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시작한 코끼리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
  • 미래한국
  • 승인 2015.06.0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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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인도의 가능성

지금이 코끼리 등에 올라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 이준규 駐인도 한국 대사

얼마 전 ‘타임’ 잡지는 표지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등장시켜 놓고 제목을 ‘Why Modi matters’(왜 모디가 중요한가)라고 달아 놓았다. 모디를 주목해야 된다는 얘기다.

나는 타임지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모디 총리를 표지에 다시 등장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때는 모디 총리가 달리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있고, 제목은 ‘Rise of India’가 되지 않을까? ‘인도의 부상(浮上)’, 지난 10여년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중국의 부상’ 대신에 우리가 들게 될 가능성이 큰 말이다.

▲ 미래한국(c) 고재영

인도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인상은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다. 발리우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대니 보일 감독의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수상작.

빈민가 출신 고아 소년의 인생 역전의 삶을 빠른 전개와 감각적인 화면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됨)에 나오는 거대한 빈민가와 차별적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요가,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아 인도 전역을 떠돌고 있는 구도자들, 그리고 최근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性)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도의 이미지는 ‘산업국가로 발전하고 있는 인도’와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는 1990년대 개혁 개방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지난해부터 중국을 제치고 주요 국가 중 경제성장률 1위 국가로 부상했다.

또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도 앞으로 15년 내에 인도가 세계 3대 경제 강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12억5000만 명에 이르고, 10년 내에 중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인도는 조만간 세계 경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는 다른 개도국(開途國)들과는 달리 정보통신, 우주항공, 원자력 분야에서 높은 기술 수준과 고급 인력이 풍부하다는 커다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인도는 이미 핵무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체계를 보유한 세계 4위의 군사 강국으로 서남아 지역의 맹주(盟主)이자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린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강력한 리더십’ 모디 총리에 대한 기대 

지난해 5월 인도 역사상 30년 만에 여당이 하원의 과반수를 단독으로 확보한 강력한 모디 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는 인도를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모디 정부는 제조업 진흥을 위한 ‘Make in India’, 정보통신 인프라와 전자정부 발전을 위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술 발전’(skill development) 정책 등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또 인도 전역에 100개의 스마트 시티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 젊은층에게 ‘발전된 산업국가 인도’의 비전을 제시하여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현재도 역대 인도의 어느 총리보다 젊은이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디 정부는 한국을 발전된 산업국가 인도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구상 최빈국(最貧國)에서 단시간 내에 산업화를 이룩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세계적인 제조업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 인프라와 전자정부(E-government) 지수에서 10년 이상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러한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스마트 시티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는 점 등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도는 조선, 전자, 기계, 인프라 건설, 방위산업, 항공우주산업, 중소기업 육성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협력을 희망한다는 러브콜을 계속 보내오고 있다.

인도의 현 여건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인도의 도약에 우리가 파트너로 동참하고 함께 노력하여 그 과실을 나눠 가지려면 지금이 바로 인도에 진출할 적기임에는 틀림없다.

인도가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다소의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인도의 러브콜에 긍정적으로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모디 인도 총리의 방한(訪韓)은 한-인도 양국에서 상대국에 대한 인식을 제고(提高)하고 양국 간 협력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인도는 서남아 지역의 맹주로서 국제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이 있고, 남북한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대북(對北)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건설적인 기여를 해 왔다.

모디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인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 현대자동차 인도 공장이 위치한 첸나이에는 동반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공단을 이루고 있다. <사진제공: 김응기 (사)인도연구원 상임이사>

한-인도는 ‘특별전략동반자관계’ 

이번 모디 총리 방한 시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지도자는 한-인도 관계를 ‘특별전략동반자관계’(Speci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는 양국 관계가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국방, 반(反)테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등 전반적 분야에서의 공고한 협력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약 2000년 전(AD 48년)에 인도의 공주가 한반도에 와서 김수로 왕과 결혼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은 양국이 보통의 국가관계를 뛰어 넘는 교류와 감정적 교감을 오랜 세월 유지해 왔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외교 환경의 어려움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 인도는 우리에게 가장 친한 ‘절친’(best friend)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나라다.

필요할 때, 어려울 때 언제라도 도와줄 수 있는 친구 나라. 한국과 인도가 그런 절친 관계로 발전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2015년 거대한 코끼리 인도의 질주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코끼리는 한번 질주를 시작하면 멈추지 않기 때문에, 코끼리가 아직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코끼리 등에 올라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인도라는 코끼리의 질주를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거대한 인도 코끼리의 등에 올라탐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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