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남북경협 보다 긴 안목으로
<전문가 진단> 남북경협 보다 긴 안목으로
  • 미래한국
  • 승인 200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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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안병우 安炳禹 / 전 국무조정실 장관
상호주의에 입각하고, 제도적 인프라 확보해야동북아경제권 보강 차원에서 국제협력체제 구축토록6·15 남북정상 회담 후 극적인 진전을 보이던 남북관계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고 작년 9월의 장관급 회담에서 9개항에 이르는 경제협력 관련사업에 남북이 합의하였으나 이 역시 소강상태에 머물고 있다.남북한간의 교역량 증가는 둔화되고 있으며 투자사업 역시 규모와 영역이 늘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은 경협확대를 위한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구체화 시킨 것은 없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사업성 악화로 거의 중단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남북경협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남북경협은 시작된 지 12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내실 있는 단계로 진전할 시점이 되었다. 남북경협이 현재까지 남한경제에 미친 실물경제적 영향은 미미하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정치, 군사, 사회적인 파급효과는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또한 남북관계의 안정으로 인하여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크게 줄어 국제금융시장의 좋은 평가를 얻게 됨으로써 년간 수천억 원의 간접효과가 발생한다고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남북경협은 적지 않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민간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혼선에 있었다. 우리 측 대북정책의 한 수단으로서의 경협의 기능과 기업영업으로서의 경협사업의 의의가 혼동됨으로써 기업이 수익성이 없는 사업의 안전판으로서 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외에도 정부정책의 결정과정의 투명성 미흡, 국제협력의 부족, 간접교역으로 인한 높은 거래비용과 과다한 물류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IT분야 남북협력사업은 남북협력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관심을 끈다. 이동통신사업과 국제전화 고도화사업의 공동추진이 합의되었고 한양공대의 교수들이 북한의 김책공대 강단에서 정보통신에 관한 강의를 하게 되었다니 그 의미가 크다. 또한 곽선희 목사가 주도하는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 내년 가을에 평양에서 학생 수 2천명 규모의 남북합작 과학기술대를 개교키로 합의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도 과학기술분야 교류가 진행되는 것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곳에 성과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중요한 시사를 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임진강 유역종합관리사업, 중국·러시아 접경지역 철도 및 도로망정비, 발전소 개보수 및 농촌의 소규모 전력사업, 동해안 크루즈 관광사업 및 정보교류협력센터 조성 등을 바람직한 우선적 협력사업으로 제시한바 있다. 이제 우리는 남북경협의 기본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보다 긴 안목과 호흡을 가지고 경제성에 기본을 두면서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체제상의 차이점에서 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경제부처가 중심이 되어 전문성을 살려 추진해야 할 것이다.우선 일방적 원조제공보다는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상호이익을 증대시켜야 하며 건별 한건주의가 아닌 포괄적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경협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를 속히 구축하여야 한다.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청산결제방식, 분쟁조정기구 설치, 신변보장과 산업재산권보호에 관한 합의들이 단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경협이 한 경제단위 내의 내부거래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물류체계 및 북한의 하역시설 보강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서울과 평양에 경제상주대표부의 설치도 기대해본다.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은 남북 당사자만이 아니고 국제기구와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경제협력체제의 구축을 통해서 동북아경제권을 보강한다는 높은 차원에서 실천계획이 수립되고 협조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가지고 대화가 시작된다면 남북의 차원을 넘는 그야말로 글로벌한 의미까지 담는 남북경협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남북이 함께 동북아의 물류와 비지네스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 몇 개월 후 새로운 정치 리더십의 등장과 때를 맞춰서 남북경협의 틀과 안목을 재조정하고 호흡을 가다듬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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