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 스키장을 띄워라
마식령 스키장을 띄워라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5.18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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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주장 내막

북한의 노림수는 평창 올림픽이 엉망진창이 되고
남한에서 갈등의 기폭제가 되는 것

3년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평창이 3수(修) 끝에 따낸 동계올림픽이지만, 초기에 예상했던 예산 8조 원은 이제 13조 원으로 폭증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어 건설된 시설들이 적자를 보게 될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분산 개최 논란으로 진통을 앓았다.

야권 시민단체들은 평창 올림픽을 무주와 분산 개최할 경우 약 1조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해 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한과 분산 개최’를 주장했다가 도민(道民)들의 강력한 항의에 부딪히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는 경기장 건설 설계 변경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힘겨루기로 1년6개월 밖에 남지 않은 테스트 베드(시험경기)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올해 3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전(前) 총리가 나서서 ‘분산 개최 불가’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범국가적 노력’을 확인했지만, 이완구 전 총리는 금품수수 의혹 사퇴로 퇴진했고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 자충수로 지도력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인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IOC 위원은 큰 딸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대외적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다. 평창 올림픽이 다시 총체적 어려움에 빠져들 수도 있는 여건들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평창 동계올림픽의 분산 개최를 주장하는 야권 시민·환경단체의 목소리와 행동도 다시 탄력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은 지난 4월 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박주선·염동열·문대성 의원 등 5명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평창 올림픽으로 인한 재정 악화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분산 개최 대안이 나와 있음에도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면서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평창 올림픽을 망치는 5명에 대해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분산 개최 아젠다의 불씨를 다시 지피겠다는 의도로 파악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야권 시민단체와 정의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그토록 집요하게 분산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주장대로 ‘국민 혈세 절감’이 그 이유인가? 


‘마식령 스키장 남북 분산 개최’를 위하여

하지만 그 내막을 면밀히 파악해 보면 이들의 의도는 국민 혈세 절감보다는 좀 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의문을 자아낸다.

이 단체들이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의 분산지는 다름 아닌 북한이고, 그 경기 장소로 김정은이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스키 종목 중 하나인 활강에 대해 ‘마식령 스키장 남북 분산 개최’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정부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분산 개최 불가’ 입장을 정리한 후였다.

▲ 김정은은 체제 유지 수단으로 마식령 스키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분산 개최를 요구하는 세력들은 끈질기게 스키 활강 종목의 북한 마식령 스키장 분산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족의 문제다. 올림픽 이념이 평화니까 어떻게든 평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지 무조건 빗장 걸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면서 활강 종목의 마식령 스키장 분산 개최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문체부와 조직위 입장이다. IOC에 제출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각 경기장을 30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조건으로 되어 있다.

만일 북한과 동계올림픽을 분산 개최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북한 당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북한으로서는 대남(對南) 통일전선을 가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분산개최는 다시 공동 개최 논의로 쟁점화 될 것이다.

선수단 남북 단일화를 둘러싼 여러 전략적 의제들은 남한 내 반공의식의 희석과 함께 종북(從北) 내지는 친북(親北) 인사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 줌으로써 통진당 해산과 같은 문제를 부당한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갈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북한은 2006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장웅 IOC 위원을 통해 지원하면서 남북 공동 개최의 실마리를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평양을 방문했지만, 남북 공동 개최나 남북 분산 개최는 ‘1국가 1도시’라는 IOC 방침에 의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2014년 12월, IOC의 올림픽 혁신안으로 ‘아젠다 2020’을 발표하면서 급변했다.

IOC의 ‘아젠다 2020’은 ‘올림픽 개최지가 아닌 지역이나, 개최국을 벗어난 국가에서도 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분산 개최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과거에 하나의 개최지로 한정한 것을 개선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평양의 선전기관지 조선신보는 남북 분산 개최 필요성을 제기하며 ‘우리민족끼리’라는 통일전선전술을 재가동했다. 여기에 말려든 것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였다. 


‘쓸모 있는 바보’들의 잠꼬대 

올해 1월,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북한 마식령을 묶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고, 통일준비위원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대외 여건상 어렵긴 하지만, 분산 개최는 남북 신뢰를 쌓는 데 좋은 프로젝트”라고 발언했다.

통일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가적 의사결정에 혼선을 가져오면서 정부, 여당, 강원도, 평창올림픽 조직위 모두 중구난방에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로 말미암아 시범경기를 1년 6개월 앞두고 일부 주요 종목의 경기장 건설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으로 ‘분산 개최 불가’로 방향이 잡히고 당청(黨靑) 간의 조율이 완료되면서 지난 3월, ‘범국가적 역량 결집’을 내걸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요 사안들이 결정됐다.

정부와 여당, 강원도는 더 이상 분산 개최 따위의 요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야권과 야당의 주장은 국민 혈세를 아끼자는 의도가 아니라, 남남(南南) 갈등을 노리는 북한의 대남전략 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쓸모 있는 바보’들의 잠꼬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분산 개최가 아니더라도 평창 올림픽이 엉망진창이 되고 대한민국 내에서 갈등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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