만 아니라 태반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등을 보관하는 통합줄기세포 보관은행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 부광약품의 자회사인 안트로젠과 바이오 벤처기업 코아스템이 각각 크론병 치료를 위한 ‘큐피스템’과 루게릭병을 대상으로 하는 ‘뉴로나타알주’의 시판 허가를 받은 상태다.

안트로젠은 화상 치료와 당뇨병성 족부궤양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임상 개발하고 있다. 

현재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가 시판에 성공했다면,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 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 

메디포스트와 함께 제대혈 보관 업체로도 잘 알려진 차바이오텍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대표적인 회사다. 

황반변성증이나 스타카르트병 같은 실명증을 위한 망막상피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로는 파킨슨이나 뇌졸중, 뇌성마비 질환을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업체들의 활발한 연구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제껏 투자한 연구개발(R&D) 비용에 비해 줄기세포 치료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지 않다. 

▲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해 만든 화장품

바이오 기업들이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거나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미셀, 메디포스트, 케이스템셀, 차바이오텍 모두 줄기세포 배양액 등을 이용한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다. 

또 파미셀은 줄기세포 보관 및 치료제 개발, 줄기세포 화장품 개발 및 판매 등을 위한 ‘한중(韓中) 차세대 바이오산업단지’를 중국에 건설할 계획이고, 메디포스트도 중국 내에 한중 합작법인을 세워 카티스템의 중국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 김현수 파미셀 대표

[전문가 인터뷰] 
김현수 파미셀 대표 · 연세대 원주의대 원주기독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줄기세포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해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속도에서 아직은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 그러나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의 추격이 거세 언제든 역전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현장에 있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국내의 대표적인 바이오 기업인 파미셀의 김현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미셀은 2011년 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 ‘하티헬그램-AMI’가 국내 의약 당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으며 세계 최초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 현장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바이오산업은 10년 이상의 긴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성장 단계별로 차별화된 전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연구 단계에서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해외의 경우 바이오에만 1조 달러를 투자하는 대규모 바이오 전문 펀드도 있는데, 초기 기업만을 다루는 펀드 등 단계별로 전문화돼 있다. 

엄격한 규제도 문제다. 연구와 개발 그리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규제가 까다롭다. 게다가 규제를 이겨내고 어렵게 치료제를 개발해도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의료계의 고정관념을 깨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환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 줄기세포 치료제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하는 데 2000만 원 정도를 받는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부담되는 비용이다. 그런데 세포 배양에 비용이 많이 든다. 사실 그동안 쏟아 부은 연구개발비까지 포함해 이익을 내려면 가격을 더 올려야 마땅하다. 현재의 비용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최소비용을 보충하는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 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하티셀그램-AMI의 기능은 심근경색으로 손상된 심장의 수축력을 약 6~8%포인트 개선시켜 준다. 이 정도는 위험한 상태에 있던 환자가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할 수 있는 개선율이다.”

-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국에서 개발한 신약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자국에서 개발된 신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서 환자의 부담도 덜고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국의 산업을 키우면 결국 그 이익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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