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인도로, 인도 기업은 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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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06.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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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특집] 인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인도

인도 기업들 풍력발전, 우주항공, 제약, IT에서 두각 나타내

▲ 신진영 한국외국어대 북벵골만 연구소 연구교수

모디 총리는 2014년 경제 발전을 바라는 인도 국민들의 열망으로 뽑힌 소위 ‘경제 총리’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주요 국가를 방문하여 인도에 투자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모디 총리는 올 5월 18~1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방한 일정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외에 주요 일정은 기업인들과의 회담과 산업 협력을 위한 미팅으로 꽉 짜여졌다.

모디 총리의 방한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는 2014년에 서남아(西南亞) 주변국, 신흥국, 그리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경제 대국(大國)들을 방문했었고, 올해도 일본과 중국을 방문했다.

비록 그의 한국 방문이 주변 국가에 비해 늦어지긴 했지만, 실리를 중시하는 모디 총리의 한국 방문으로 한-인도 간 경제 협력이 더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 속의 한국

5월 19일 모디 총리는 ‘한-인도 최고 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은 포럼 후 개별적으로 회담했다.

이들 기업들은 1990년대 인도 경제 개방과 함께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로 인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기업도 인도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모디 총리가 5월 18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이미 인도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한국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한국 자동차를 타고, 또 한국 컴퓨터로 일을 하고, 한국 TV로 좋아하는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인도 가전 시장과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인도의 가정에 파고든 한국산 가전제품들. 2000년대 중반부터 LG와 삼성이 인도 가전시장을 평정했다.

한국의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995년과 1997년에 인도에 진출했다. 당시 아시아 금융위기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던 한국 대기업들은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예의주시하면서도 직접 투자를 꺼리던 인도에 과감히 투자를 했다.

1990년대 인도 가전시장은 저가의 질이 낮은 인도 제품과 고가의 일본 수입 가전으로 양분되어 있었고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질이 좋은 제품을 일본 제품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성실하게 애프터 서비스를 하는 정책으로 인도 시장을 확보해나갔다.

이들 가전 대기업은 100여 개 이상의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하여 안정적으로 필요한 부속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고, 제품 생산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도 경제성장이 가속화되고 인도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나자 LG와 삼성은 점진적으로 고급 제품들도 선보였다.

그 결과 인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여갔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LG와 삼성이 인도 가전시장을 평정했다.

이들 가전 대기업들은 인도에서 성공을 기반으로 제2공장을 운영 중이며, 곧 제3공장도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1997년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인도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을 겨냥했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한 항구도시 첸나이에 공장을 설립했다.

그러나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인도 시장에 출시한 소형차 ‘상트로’가 인도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인도 국민차로 불리며 인도 승용차 시장을 장악했다.

현대차는 1980년대부터 인도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온 마루티스즈키 사(社)에 이어 승용차 부문 판매 2위 자리까지 올라섰고, 올해 상반기 판매에서도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들 기업 이외에도 포스코가 인도의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인도 국내의 다국적 기업과 인도 기업에 철강 제품을 공급하면서 여러 지역에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비록 오리사 지역에서 일관제철소 건설 사업은 지연되고 있지만,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 미래에셋과 신한은행 등의 금융 그룹들도 인도로 진출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속의 인도 

인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이 인도로 진출할 때 공격적인 직접투자 형태로 진출한 반면, 인도 기업들은 한국 진출 시 인수 합병 방식을 취했고, 한국 언론들은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한국에 인도 기업의 존재를 명확히 알린 것은 2004년 타타자동차가 대우 상용차 부문을 1억2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였다.

대우자동차는 1990년대 인도에 진출했던 기업이었는데, 대우그룹의 부도로 2004년 타타자동차가 상용차 부문 100%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타타자동차는 타타대우상용차로 한국에 들어왔다.

타타자동차는 인도 대표 국민기업 타타그룹의 계열사로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를 인수하면서 굴지의 자동차 기업이 되었고, 현재 상용차 부문에서 세계 4위 기업이다.

타타자동차는 대우 상용차 인수 후 조용하지만 꾸준히 연구 개발 설비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타타대우상용차는 국내 대형 트럭 부문에서 현대차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타타그룹은 상용차 부문 인수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타타자동차의 대우 상용차 인수 6년 후인 2010년, 인도 SUV 자동차 선도업체인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 사가 쌍용자동차의 지분 70% 인수 계약을 맺었고, 2011년 비용을 지불하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출시 장면.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기사회생시켰고, 티볼리의 성공으로 국내에서 약진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1945년 철강 무역회사로 시작하여, 1947년부터 자동차 제조공장을 설립한 기업으로, 1980년대에는 인도에서 트랙터와 사륜구동차 생산을 선도했다.

이 기업은 1990년대는 포스 사와 합작하여 자동차를 생산했으며, 2002년 생산한 스콜피오(Scorpio) 차종은 인도 내에서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기를 누렸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했던 당시 쌍용차는 재정적으로 뿐 아니라 노사(勞使) 간의 갈등도 커서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는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했던 이전 기업인 상하이자동차처럼 기술만 전수받고 기업과 근로자들은 팽개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흥국 인도가 쌍용차를 인수하면 넓은 내수 시장으로 쌍용차 수출을 늘릴 수 있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차 개발과 해외 시장까지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당시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약속을 성실히 지켜갔다. 쌍용차 인수 이후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약속했던 대로 수 천 억 원을 투자하여 신차를 개발했고, 꾸준히 신차를 발표했다.

2013년 투리모스 신차 발매와 기존 차량을 업그레이드하여 판매하면서 자동차 판매대수는 2010년 3만3000대에서 2014년에는 6만9000대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1월 출시된 티볼리의 인기로 국내에서 6.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마힌드라 쌍용차는 낙관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마힌드라 회장이 인수 이전에 해고된 근로자들에게 “쌍용차가 일정 궤도에 도달하면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인에게 ‘좋은 기업인’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한국에 활동 중인 인도 기업들은 언론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 속에 인도인의 활약이 약한 것은 아니다.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수백 개의 인도 중소 업체가 한국과의 경제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4000명에 달하는 인도 IT 전문가 및 엔지니어, 석박사급 인력들이 한국 기업과 대학, 각종 연구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전문 지식과 영어 활용 능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 있는 인도인들은 조용히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과 인도의 끈끈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첨단 기업 

인도가 1990년대 신흥시장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인도의 IT 기업이었다. 인도는 ‘IT산업=선진국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IT 산업은 인도에서 급속 성장했다. 

한국의 IT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강하다면, 인도의 IT 기업은 소프트웨어에 강하다. 인도 IT 기업들은 프로그램 개발과 프로그램 유지 및 보수, IT 관련 각종 아웃소싱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인도 IT 산업은 지난 20년 간 매년 15~30% 성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인도 IT 기업은 2014년 매출 규모로 타타컨설턴시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인포시스(Infosys), 위프로(Wipro) 순이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는 인도 국민기업 타타의 전격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인포시스는 신생 기업으로 처음부터 IT 소프트웨어로 승부수를 던진 기업이었다. 

위프로는 과거 식품 회사에서 컴퓨터 제조사를 거쳐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난 기업이다. 

이 기업들 중 인도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이 인포시스다. 이 회사 창업자인 나라야나 무르티는 젊은이들의 벤처 기업 창업 모델이 되기도 한다. 

인포시스는 1981년 나랴아나 무르티 회장이 6명의 창업자와 함께 소형 아파트에서 1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소프트웨어 회사다. 

▲ 풍력발전 분야에서 세계 5위 기업인 수즐론이 미국 미네소타에 건설한 풍력발전소. 이 회사는 섬유업체로 출발하여 풍력발전 분야의 세계적 강자로 탈바꿈했다. <출처 : 수즐론 홈페이지>

이 기업은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하여 설립되었다. 인포시스는 1990년 이전까지는 인도 정부의 각종 규제로 날개를 펴지 못했으나, 1990년 경제 개방과 함께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인포시스는 1993년 인도 증시에 상장되었고, 1999년 인도 기업 최초로 뉴욕 시장에 상장되었다. 

2015년 현재 인포시스는 73개 국가에서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94개 연구소를 갖추고 있고, 세계에서 17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2015년 인포시스 시가총액은 425억 달러인 세계적인 IT 기업이다.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대체 에너지 하면 선진국이 떠오르지만 친환경 에너지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인도 기업이 있다. 

1995년 설립된 수즐론(Suzlon)에너지는 풍력발전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다. 불과 20년 만에 세계적인 풍력발전 터빈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설립자 툴시 탄티는 처음부터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그는 직원 20명의 섬유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인도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전기가 자주 끊기면서 제품의 불량률이 높았다. 

더구나 전기요금이 턱없이 비싸 그나마 번 돈도 전기요금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그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발전 사업은 본업인 섬유업보다 돈이 되는 사업이어서 섬유업을 접고 풍력에너지 사업에 주력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소규모 섬유업체에서 풍력 에너지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어떻게 필요한 기술과 자금은 어떻게 조달한 것일까? 이 문제를 그는 간단히 해결했다.

기술 문제는 독일에서 풍력 터빈을 사면서 기술을 전수 받았고, 자금 조달은 수주 받은 기업으로부터 25%는 선급금을 받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로 해결했다. 처음에는 대출을 꺼리던 은행들도 사업이 번창하면서 쉽게 대출을 해 줬다. 

수즐론에너지는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의 풍력에너지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기술적인 면을 보강해 나갔다. 

그 결과 현재 수즐론은 인도 내 풍력발전소의 절반을 건립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아프리카, 미국, 남미 등 30개국에 풍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수즐론은 설립 이후부터 꾸준히 전년 대비 50% 가까운 성장을 했고, 지난해 매출이 32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메이커다.

인도의 미래를 책임질 기업으로 실적도 높고 성장성도 높은 두 기업을 소개했는데, 이 밖에도 제약, IT 기기, 항공 분야가 인도의 미래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인도 제약 산업은 규모면에서 세계 3위다. 인도의 풍부한 의약재료와 저렴한 고급인력들을 무기로 매년 10%씩 고속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도 높다.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인도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에 설립된 인도 기업 마이크로맥스(Micromax)가 급속 성장하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고수하던 삼성과 1, 2위를 겨루고 있다. 마이크로맥스는 ‘인도의 샤오미’로 불리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대표 주자인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인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의 항공 산업은 2000년대 말부터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다. 

현재 인도 항공시장은 세계 9위이고, 2020년에는 세계 3위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장과 미래 시장을 위해 보잉, 에어버스 등 굴지의 항공 기업들이 OEM 기지로 인도를 선택하면서 인도 우주항공 산업도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미래 산업에 적극 투자할 뿐 아니라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특히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인도는 미래 산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고, 자체 성장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 산업의 미래와 함께 인도의 미래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신진영 한국외국어대 북벵골만 연구소 연구교수>
인도 델리 네루대 산업사회학 박사
포스코경영연구소 델리 사무소 근무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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