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은 자살, 북한은 총살
남한은 자살, 북한은 총살
  • 미래한국
  • 승인 2015.05.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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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란의 평양별곡] 南北의 비리사건 대처법

北에선 실세 권력자들은 빠지고 힘없는 사람들만 공개 총살로 마무리

한국에 와서 산 지도 꽤 오래 되었고,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보니 남과 북은 닮은 점도 꽤 많고, 그 닮은 점 뒤에 너무도 판이한 차이도 보게 된다. 

특히 수많은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해 접하면서 뉴스만 보면 한국은 거대한 비리 공화국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 있는데, 바로 주요 대상자의 자살이었다. 

지난해 유병언도 추적을 했지만 결국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변사체로 나타났고, 현대그룹 회장까지 지냈던 정몽헌 회장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했다. 

검찰 조사가 전직 대통령까지도 자살해야 할 정도로 무섭고 대단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북한 출신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 센 권력자는 검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수많은 미스터리 과제들과 블랙리스트를 남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는 대형 비리에 휘말리면 일단 본인의 자살로 끝을 내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대한민국 검찰은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 조사 대상자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면 북한은 어떠한가? 


장성택 공개처형 

북한의 대표적인 대형 비리 사건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장성택 사건을 들 수 있다. 

북한은 장성택을 뒷조사하여 장성택이 중국과 대외관계를 하는 과정에 이뤄진 금전관계와 사생활 등을 조사하여 그것을 폭로하면서 북한 절대 권력의 2인자라고 회자되던 장성택을 체포한 지 며칠 만에 공개처형했다. 

요즘은 북한의 실상이 많이 알려져 북한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편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그곳은 비리도 없고 부정부패도 없는 곳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남한에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자살을 하는 것이 문제이지만, 북한에선 대형 비리가 터지면 실세 권력자들은 빠지고 힘없는 사람을 희생양 삼아 공개 총살 등으로 마무리한다.

북한의 부정부패는 주로 권력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번 성완종 사건과 많이 닮아 있다. 한국은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늘 도와달라는 사람, 돈을 내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북한은 “좀 먹을 것이 있는 직업” 즉 생필품을 다루거나, 돈을 만지는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직업에 종사하면 늘 간부들에게 시달리게 된다. 


북한은 대형 비리 터지면 사형 

예를 들어 화장품 공장의 판매지도원(영업), 창고장, 지배인 등 상품을 판매하거나 빼낼 권한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늘 쉬파리떼 같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특히 간부들, 당 조직부나 간부부, 안전부 수사과, 감찰과, 보위부, 검찰 등 각종 완장을 찬 사람들의 횡포가 심하다. 

요즘은 개인 장사가 늘어나고 중국과의 무역에 의해 먹고 살기 때문에 무역에 종사하거나, 돈을 만지는 직업, 또는 장마당을 단속 통제하는 시장관리소, 검찰, 안전원, 보위부, 당 간부 등이 권력을 이용하여 압력을 가한다. 

그러다 보니 돈을 만지거나 무역을 통해 물건을 만지는 사람들은 각종 비리를 저지르게 되고, 권력자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세도가 심해진다. 

북한에서는 대형 비리가 터지면 최고 권력에게 제의서를 올려 사형 승인을 받게 된다. 변호사도 없고 피의자와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조사를 받는 북한에서는 검찰이 발표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특징은 권력자들이 많이 연루된 비리 사건일수록 총살이 빨리 진행되며, 특히 공개 총살을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장사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지게 되자 장사 밑천들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은행에서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 인기가 많았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도(道) 은행 특수자금과 과장이 도당과 도 안전부 간부들과 짜고 주석 펀드로 조성된 현금을 100만 원(그때는 어마어마한 돈이었음) 꺼내어 마약 밀매에 손을 댔는데, 결국 문제가 되었다. 

그러자 도당과 도 안전부 간부들은 모든 죄를 특수자금과 과장이었던 여성에게 뒤집어 씌워 사형시켰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북한의 이름난 영화배우 우인희 사건도 사실은 북한의 최고위층 여러 사람이 관련된 섹스 스캔들 사건이었다.

우인희의 입에서 너무 많은 최고위층 간부들 이름이 튀어나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사건 수습 차원에서 우인희를 총살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아는 상식이다. 


힘없는 사람들만 총살 당한다

내가 살았던 양강도에서는 1998년 대규모 숙청이 일어났다. 혜산시 상업관리소 소장이었던 여성도 수많은 간부들에게 뇌물을 상납하고 상당한 권세를 누렸는데, 사건이 터지자 대중들 앞에서 총살당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주로 상업관리소나 은행, 무역회사, 외화상점, 식당과 같이 먹을 것, 입을 것 등 생필품들과 돈이 모여드는 곳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는 마약밀매나 밀수, 밀무역 등의 영역에서 대형 비리사건들이 터진다. 

대부분의 비리들은 사실상 권력을 등에 업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대형 비리가 터지면 실세 권력자들은 빠지고 힘없는 사람을 희생양 삼아 공개 총살 등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남한에서는 사건이 터지면 자살을 하는 데 비해 북한에서는 총살로 삶을 마감한다는 점이다. 남북한 정치는 닮은 점이 참 많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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