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존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준공
미국의 자존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준공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04.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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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의 현대사 파일] 1931년 4월 30일 역사 속의 오늘

1931년 4월 30일 해질 무렵,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위치를 눌렀다. 

그와 동시에 뉴욕 맨해튼 섬 5번가와 34블록의 51번 도로변에 위치한 102층 규모의 웅장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전체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거리를 가득 메운 군중들은 높이 381m의 거대한 마천루를 올려다보며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이로써 세계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기록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뉴욕 시 맨해튼 동부에 42번가와 렉싱턴 거리의 교차점에 1년 전에 완공되어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크라이슬러 빌딩(높이 319.4m)을 2위로 밀어내고 세계 최고층 빌딩의 위엄을 드날렸다. 

1953년에는 빌딩 최상층부에 안테나 탑이 설치되어 총 높이는 443.2m로 늘어났다. 이로써 1972년 맨해튼 남쪽에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41년간 세계 최고층 건물로 군림했다.

1929년 기공식과 함께 건설 공사가 시작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건축가 슈립 람하먼이 설계했다. 

수용 인원은 1만 8,000명 규모. 영화 ‘킹콩’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도 등장하여 유명세를 탄 이 건물은 초고속으로 공사가 진행되어 착공된 지 불과 2년 후인 1931년 4월 30일 준공식을 가졌다. 

미국 내에서 현존하는 건물 중 고층 빌딩 순위로는 세계무역센터가 9·11 테러로 무너진 자리에 건립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ONE WORLD TRADE CENTER·541m), 시카고의 윌리스 타워(원래 이름은 ‘시어스 타워’였는데 2003년 시어스 그룹의 명명권이 소멸되고 2009년 영국 보험사 윌리스 그룹이 입주하면서 윌리스 타워로 바뀌었다), 트럼프 타워에 이어 4위다.

1931년 위풍당당하게 문을 연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월 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경제 대공황으로 시름에 잠겼던 미국의 힘을 만천하에 보여주기 위한 상징이었다. 

그러나 마천루 건설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뉴욕이 아니라 시카고였다. 1871년 시카고 전역을 불태운 대화재로 인해 시가지 전체가 폐허로 변하자 건설업자들은 백지 상태나 다름없게 된 시카고 시가지에 새 그림을 그리듯 도시구획을 하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 건설업자들은 1㎝라도 더 높이 짓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시카고는 마치 도시건축의 박람회장을 방불케 했다.

이러한 마천루 건설 붐은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으로 옮겨 갔다. 1930년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319m의 크라이슬러 빌딩이 들어섰으나, 1년 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게 세계 1위 높이를 내주고 말았다.

미국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91년 이 건물은 일본인 유코 히데키의 손에 넘어갔다.

▲ 미국 뉴욕 월가(Wall Street)의 랜드마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마천루란 ‘하늘에 닿는 집’, 즉 아주 높게 지어 하늘을 문지를 정도로 높은 건물이라는 뜻이다. 초고층 빌딩은 토지 이용의 극대화, 생산성 향상, 국가 인지도 향상 등의 상징적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독일 투자회사 드레스트 클라인보드 벤손 사가 지난 100년간의 경제 금융 위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를 휩쓴 경제 금융 위기는 마천루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1999년 도이치방크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로런스가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도 이와 비슷하다. 

1999년 영국의 학자가 초고층 건물의 건설과 경제 위기의 관계에 대해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라는 용어를 내놓았다.

“마천루가 들어선 곳에 파멸이 뒤따르고, 세계 최고 건축이 들어설 때 경제는 망한다”는 것이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어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겠다며 기공식을 가지면 최대한 빨리 그 나라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고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경제 대공황, 시어즈 타워는 1972년 오일 쇼크로 인한 주가 대폭락,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1997년 동남아 금융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서울 여의도에 63빌딩이 들어선 것을 보고 김정일은 “남한의 63빌딩을 압도하는 건물을 지으라”는 지시를 내려 류경호텔 건설이 시작됐다.

그런데 건물을 한참 짓는 와중에 소련이 해체되고 김일성 사망, 식량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 경제는 초토화되기에 이른다.

2000년대 초중반 글로벌 호황에 도취되어 두바이의 모하메드 국왕이 건설을 시작한 부르즈 칼리파 빌딩(828m)은 완공 시점인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두바이 정부가 디폴트 선언을 해야 했다. 가히 ‘마천루의 저주’가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

마천루 건설이 일종의 베블런 효과, 즉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과시적으로 건물을 짓는다는 견해도 있다. 

베블런 효과에 의한 과시적인 건설은 초기에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에 완공된 초고층 빌딩은 84개인데, 이 중 중국에 세워진 것이 26개, 중동에 27개가 건설되었다. 

아시아 지역에 75%가 몰려 있는 셈이다. 떠오르는 경제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수단으로 너도나도 앞다퉈 마천루 건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에도 잠실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고 있고, 삼성동 한전 본사 건물에 현대자동차가 115층 건물(571m)을 2020년까지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건물 건설 붐이 일고 있다. 한국은 과연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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