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04.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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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기자는 1990년대 중반, 중남미를 여러 차례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 방문했던 나라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나라가 ‘땅고(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다. 

기자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을 때 알란 파커 감독과 마돈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영화 ‘에비타’의 촬영을 위해 기자가 묵었던 호텔 가까운 곳에 투숙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팝 스타 마돈나가 에비타로 출연하는 영화를 부에노스아이레스 곳곳에서 로케이션 촬영하면서 격렬한 ‘에비타’ 논쟁이 벌어졌다. 

빈민가 출신의 영화배우 에비타는 정치가 후안 페론을 만나면서 인생이 꼬여버렸다. 페론 부부는 정권 창출과 유지를 위해 외국자본을 추방하고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아낌없이 국가 재정을 퍼부어 국고(國庫)를 탕진했다. 

그녀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후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 광풍이 몰아치자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남편 페론은 권좌에서 쫓겨나 망명하게 된다. 

이런 악몽의 역사를 거쳐 온 트라우마 때문인지 좀 먹고 살 만한 계층에서는 에비타를 ‘나라를 말아먹은 화냥년’이라 욕하고, 서민과 극빈층에서는  ‘노동자와 빈민의 천사(天使)’라고 추앙했다. 

양측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격렬하게 거리에서 맞붙기도 했고, 진보 보수 언론들은 찬양과 비판의 기사와 사설로 도배질을 하다시피 했다.

정치인들의 선동과 무능, 적나라한 포퓰리즘으로 세계 5위권의 국부(國富)를 순식간에 탕진한 나라.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포퓰리즘의 표본국가로 손가락질 하던 나라. 그게 아르헨티나였다. 

2015년의 한국은 아르헨티나가 아니다. 그들처럼 거대한 부(富)를 쌓아놓은 것도 없고, 나라 문 닫아 걸고 국내 자원 캐 쓰고 농축산물 소비하며 살 수 있는 자원 부국(富國)도 아니다. 

오로지 사람들의 재주와 근육의 힘으로 뼈 빠지게 일해야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무상, 복지, 연금, 무한돌봄, 공짜, 면제 등등의 용어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렸다. 

재정이 파탄나기 시작하자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위한답시며 ‘제 닭 잡아먹기’에 돌입했다. 

빚을 내서 군인과 공무원 연금 보전하고, 무상보육하고 무상급식에 무한돌봄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부모 세대가 자식들 잘 되라고 허리띠 졸라매고 밤 잠 잊어가며 근면한 덕에 우리는 국민소득 2만5000달러까지 숨차게 뛰어 왔다. 

반면에 지금은 우리 세대 편하자고 미친 듯이 빚을 내서 미래 세대에게 재정적자라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기자는 복지를 하지 말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라, 제 분수에 맞는 정도로만 하자고 말하고 싶다. 

제 분수를 잊고 감언이설을 뱉어내는 무뇌아 정치인들의 세 치 혀에 놀아나면 우리 곁에는 한국판 ‘페론’과 ‘에비타’들이 즐비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아르헨티나 찜 쪄 먹을 21세기형 포퓰리즘의 천국(天國)”으로 화려하게 등극할 것이다. 

이번 호 ‘미래한국’의 주제는 일베 현상, 북핵(北核) 위협 점검, 그리고 포퓰리즘의 해악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아젠다의 조합을 섞어내면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실존하는 북핵 위협을 막아내려면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온건 보수가 재집권하는 수밖에 없다. 보수 재집권을 위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때 일베는 온라인 공간에서 종북 좌파의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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