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소득자에게 高세금을
高소득자에게 高세금을
  • 미래한국
  • 승인 2015.05.18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복지 증세 논의와 소득세 개편 방향

원하든 원치 않든, 복지비용은 소득세 확대로 조달될 수밖에 없어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지난 3년 간 연속된 세입(稅入)결손이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추경(追更) 편성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문에 직면해 있는 정부가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우리의 재정 상태는 누리과정(만 3~5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으로 모든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보육과정. 1인당 월 29만 원 지원)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지방정부를 중앙정부가 선뜻 나서서 도와줄 만큼의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 활성화와 복지확대 정책의 추진에는 상당한 추가 재원이 요구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입 여건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증세(增稅) 없는 복지 구호가 힘을 잃은 지 오래고, 언론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증세 방안이 무엇인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말정산 파문이 겨우 가라앉은 상태에서 정부가 다수의 근로자들을 자극하게 될 소득세 증세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가 야당의 요구대로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복지국가 실현이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면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은 결국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기업 부문도 재원분담에 동참해야 하지만, 법인세만을 통해 복지확대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잘못이다.

법인세율을 감세(減稅) 이전 수준으로 인상해도 재원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우리 경제에 끼치는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

원하든 원치 않든, 복지비용의 상당부분은 소득세 확대를 통해 조달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국제 평균에 근사한 수준에 있지만, 소득세 실효세율은 국제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복지재원, 결국은 국민이 부담해야 

증세를 거의 경험한 적이 없는 우리 사회의 조세 저항에 떠밀려 법인세율 인상을 중심으로 한 증세 요구가 당장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결국 개인의 능력에 따라 세금을 차별화하여 부담시키는 것이 가능한 소득세 위주의 증세 방안이 복지증세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많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된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부가가치세의 낮은 세율을 들어, 부가세 증세를 대안으로 논의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유럽 국가들은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재원을 적극 활용한 바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증세의 성공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전제할 때만 가능했다.

재분배효과가 큰 소득세 증세에도 소극적인 정부가 세 부담 측면에서 역진적일 수밖에 없는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을 추진할 때, 과연 우리 국민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더 큰 조세저항을 불러와 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복지비용의 합리적인 분담과 책임성이다. 

다수의 국민이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게 되겠지만, 그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전제와 기준이 필요하다. 

먼저 가계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기업 부문은 대기업에 편중된 투자와 R&D 세액공제와 같은 법인세 감면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것에 동의하여 복지비용 분담에 적극 호응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신중해야 하지만, 필요한 재원의 규모에 따라 한시적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세입 확대는 대규모로 존재하는 면세 범위의 축소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교육 부문에 허용돼오던 부가가치세 면세는 과감히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밖에도 그 동안 여러 정책적 목적으로 부가세 면세를 허용해오던 특례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세원 확대 노력이 전제된 후에야 중장기적 관점에서 부가세 세율 인상의 시기와 수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세 부문의 증세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나 납세자를 설득하여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아야 한다. 

OECD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개인소득세수의 비중(GDP 대비)이 현저히 낮은 것(약 43% 수준)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세목임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세입 기반으로 인해 재원 조달 측면만이 아니라 소득재분배 기능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대표적인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소득세 대대적으로 손 봐야

첫째, 지하경제의 존재로 인해 양성화되지 못한 소득의 존재다. 엄격하고 투명한 조세행정 제도의 보완을 통해 이 문제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제도적 차원의 과세인프라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 모든 소득에 대해 공평하게 과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세되지 않는 소득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액주주의 주식양도차익과 종교인의 소득이 비과세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 도입이 시급하다

임대소득 또한 그동안 정상적으로 과세되어 오지 않았으며, 2017년 이후에나 매우 약화된 형태의 과세가 시행될 예정이다.

다른 종류의 소득에 대한 과세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본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형태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소득세 세원이 크게 협소해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방만하게 운영되는 소득공제제도로 인해 근로소득세 과표는 소득의 40%에 불과했고, 소득세 감면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문제를 초래했다.

2013년의 세액공제 전환조치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추가적인 보완을 통해 계속 확대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는 정책 추진과정을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여 납세자의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세액공제의 확대가 기존에도 과도하다고 평가됐던 면세자 수를 더 증가시켜 거의 절반에 이르는 근로자가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보완조치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중간 과표 구간 이하의 명목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에 있으나 최저명목세율이나 평균소득에 부과되는 명목세율 수준이 매우 낮아, 소득세 실효세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고세율 이외의 소득세율 인상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소득세율 체계의 정상화를 뒤로 미룬 채 다른 세목의 세율 수준만을 문제 삼는 현재의 증세 논의는 비정상적이다.

복지국가의 실현이 과연 소득세 세율체계의 정상화 없이 가능한 것일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