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거품 폭발할 수도…
조만간 거품 폭발할 수도…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5.2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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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가 설계주의’ 중국경제의 실상

시진핑의 대규모 내수 진작과 일대일로(一帶一路), 메가시티 전략은 거품을 더 크게 만드는 전략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 때 양쪽에서 파들어 가다가 마주치지 못하면 서구인들은 공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인들은 터널이 두 개 생기는 것이니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한다는 조크가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면이 강하다.

2012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의 국가정책을 결정짓는 ‘3중전회(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즈음에 “고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무리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성장률 목표에 대해 하방성을 용인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를 신창타이(新常態), 즉 새로운 중·저(中低)성장을 일컫는 ‘뉴 노멀(New Normal)’로 상황을 정리했다.

과거처럼 두 자릿수 성장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런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 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 방안이 바로 3대 국가전략이라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해상 실크로드), 징진지(京津冀 :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수도권 약칭) 일체화, 창장(長江) 경제벨트 건설 등이다. 

한마디로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메가시티 전략과 대외 부문에서는 중화경제권을 구축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중국이 경제 영토를 자국(自國)에서 글로벌로 확대함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 LG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신창타이 중국경제’라는 보고서는 부제(副題)로 ‘소비시장 커지지만 사업 환경은 더 팍팍해진다’라고 달았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 내수로 성장하겠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중국은 한국에게 이제 ‘레드 오션’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고전하는 한국의 간판 기업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선진 업체와 중국 후발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애플-중국 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겪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폰은 2011년 이후 내내 수위를 차지했지만, 작년 3분기 중국의 샤오미에게 1등 자리를 내줬다.

이후 삼성의 순위는 분기별로 한 단계씩 추락해, 지난해 4분기에는 애플에게, 올해 1분기에는 화웨이에도 밀렸다.

우려되는 것은 애플을 비롯하여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휴대폰 매출이 약진을 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고가(高價)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의 반격에 고전했고 중저가(中低價)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의 협공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사정은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세계 5위를 달리던 현대차그룹은 중국 후발업체의 추격을 신경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중국 시장의 거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줄었고,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도 감소한 상태다.

현대차는 2017년 충칭(重慶)과,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에 4공장과 5공장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가동에 앞서 중국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금융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면, 중국 기업들은 신창타이가 추구하는 내수 성장에 힘입어 한국 기업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 수는 3개로 1년 전, 6개와 비교해 보면 반 토막 수준이다.

올해 이름을 올린 기업은 삼성전자(28위)와 현대차(360위), SK하이닉스(445위)뿐이다. 지난해 함께 순위에 올랐던 현대모비스(393위), 포스코(435위), 한국전력(482위)은 사라졌다.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약진하며 상위권으로 잇따라 진출했다. 500대 기업에 든 중국 기업 수는 46개로 1년 전인 22개보다 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페트로차이나(4위), 공상은행(7위)이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되면서 미국 기업 일색의 상위권 판도를 중국 기업들이 흔들었다. 


공산당의 官治로 경제 견인 

그렇다면 중국 경제는 기대대로 탄탄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사회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2015년 중국경제 전망 분석’ 보고서에는 ‘13차 5개년 계획(2016~2020)’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이 수록되어 있다.

보고서는 ‘3대 국가전략의 시행이 투자와 소비의 거대한 잠재력을 이끌어내 양호한 경제 발전의 기반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현재 상황을 ‘경제 하강 압력이 비교적 큰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바닥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진단한 후, ‘성장 속도가 다소 줄어든 대신 체질이 향상되며 지속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본질적으로 시장경제의 효율과 자율적인 혁신의 힘에 의해 성장이 추동되기 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과 줄타기 곡예에 가까운 관치(官治)의 통제-허용의 요소 투입형 성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중국 내에서 시장 왜곡의 모순이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 경제의 위기는 내부로부터 심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 즉 도덕적 해이와 자산가격 폭락 위험으로 제시된다.

도덕적 해이는 중국 국영기업들과 공산당 실세들의 유착관계에 있는 시장지배적 기업들에게 문제가 된다.

그 이유는 중국이 지속적인 내수 위주의 관치 성장모델을 추구하고,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양적 완화를 통한 통화 공급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기관 골드만 삭스가 최근 발표한 중국 보고서는 중국 국책 금융기관들과 채권자들은 ‘암묵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분야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려는 경향으로 인해 시장 왜곡을 만들어내고, 효율적인 신용 할당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국가위원회가 작년 10월 중국 지방정부의 대출과 관련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새 기준을 발표했지만 지방정부의 경제적 요구가 중앙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간에 이해상충이라는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문제로 지적되는 중국 자산거품의 위기는 최근 5년 사이 과잉투자 규모가 무려 8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호에서 ‘중국 곳곳에서 유령도시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이징 외곽 지역은 물론 수도권, 해안도시, 북한 접경 단둥(丹東) 등지에는 건물만 있고 입주자가 없는 텅 빈 아파트들로 넘쳐난다.

FT도 텅 빈 아파트와 버려진 고속도로, 폐쇄된 철강공장 등으로 중국 도시들이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다고 묘사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생산 인프라는 이미 ‘투자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기 화학 등의 분야에서 생산시설 이용률은 70%대, 철강의 생산기반 이용률은 60%대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과 건설 과잉으로 2009년 이후 아무 성과 없이 투자된 금액이 6조8000억 달러(약 7530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는 중국 정부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쉬처 연구원과 산하 거시경제연구원의 왕위안 연구원은 2009년과 2013년 단행된 ‘비효율적 투자’가 해당연도 중국 경제 전체 투자액의 절반에 육박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주도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 낭비는 대부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지원이 집중됐던 철강, 자동차 산업에서 이뤄졌다.

보고서는 과거 낭비된 투자의 원인으로 ▲초완화적(ultra-loose) 통화정책 ▲정부 투자계획의 감독 부실 ▲관리들에 대한 왜곡된 성과 보수 구조 등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역시 같은 현상을 보도한 바 있다.

중국 100대 도시 집값이 6개월 연속 하락해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 목표(연 7.5% 전후) 달성이 물 건너갔다. 뿐만 아니라 향후 경기 둔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악성 부채나 숨겨진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 버블 붕괴의 시한폭탄이다. 컨설팅 회사인 이머징 어드바이저스 그룹의 발표에 의하면 중국 정부의 부실한 감독 하에서 과잉투자 붐이 일면서 지난 5년간 중국에서 약 1조 달러가 사라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렇듯 중국 경제는 신창타이나 일대일로처럼 중저성장 국면을 받아들이면서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계획 하에 있지만, 국가주도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미 역사적 경험을 통해 충분히 분석된 바 있다.

경제는 초기단계에서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생산을 늘려 후생을 증대시킬 수는 있지만, 그런 방식은 일정한 시점이 되면 효율성 문제와 생산성 하락 문제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중앙 계획과 통제방식의 경제 정책은 시장에서 분업이 보다 심화되고 복잡한 거래질서들이 등장하면서 경제 관료들의 인지 범위를 초과하게 된다.

이를 부정하고 지속적인 관치경제를 추구하면 시장왜곡이 초래하는 모순이 누적된다. 결국 어떤 시점이 이르면 ‘시장의 자기조정’이라는 단계에 접어든다는 것이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들의 고찰이다.

시장의 자기조정은 ‘자산 거품의 형성과 터짐(Boom & burst)’으로 나타난다. 세계 경제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거품의 형성과 터짐에서 이제 터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중국은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거품이 터지기 전에 더 큰 거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중국이 시진핑 체제에서 대규모 내수 진작과 일대일로, 메가시티 전략과 같은 공격적 자산공급 방식을 내놓은 것은 거품을 더 크게 만드는 전략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성공한다면 우리는 더 큰 위기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며, 실패한다면 걷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하이에크는 이러한 경제 관료들의 설계주의를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이라고 명명했다.

시장경제는 시장 참가자들의 자발적 행동들에 의해 진화되는 것이지, 누군가의 설계로 디자인될 수 없는 자생적 질서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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