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사드(THAAD),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4.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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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북핵(北核) 소형 경량화

‘응징보복’ 중심의 억제전략 모색해야

▲ 김태우 건양대 초빙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사드(THAAD)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두 종류의 반대론과 두 종류의 찬성론으로 압축된다. 반대론은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미국에 종속된다는 ‘대미(對美) 종속론’과 한중(韓中)관계가 워낙 중요하므로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중국 중시론’으로 대별된다. 

찬성론도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드만 배치하면 북핵(北核) 문제를 불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드 맹신론’이고, 다른 하나는 사드의 배치는 필요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비관적 안보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념적 반대자들이 한중관계 중시론과 비관적 안보론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속내는 ‘반미친북(反美親北)’이면서도 겉으로는 “한중관계를 보호해야 한다,” “방어효과가 의심스럽다면서 왜 배치하느냐” 등의 논리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눈덩이처럼 커지는 북핵의 위협과 그것이 남북관계와 한국의 대북·통일 정책에 미치는 악영향을 종합할 때 한국은 일단 비관적 안보론 입장에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중견 핵보유국 부상 

한국에게는 북핵 위협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첫째, 북한의 핵능력이 군사적 균형을 무력화시키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비대칭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2020년까지 북한이 50개에서 최대 100개까지의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외국 전문가들의 경고가 한국 사회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북핵 문제를 추적해온 전문가라면 이미 드러난 정황들과 확인된 기록들을 단순한 산술 공식에 대입하는 것으로도 이 정도의 추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영변의 5MW 원자로의 가동일수와 재처리 시설의 가동 상황을 종합하면, 이 원자로가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WGPu) 총량이 표준급 핵탄(20kt) 5~10개 분량인 40~5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 

핵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에 대한 추정도 가능하다.

북한이 미국의 해커 박사에게 영변의 농축시설을 보여준 것이 2010년이었는데, 그 이전부터 농축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공개한 것이 자신들이 가진 농축시설의 전부라고 볼 이유도 없다. 

북한이 농축시설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Khan) 박사와 비밀거래를 해왔다는 정황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농축 활동이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매년 핵폭탄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는 HEU를 생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사드(THAAD)의 요격 장면. 이념적 반대론자들이 비관적 안보론에 편승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장차 날아오는 북한 핵무기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이 양질의 우라늄 자원을 가진 나라로서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여 핵무기 제조를 숨길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플루토늄 원자폭탄보다는 제조 경로가 간단하고 은닉이 용이한 농축시설을 이용한 우라늄 원자폭탄의 대량생산을 선호한다고 보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정도의 추정만으로도 북한이 2020년이면 5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한 중견 핵보유국이 된다는 전망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투발 수단에 있어서도 북한이 이미 상당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이스라엘 및 인도와 더불어 세계 6위권의 미사일 강대국으로, 강대국들의 핵3축 체제(핵무기를 지상과 공중, 해저에 분산 배치하는 것)을 흉내 내면서 현재 잠수함 발사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 즉, 지상과 바다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2축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일념인 듯하다. 

당연히, 북한은 2세대 핵무기인 수소폭탄과 1.5세대 핵무기라 할 수 있는 증폭분열탄의 생산을 위해서도 이미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 있을 것이다.


정작 놀라운 것은 한국 사회의 분열상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수차례에 걸쳐 경고해온 바 있다.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1991년 노태우 정부가 농축과 재처리를 포기하는 비핵화 선언을 했을 때 북핵을 만류하지도 못하면서 한국의 원자력 산업과 핵정책에 족쇄만 채우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1994년 제네바 핵합의로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을 동결했을 때도 그것이 핵 포기가 아니라 우라늄 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음을 예고했었다. 

2008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여 원자로 가동을 포기하는 제스처를 취했을 때에도 2007년 2·13 합의에 따른 비핵화 수순이 아니라, 우라늄 탄 대량 생산에 대한 자신감을 대변하는 행동일 수 있음을 우려했었다. 

북한이 낙후한 5MW 원자로의 재가동을 시도하는 것도 수소폭탄의 원료인 삼중수소 생산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고나 가능성에 대한 위정자들과 한국 사회의 반응은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 실력은 성장을 거듭하여 ‘서울 잿더미’ ‘청와대 초토화’ ‘미(美) 본토 불벼락’ 등의 협박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둘째, 북한의 핵 위협을 방치할 경우 남북관계는 황폐화되고 한국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무력화될 것이다. 

지금까지도 북한은 핵위협을 앞세우고 긴장국면과 대화국면을 번갈아 조성하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갑(甲)질’을 해왔지만,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 이동 발사대 증강, 잠수함 발사 핵무기 체계 완성 등을 통해 중견 핵보유국의 실력을 갖추게 되면 ‘슈퍼 갑질’을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평화로운 남북 상생(相生)’이나 북한의 ‘착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구현하기도 어렵다. 

북한이 ‘핵 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를 앞세워 국지도발을 자행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란 북한이 대남 핵 공격을 가할 경우 핵 응징을 약속한 것으로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핵 공갈을 통해 한국 정부와 국민을 주눅 들게 만드는 ‘핵 그림자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 


미사일 방어와 킬 체인의 필요성과 한계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핵 위협을 상쇄 또는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억제책을 모색해야 함은 당연한 과제이며, 사드의 배치 문제가 중요한 이유로 부상하고 있음도 당연한 귀결이다.

여기서 ‘사드 맹신론’보다는 비관적 안보론을 근거로 하는 종합적인 북핵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북핵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는 방호, 선제, 방어, 응징 등이 있다. 

방호란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피시설과 체계를 말하지만, 한국이 전 인구를 수용하는 수십만 개의 핵 대피시설을 갖춘 스위스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선제란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먼저 타격하는 것이며, 방어란 적의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지 못했을 경우 요격 미사일로 맞춰 떨어뜨리는 것이다. 

응징이란 적의 도발이나 공격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응징 보복을 가한다는 태세를 갖춤으로써 적의 공격 의도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사일 방어를 위해서는 적국의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는 단계를 발사 단계, 상승단계, 중간경로 단계, 종말 단계 등으로 구분하고 매 단계에서 가능한 요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협소한 국토공간을 감안하여 적 미사일이 종말 단계의 하층까지 날아왔을 때 유효고도 15~30㎞ 정도의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 PAC-3)로 단 한번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추구해 왔다. 

▲ 패트리어트 미사일 요격 시스템. 북핵에 대한 방어도 중요하지만, 도발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도발 책임자 개인을 응징하는 '참수' 작전까지 고려하는, 강력한 응징을 핵심으로 하는 '상호취약성' 확보가 급선무다.

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짐에 따라 중첩 요격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유효고도 150~200㎞인 종말 단계 상층방어용 사드(THAAD) 미사일의 배치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다. 

문제는 미사일 방어가 기술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소수의 핵미사일이 방어망을 돌파하면 미사일 방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며, 북한이 이동발사대를 늘리고 잠수함 발사 핵무기를 배치하면 방어율은 더 감소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방부가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 제안한 킬 체인 역시 기술적·정치적 타당성에 한계를 가질 수 있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 발사 징후를 파악하여 순식간에 탐지-식별-결심-타격의 단계를 거쳐 선제 타격하는 것인데, 이것이 기술적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발사 징후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최첨단 감시정찰(ISR) 자산, 신속한 결심과 명령 전달을 위한 완벽한 지휘·통제·통신·컴퓨터(C4) 체계, 적시의 선제타격이 가능한 우수한 타격수단(PGM) 등을 구비해야 한다. 한국군이 이 수준까지 가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또 정치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사 징후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것에 더하여 이것이 ‘논란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정당한 선제 타격’임을 국제 사회에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 북한의 역공으로 한국이 전쟁 도발국으로 매도당할 수 있다. 

요컨대, 사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북핵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응징’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억제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냉전기간 동안 미국과 소련은 수 만개의 핵탄두로 아슬아슬한 핵 대결을 벌였지만 핵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았다. 

핵전쟁을 억제한 주역은 상호확실파괴(MAD) 전략이었는데, 이는 상대국의 핵미사일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보복하여 공격국도 패망하게 된다는 ‘상호 취약성(Mutual Vulnerability)’에 근거한 억제전략이었다. 


상호 취약성 확보가 급선무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의 핵 공격을 억제함에 있어서는 완벽할 수 없는 방어에 의존하기에 앞서 상호 취약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드 논쟁은 북한의 핵위협에 일방적으로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는 한국이 상호 취약성의 확보라는 본질적 과제를 제쳐둔 채 방어 문제에만 함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필자는 2010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능동적 억제전략’과 ‘한국형 3축 체제’를 건의한 바 있다. 

이는 ‘도발자에 대한 응징 보복의 필연성’을 보여줌으로써 도발을 억제하자는 것이며 비대칭적 대응, 신축적 타깃팅 등을 핵심적 구성요소로 한다.

비대칭적 대응이란 도발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다양한 응징무기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응징 목표를 선택하는 신축적 타깃팅 정책도 능동억제 전략의 핵심요소이며, 도발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도발 원점은 물론 도발 책임자 개인을 응징하는 참수(斬首·decapitation) 작전도 가능해야 한다. 

‘3축 체제’란 능동적 억제전략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적 수단으로서 지상, 공중, 해상 및 해저에 분산 배치된 응징용 재래 타격무기들을 의미한다. 

이런 응징 전략은 공격자를 징벌하는 것이기에 억제효과가 강력하고, 미사일 방어와 킬 체인 만큼 첨단기술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전문가와 언론이 올바른 논의 이끌어야 

현 시점에서 한국의 전문가들과 언론에게 주어진 1차적인 과제는 국민에게 북핵의 위협을 제대로 알리고 방어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념적 반미주의나 친북주의자들이 ‘방어의 불완전성’ 문제에 편승하여 “믿을 수 없다면서 왜 사드를 배치해야 하느냐”라는 반대 논리를 전개하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대로 방어 노력을 포기한다면 선제에 실패하여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가 된다. 패트리어트나 사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국민을 지키는 데 유용한 방어무기다. 

전문가와 언론에게 주어진 더 중요한 과제는 온 나라가 사드에만 함몰되어 북핵 억제를 위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예방하는 것이다. 사드의 배치는 필요하지만 능사는 아니다. 

북핵을 제대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와 킬 체인, 그리고 응징의 종합적인 억제체계가 필요하고, 이와 함께 한미동맹 조약에 자동 개입과 핵우산을 명시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태우 건양대 초빙교수>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핵문제 전공)
국무총리실 정부업무 평가위원
대통령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한국국방연구원재임
제11대 통일연구원장(차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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