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거리 외교 잘못하면 나라 망해
등거리 외교 잘못하면 나라 망해
  • 미래한국
  • 승인 2015.04.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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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략이야기]

대한민국이 어쩌다 ‘돈’과 ‘목숨’을 놓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나라가 되었는가?

한국의 안보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절멸(絶滅) 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거의 실전배치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대한민국 등 그 힘을 합치면 북한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막강한 세력이 지난 20여 년 이상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막겠다고 벌인 6자회담, 한국주둔 미군 핵무기 전면 철수, 북한을 달래겠다며 퍼부어준 수십억 달러, 국제정치 역사상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도래한 참혹한 상황이다. 

지난 20여 년 간 시행했던 북한 핵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며 우리가 사용했던 정책과 전략들이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리라는 믿음, 주한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는 발상, 햇볕을 쬐어주거나 돈을 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들은 원천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수 십 년 동안 그런 방식으로는 북한 핵을 결코 포기 시키지 못할 것임을 목청 높여 외쳐왔다. 

필자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자회담과 주한미군 핵 전면 철수, 북한에 퍼부은 수십억 달러, 그리고 햇볕정책이 왜 의도했던 결과들을 하나도 얻지 못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또 그 동안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對北) 정책을 우려하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외쳤던 재야(在野)의 목소리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금명간 북한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핵전략 이론에 의거할 경우 결코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 즉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볼 요량으로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차선책 중에서 그나마 가장 능력이 확실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는 북한 핵공격 막기 위한 방어체계 

이지스 군함을 도입할 때도 미국의 MD 시스템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기에 바빴다. 그런 것이 있는지 확실치도 않고, 기술적으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 ‘한국형 MD’를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한국은 동맹국인데 동맹국과 함께, 그것도 공격이 아니라 ‘방어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그렇게도 눈치 보이는 일이라는 말인가? 

모순(矛盾)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창(矛)과 방패(盾)를 파는 사람이 자기가 파는 창은 뚫지 못할 것이 없으며, 자기가 파는 방패는 막지 못할 것이 없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 장사꾼의 말 중에서 하나는 거짓이다. 역으로 말하면 하나는 진실이다. 

▲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좌파 단체들의 시위 장면. 대한민국의 생사가 걸린 북한 핵을 방어하는 사드의 배치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다.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이 창은 뚫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이 진실이다. 아무리 방패가 훌륭해도 창을 당할 수 없다. 

창을 가진 자는 궁극적으로 적을 죽일 수 있지만, 방패를 가진 자는 100번 중 99번을 잘 막아도 한번 실패하면 결국 적에 의해 죽는다.

99번을 성공적으로 막았어도 방어자가 승리한 것은 아니다. 공격자가 승리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방어가 공격보다 유리하다는 이론이 있고, 공격자는 방어자보다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이론이 있지만, 그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에는 해당되지 않는 전투 현장에서 병력 계산을 위한 전술 이론일 뿐이다. 

전략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 이슈가 되는 미사일 방어 체계와 관련된 논란을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미국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THAAD)라는 요격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에 “사드가 한국에 도입되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국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사드 시스템에 수반되는 레이더 체계가 중국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중국 미사일의 능력에 현격한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어떤 협박도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 대고는 심지어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개선할 것이라는 발언까지 한 모양이다. 대한민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다그칠 때마다 “아직 미국이 요구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 왔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주변국이) 우리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수준이었다.

주변국이 미국을 말하는 것인지 중국을 말하는 것인지도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어정쩡한 스탠스를 고상하게도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전략적 모호성’이란 용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전략이 없이 우왕좌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필자는 이런 비판을 떠나 대한민국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모호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묻는다. 수 년 전에는 ‘동북아의 균형자(balancer)’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했다가 낭패를 당한 적도 있지만, 균형자라든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은 대한민국처럼 국가안보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나라들이 나서서 해야 할 발언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거나 알고 있는 국제정치학 개념은 거의 대부분 강대국 학자들이 강대국의 국제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균형자, 등거리 외교, 혹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들은 막강한 나라들이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전략일 뿐, 한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중국의 ‘사드 반대’ 주장은 엉터리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들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균형자, 등거리 외교를 잘못하면 약한 나라는 찢어진다.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할 경우 약한 나라는 강한 두 나라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는다. 

더구나 우리는 지금 갈등을 벌이는 두 강대국 중 하나인 미국과 60년 이상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다. 

우리가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 미국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볼 것인가? 또 미국과는 동맹을 유지한 채 중국에도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대한민국을 중국은 어떻게 볼 것인가? 

그럴 듯하고 멋있어 보인다고 아무 개념이나 막 가져다 붙이는 것은 극히 자제해야 할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정부가 ‘균형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미국은 한국에 ‘동맹을 끊으려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누구와도 동맹을 맺지 않은 나라만이 진정한 ‘균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는 북한의 핵을 막는 데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이다. 더구나 북한 핵은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그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사드를 한국에 가져다 놓는 게 우리나라의 생사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도움이 된다면 눈치 볼 것 없이 당장 배치해야 한다. 

중국의 비위를 상하게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솔직히 말하겠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돈’과 ‘목숨’을 놓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나라가 되었는지…. 

군사무기 체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중국이 반대하는 근거가 온당치 않음을 지적하겠다. 우선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에 도움을 준 나라다.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 핵을 막고자 하면 막을 수 있는 나라다. 

중국은 6·25 전쟁 당시 300만 대군을 파견, 한국의 통일을 가로막고, 북한 정권의 생존을 도와준 나라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지정학(地政學)적으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에 부수되는 레이더가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시비를 걸고 있다. 

이 주장도 사실과 다르지만, 백보 양보해서 한국에 배치될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치자. 

그래서 뭐가 달라진다는 것인가? 이미 일본에 비슷한 사양의 레이더(AN/TPY-2)가 2기 설치되어 있고, 타이완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레이더 시스템(AN/FPS-115 Pave Paws에 기초한 UHF Long Range EWR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타이완의 레이더는 3000㎞ 내에서 1000개의 목표물을 동시 추적할 수 있으며, 2004년부터 구축을 시작하여 2009년에 완공한 현재 시가 1조5000억 원짜리다. 

뿐만이 아니다. 지상 5㎝ 짜리 물체도 볼 수 있다는 미국의 정찰 인공위성(KH-11·KH-12), 1년에 무려 400~500회 중국의 해안가를 비행한다는 미국의 고성능 정찰기들은 중국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본 지 오래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미사일의 레이더가 미국의 정찰 능력에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 중국은 한국에 배치될 사드 때문에 더 손해 볼 일도 없다는 사실은 군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핑계거리로도 말하기 곤란한 저급한 주장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나. 중국은 지금 청나라가 조선을 대하듯 한국을 대하겠다는 것인가? 이제라도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해두자. 

대한민국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의 축은 한미동맹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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