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지자체(地自體) 가차 없이 파산시켜라
방만경영 지자체(地自體) 가차 없이 파산시켜라
  • 미래한국
  • 승인 2015.04.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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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地自體는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과도한 부채, 방만 경영의 원인
▲ 홍익대 경영대학장·미래한국 편집위원

시장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먹고 사는 문제를 정부가 계획을 세워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 단위들의 분산된 자율적 판단에 의해 저절로 해결되도록 한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근로자, 기업과 같은 개별 경제주체가 내리는 의사결정이 건전해야 경제 전체의 건전성이 유지된다. 각 주체의 의사결정이 불합리한 만큼 경제 전체의 합리성과 건전성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불건전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경제 전체적으로 공익(公益)에 부합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각 경제 단위의 의사결정이 사적(私的)으로는 아무리 합리적인 것이라 해도, 경제 전체적으로는 불건전한 결정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도덕적 해이(解弛)라고 한다. 

아무리 잘못해도 퇴출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또 투자를 해서 이익이 나면 모두 내 돈이고, 손해가 나면 누군가 대신 갚아 줄 것이라고 믿으면 과도한 리스크를 지게 된다. 

부채 탕감, 운전면허 벌점 감면, 반복되는 사면 등도 모두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일이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倒産)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설마 망하랴 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세계 경제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은 것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제도든 조세정책이든 복지정책이든 모든 정책은 경제주체들이 건전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전체의 건전성과 안정이 보장된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자기가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지도록 하는 것이다. 


파산의 고통과 책임, 지역주민이 져야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地自體)들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이 수익성이나 현금 흐름을 따지지 않고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호화 청사(廳舍)를 짓고, 무분별하게 지방 공기업을 설립한 것이 이들이 특별히 무책임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도덕적 해이는 그 용어와는 달리 의사결정 주체가 부도덕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 강원도는 알펜시아리조트 건설로 1조원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엄청난 부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이다보니 마구잡이로 사업을 벌이다 파산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런 의사결정을 하는 당사자는 주어진 여건 아래서 매우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지금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자체가 과도한 채무로 인해 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도적으로는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런 선례(先例)도 없고 정치권과 여론이 지자체의 도산을 허용하지 않으리라고 지자체들 스스로가 믿고 있다. 

그 동안의 경험은 이들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저런 명분으로 구제해 주곤 했다. 

1997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재벌그룹과 금융기관이 도산하고 퇴출되었다. 당시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재벌과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이후 우리나라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 관행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이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큰 상처 없이 위기를 극복한 배경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아직도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집단이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 집단이 관영기업과 지자체들이다. 

이들의 이런 믿음은 사실 오랜 학습효과의 결과 형성된 매우 합리적인 예측이다. 이런 믿음이 존재하는 한 관영기업과 지자체의 과도한 부채, 과도한 리스크, 방만한 경영은 반복될 것이다. 

이 믿음을 깨야 한다. 그들도 예외일 수 없다는 엄중한 교훈을 줘야 한다. 한 번의 선례만 만들면 된다. 지자체가 부도가 나면 중앙정부도 어쩔 수 없고 그 고통과 책임은 모두 그 지역 주민이 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지방선거 때 무책임한 공약이나 선심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부터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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